▲ 출처=아시아나항공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 및 실적악화로 항공업계가 고사위기에 놓인 가운데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항공사간 인수전에도 차질이 생길지 주목된다. 

항공업계에서는 추진 중인 두 건의 M&A의 완수 여부를 두고 미묘하게 다른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에서 발을 뺄 것이라 보는 반면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매각은 차질 없이 추진될 것이라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매각 난항’ 아시아나항공, M&A 완주 가능할까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달 30일로 예정돼 있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일정을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부터 10일이 경과한 다음날 혹은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로 연기했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HDC현산은 표면적으로는 러시아 정부의 기업결합심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미국 중국 등 러시아를 제외한 5개국에선 이미 기업결합 승인이 난 상태여서 인수 의지가 있다면 굳이 주식 취득을 미룰 이유가 없다.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과의 M&A(인수합병) 계약 체결 후 연기 결정을 세 번이나 내린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항공업이 꼬꾸라지면서 HDC현산의 부담감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2019년 11월 HDC는 아시아나항공 가격으로 2조5000억원을 베팅한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항공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에 측정했던 인수비용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1분기 영업손실은 2082억원, 당기순손실은 5490억원이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4분기보다 12배 이상 급증한 6300%에 달한다. 국내 코스피 상장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설상가상으로 자본 총계도 지난해 말 기준 9082억원에서 1분기 말 2102억원으로 쪼그라들어 자본잠식률도 80%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의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화한 것을 감안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이미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불투명한 항공업 회복 가능성도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작업의 발목을 잡았을 것이란 관측이다. 최근 미국, 유럽 등 국가에서 봉쇄가 해제되며 하늘길이 열리고 있는 상황이긴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항공 수요 회복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아무리 빨라도 2023년까지는 항공 수요가 2019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할 경우 경영상 손실은 불가피하다. 실적이 탄탄한 HDC그룹 핵심 계열사인 HDC현산이 부실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을 품에 안을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포기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아울러 5000억원을 보태며 재무적 투자자로 인수전에 함께 나섰던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자금난, 거래를 주도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 임박,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과 상표권 사용 계약 연장 등도 거론돼며 매각 완주 가능성 낮다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 

매각작업을 포기해도 HDC현산의 금전적 손해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하고 법정 소송 끝에 이행보증금 3150억원의 절반이 넘는 1951억원을 돌려받은 사례가 있어서다. HDC가 인수를 위해 이미 지불한 이행보증금은 2500억원 안팎 수준이다.  

제주항공, 인수 완주 가능성 높다? 

난항을 겪고 있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M&A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온도차가 존재한다. 

앞서 제주항공도 이스타항공 지분 취득 예정일을 기존의 4월 29일에서 ‘미충족된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될 것으로 합리적으로 고려해 당사자들이 상호 합의하는 날’로 변경한다고 지난달 28일 공시했다. 해외 기업결합심사 지연을 이유로 들어 주식 취득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 것이다. 

HDC현산과 마찬가지로 인수 종료 시점을 명시하지 않으면서 시장 안팎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중단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업계의 분위기는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의 경우 이스타항공에 제값주기가 아까워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이라며 “이미 인사는 정해졌고 6월경에 인사가 발령될 것이란 이야기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항공관계자도 또한 “최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의 체불 임금 등을 부담하지 못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걸로 안다”면서도 “가격을 한차례 낮췄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업황이 나빠지면서 할 수 있는 데까지 가격을 낮추려고 배짱을 부리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로 매각 당시보다 재무환경이 더욱 악화된 상황이다. 이에 지난 3월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과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할 때엔 당초 매각 예상가였던 695억원보다 150억원 줄인 545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 경영정상화에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이 상당할 전망인만큼, 제주항공 입장에서는 최대한 인수 가격을 낮추는 게 유리하다.  

코로나19로 제주항공의 상황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제주항공은 최근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다. 제주항공은 유상증자 대금 중 1022억원은 운영자금으로, 678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여기에 최근 이스타항공의 경우 김재천 제주항공 부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등 구체적인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인수작업이 미뤄지고 있긴 하지만 아시아나항공건과 달리 인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