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2위 렌터카 회사 허츠(Hertz)는 지난 22일 밤 늦게 파산을 신청했다.      출처= Bloomberg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의 렌터카 업체들이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그리고 그것은 이미 곤경에 처해있는 자동차 산업에 또 다른 타격을 줄 것이다.

평상시에 렌터카 회사는 미국 신차 판매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 해의 경우를 기준으로 하면 렌터카 회사들은 170만에서 190만대의 신차를 구매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평상시가 아니다.

렌터카 회사들은 또 매출의 3분의 2가 공항에서 발생한다. 미연방 교통안전국(TSA) 검문소를 통과한 사람 수 데이터에 따르면 4월과 5월에 미국의 항공기 운항객은 94% 감소했다. 차를 빌려야 할 사람들이 훨씬 더 줄어들었음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공항 이외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상당부분은 자동차 사고가 난 고객들에게서 나오며, 이 경우 보험회사들이 렌터카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불한다. 그러나 코로나로 이동이 제한되고 운전량이 크게 줄면서 사고도 많이 줄어 보험사들은 자발적으로 70억 달러 이상의 보험료를 고객들에게 환불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렌터카 회사들이 쓰러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렌터카 회사들 신차 구매 중단

지난 22일 밤 늦게 파산 신청을 한 미국 2위 렌터카 회사 허츠(Hertz)는 이미 올해 더 이상 신차를 구매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에 회사 보유 차량의 대부분에 대해 리스를 제공한 대부업체들에게 대금을 지불하지 못한 상태였다. 

경쟁사인 에이비스(AVIS)는 비교적 양호한 재정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역시 손실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도 지난 3월, 올해 신차 구매 계획을 80%나 줄였다고 말했다.

신차 구매 중단만이 아니다. 아직 상장하지 않은 두 회사에는 말 그대로 운행하지 못하고 주차되어 있는 차량 수십만대가 주차장에 쌓여 있다.

다저스 스타디움, 엔젤 스타디움 등 코로나로 스포츠 게임이 열리지 않는 남부 캘리포니아 스포츠 경기장의 주차장은 렌터카로 가득 차 있어 마치 중고차 매매장 같이 보인다.

실제로 이 차들은 그곳에 더 이상 오래 머물러 있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렌터카 회사들은 앞으로 몇 주, 몇 달 안에 미국 내 150만 대에 달하는 보유 차량의 상당 수를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시장 조사회사 LMC의 제프 슈스터 대표는 "렌터카 회사들은 더 이상 이 많은 차량이 필요가 없다. 그들이 필요한 건 현금"이라고 지적했다.

▲ 주요 스포츠 경기장 주차장은 수요 급감으로 수 천 대의 렌터카가 운행되지 못하고 주차장에 주차해 있어 마치 중고차 매장을 방불케 한다.     출처= StarAdvertiser

쓰던 차량 매각, 중고차 시장도 골치

콕스 오토모티브(Cox Automotive)의 조 라힘 부장은 "그들이 얼마나 많은 차량을 매각할 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수십만대의 렌터카가 중고차 시장에 쏟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허츠는 지난 3월 초 미국에서 4만 1000대, 유럽에서 1만 3000대의 차량을 처분했지만, 코로나로 인한 봉쇄령으로 중고차 경매가 중단됐고 많은 중고차 및 신차 딜러들도 문을 닫으면서 더 이상 차량을 매각할 수 없었다. 보유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 계속 팔지 못한 것도 이번에 파산을 신청한 이유 중 하나다. 경쟁사 에이비스도 3월 상반기에 미국 보유차량 3만 5천대를 줄였다.

그러나 중고차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오더라도 렌터카 회사들은 여전히 규모를 축소할 계획이다. 에이비스는 미주 지역 보유차량 규모를 6월 말까지 전년 대비 20% 줄일 예정이다.

LMC의 슈스터 대표는 "중고차 시장은 가격 하락과 시장 압박으로 이어질 대량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차 고객에도 나쁜 소식

중고차 가격의 하락은 두 가지 다른 방식으로 자동차 회사들의 신차 판매에 타격을 줄 것이다.

우선, 자동차 회사들은 새 차를 사려는 구매자들을 위해 새로운 구매 옵션을 제시할 것이다.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주행거리가 적은 최신형 중고차를 신차 가격의 절반에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현재 많은 잠재 고객들이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재정적인 차질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신차 제조사들에게는 더욱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콕스의 라힘 부장은 "거의 신차에 버금가는 중고차의 가격을 주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중고차 가격이 하락하면 중고차 구매자들에게는 좋을 수 있지만, 신차 구매자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자신의 차량을 팔 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새 자동차의 리스 비용이 오를 수 있다. 리스 비용에는 리스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서의 차량 가격이 고려되기 때문이다.

LMC의 슈스터 대표는 "이 모든 것은 상호 연관성이 있다. 소비자들이 신차를 살 것인지 중고차를 살 것인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의 두 달 동안 공장을 폐쇄했다가 이제 겨우 생산을 재개하려는 자동차 회사들에게 현재 좋은 소식은 하나도 없어 보인다.

사실 자동차 회사들이 렌터카 회사들에게 판매하는 차량은, 일반 소비자들이 고가의 옵션을 선택하는 것과는 달리 표준 모델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에게 수익이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비록 렌터카 회사들에 대한 판매가 수익성이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당장 현금이 필요한 자동차회사 입장에서는 그들의 수요가 준 것은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