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시골에 멋지게 안착해서 사는 친구를 찾아 모처럼 맛있는 점심을 함께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단 밖으로 나가 가꾸는 나무나 작물들 돌아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지요. 그렇게 한참을 둘러보고, 풀도 뽑은 후에 아침을 먹으니,

서울서 생존식으로 먹었던 밥이 아니고,

과거에는 잠도 잘못 잤는데 그것도 옛날 일이라 합니다.

하루에 수차례 마당과 텃밭을 나가니 잡초가 자랄 틈이 없다고도 자랑합니다.

또 그간 시골 와서 몇 가지 끝낸 공사 얘기도 털어놓습니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랄 때 즐겼거나 인상적인 것을 시골 집 마당에 재현해놓은 겁니다.

먼저 마당에서 시원하게 등목했던 기억이 새로워 마당에 조그만 수도를 설치했다지요.

또 마당에 모닥불 피워놓고 모여 있었던 추억도 강력해서

모닥불 시설도 마당 한쪽에 마련한 겁니다.

마지막으로 평상.

거기 누워 하늘도 보고, 바람도 맞으며 특히 별 쏟아지던 걸 본 추억이 이끌어서

그걸 짜서 마당 한 가운데 놓아둔 겁니다.

그 세 가지 중 평상이 가장 부러웠습니다.

기다림! 평상이 주는 느낌입니다.

기다림 또한 제일 익숙할 어르신들, 또 곧 닥칠 우리들에게도

아주 잘 어울릴 공간으로 여겨졌습니다.

다음에 제대로 안정이 되었을 때 집은 가보기로 했는데,

친구가 연신 식당 밖을 쳐다보는 겁니다.

바로 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어두워지고, 바람이 제법 세게 불고 있었습니다.

사연을 물으니 고추 모종을 심었는데 돌풍이 불면 불안하다는 것과,

비 오기 전에 몇 가지 작물을 더 심었어야 했다는 얘기였습니다.

서둘러 자리를 파하고 친구를 집으로 가게 했습니다.

그러며 함께 간 우리들은

‘평생 점잖게 살아온 저 친구가 오늘처럼 안달하며 집을 저리 서둘러 간 적이 있을까?’라며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분명 집에 꿀단지가 있을 거라 하면서 말이죠.

아침에 일어나면 삐끔 거실 창문으로 비가 오는지, 바람이 부는지, 기온은 어떤지 등을

살펴보는 게 일과의 시작이었습니다.

차분히 비가 오는 날은 우산을 쓴 사람을 보아야 비가 오는지를 알기도 한 날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골에 가서 그 친구를 만나고 온 이후로는 달라졌습니다.

창문을 활짝 열고 손을 뻗어 공기를 느끼며 날씨를 직접 가늠해봅니다.

친구의 꿀단지가 나를 이렇게 격하게 만들었나하며

혼자 슬며시 웃어봅니다.

나도 나만의 꿀단지를 하나 장만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