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사 A씨는 2011. 2. 8.경 전화 통화만으로 환자 B씨에게 플루틴캡슐 등 전문의약품을 처방한 처방전을 작성하여 교부하였습니다. 그러나 A씨는 위 전화 통화 이전에는 B씨를 대면하여 진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전화 통화 당시 B씨의 병력 등 특성 등에 대해서도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이에 검찰은 A씨를 의료법 위반으로 기소하였고, 원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던 이 사건에 대하여 대법원은 이러한 항소심의 판단에 위법성이 있다며 원심법원으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의사가 전화통화만으로 환자에게 전문의약품을 처방한 처방전을 작성, 교부한 사건에 대해 의료법 위반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등 의료인은 ‘직접’ 진찰한 경우가 아니면 처방전 등을 작성하여 환자에게 교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제17조 제1항).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직접’이라는 의미에 대하여 전화 통화 등을 이용하여 ‘비대면’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도 의사가 진찰을 한 경우라면 직접 진찰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제하였습니다. 다만, 진찰은 치료에 선행하는 행위이며, 위 조항이 진단서와 처방전 등의 객관성과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특정 진단이나 처방 등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 전화통화 만으로는 그 이전에 의사가 환자의 특성과 상태 등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사안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올해 1월 ‘의사가 의료기관에 없는 상태에서 기존에 진료를 받아오던 환자가 내원하자, 간호조무사가 의사에게 전화하여 의사로부터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을 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에 따라 간호조무사가 처방전을 출력하여 환자에게 교부한 사안’에서 비록 처방전을 작성할 권한이 없는 간호조무사가 처방전을 발행하였으나 처방전의 내용은 의사가 결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번 사건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의사가 이전에 환자를 직접 진찰한 적이 있고, 간호조무사를 통해 처방전을 발행할 때에도 ‘전에 처방받은 내용과 동일하게 처방하라.’고 지시하였다는 점입니다. 아직 관련 판례 숫자가 충분하지 않아 어떠한 경우에 의료법 위반이 되고, 되지 않는지에 대하여 단언하기는 어려우나, 의사가 이전에 환자를 진찰한 적 없이 처방전을 발행하는 이른바 ‘초진’의 경우에는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지만, ‘재진’으로 이전과 같은 처방을 한 경우에는 의료법 위반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번 판결이 세간의 관심 받는 이유는 최근 정부가 ‘원격의료’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전략산업으로 삼겠다고 발표한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원격의료’란 ‘상호작용하는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원거리에 의료정보와 의료서비스를 전달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번 사건 역시 전화통화를 통해 처방전을 발행한 것이어서 일종의 ‘원격의료’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만약 정부가 ‘원격의료’를 도입할 경우 해당 의료법 조항의 개정은 불가피하고 어느 범위까지 이를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합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월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제한적, 한시적으로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질환자에 대하여 전화통화를 통해 처방전 발행하는 ‘비대면 의료행위’를 허용한 바 있지만, 이는 앞서 살펴본 재진환자 중심의 동일한 내용의 처방전 발행이어서 다행히 위법성 논란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정부가 ‘원격의료’에 대한 전면적 허용을 하게 된다면, 이에 따른 사회적 파장은 적잖을 것으로 보입니다. 당장 ‘원격의료’에 대하여 의료행위의 주체인 의사협회가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만약 ‘원격의료’가 확산될 경우 부실진료를 통해 의료사고 발생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원격진료를 통해 수도권 대형병원이 지방까지 침투해 지방 영세 의원들이 경영상의 위기에 빠진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ICT업계는 ‘원격의료’가 전면 허용될 경우 웨어러블 기계를 이용한 본격적인 의료행위가 가능해지는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격의료’에 대한 화두는 이제 막 던져진 것이어서 어떠한 결론에 이르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것과 허용하지 않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환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인지도 아직은 알기 어렵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세인 ‘비대면’열풍이 과연 의료계에도 불어 닥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