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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압박에 中 양회로 총공세...신냉전 시대 열리나ICT 대규모 투자 가능성도 눈길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올해 1월 극적인 휴전에 돌입했으나 최근 코로나19 책임론 공방이 벌어지며 두 수퍼파워 사이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특히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의 지지도를 올리기 위한 방책으로 중국 때리기에 나서는 가운데, 중국은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통해 정면승부를 불사하고 있다. 사실상 신냉전이다.

▲ 양회 기간 베이징에는 엄중한 경계가 이어지고 있다. 출처=뉴시스

중국, ICT에 1730조원 투입할 듯

양회가 21일 개막한 가운데 중국 정부는 초반부터 파격적인 전력질주를 시작했다. 사상 처음으로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하지 못할 정도로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지만 대규모 공공 투자와 강력한 양적완화로 극적인 경제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실제로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업무보고에서 기업들의 세금과 비용 감면, 사회간접자본과 디지털 경제를 확충한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170조원에 달하는 자본을 확보하는 한편 9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언했다.

ICT 및 첨단 과학 기술 분야에 1730조원을 투입하는 기술부양패키지도 나올 전망이다. 5G 및 통신망 구축과 인공지능 기술력에 대한 공격적인 가능성 타진에 나서는 한편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을 대표하는 ICT 기업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전인대 업무보고가 열리고 있다. 출처=뉴시스

미국의 ‘압박’에 대한 중국의 ‘대답’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를 마비시킨 가운데, 현재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책임론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국의 기술굴기를 정조준했다. 지난해까지 미국의 보호 무역주의에 실망한 유럽이 화웨이와 손을 잡으며 5G 동맹을 맺었으나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유럽이 중국에 대한 강한 경계심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중국에 대한 총공격을 벌이는 한편 화웨이에 대한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화웨이와 자국 기업의 거래 중단을 유지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여기에 미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어 “화웨이가 미국 기술로 만들어진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며 “미국의 수출 규제를 벗어나려는 화웨이의 시도를 차단할 것”이라 말했다. 사실상 화웨이로 수급되는 반도체 물량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화웨이와 장기간 유대관계를 맺어온 대만의 TSMC가 미국 공장 건설에 나서는 것도 화웨이에게는 불안한 시그널이다. 일각에서는 TSMC가 최근 화웨이 자회사인 팹리스 하이실리콘의 신규 발주를 거부했다는 말도 나온다. 물론 TSMC가 미국 공장 건설에 나서면서 일종의 요식행위를 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화웨이 입장에서는 TSMC가 미국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 장면 자체가 불안요소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양회를 통해 1730조원에 달하는 ICT 첨단 과학 기술 지원안을 만지작거리며 사태는 크게 출렁이고 있다.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대답이며, 당분간 글로벌 ICT 시장에서 두 수퍼파워의 격돌이 장기간 계속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 출처=이코노믹리뷰DB

미국과 중국의 충돌

미국은 양회 직전까지 중국에 대한 코로나19 책임론 프레임을 씌우는 한편, 막말까지 불사하는 초강수를 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시진핑 주석을 정면으로 비판했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1일 브리핑을 통해 중국을 “악랄한 독재국가”라 맹비난했다. 물론 양회 시작과 동시에 무역협상 재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냉온전략을 펼치고 있으나 큰 틀에서 중국과의 신경전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양회 직전, 미 상원이 중국 기업의 상장폐지법안을 전격 가결한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존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이 발의한 ‘외국기업 책임법(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은 중국 기업의 상장폐지법안으로 불리며 쉽게 말해 기준에 맞지 않는 중국 기업의 미국 시장 상장을 임의로 폐지하는 법안이다. 금융적 측면에서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홍콩 입법부를 거치지 않고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두 수퍼파워의 전쟁이 확전될 것이라는 점에 무게를 싣고 있다. 중국 전인대가 홍콩 입법부를 거치지 않고 정기 회기 중 직접 관련 결의안을 통과시킨다면, 사실상 중국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포기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 홍콩 민주화 운동 당시 홍콩 야권 및 민주화 진영을 지지했던 미국에 대한 중국의 반격이자, 두 수퍼파워의 격돌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 요인으로 꼽힌다.

대만을 사이에 둔 신경전도 극한에 이르고 있다. 이미 미국이 대만수권법을 통과시킨 가운데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대만에 약 2214억원 상당의 중형 어뢰를 판매할 것이라 발표하자 외교계가 발칵 뒤집혔다. 대중 강경파임을 숨기지 않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집권 2주기를 맞아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비대칭 전력’ 개발 계획을 밝힌 후 미국이 전격적인 협조 의사를 보였기 때문이다.

▲ 차이잉원 대만총통. 출처=뉴시스

차이 총통은 지난해 5월 대만을 포위하는 적국 군함을 저지하는 비대칭 전력의 대표주자로 잠수함을 거론한 바 있으며 20일에는 중국의 일국양제 수용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잠수함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중국 외무부는 21일 미국에 엄중히 항의하는 등, 대만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21일 미 백악관이 ‘대중 전략 보고서’를 전격 공개한 것도 시선이 집중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백악관은 홈페이지에 공개한 16페이지 상당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근본적인 경제 개혁 및 정치적 개방에 대한 기대는 실패로 끝났다”고 선언하며 “중국과 경쟁적 접근(competitive approach)에 나서야 한다”고 적시했다.

사실상 중국과의 신냉전을 대비한다는 뜻이다. 최근 중국이 헝가리와 일대일로 협력을 시작하는 등 도광양회에서 대국굴기로의 외교전략 기조를 보여주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을 사실상 ‘적’으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정면승부를 불사할 계획이다. TSMC가 미국 공장 건설에 나선다는 발표를 했을 당시 중국 외무부의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은 "여러 영역에서 미중의 협력 본질은 상생협력이라 여러번 강조한 바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면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지만, 싸우면 디커플링과 관계 단절이 된다. 출구가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심지어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중국도 블랙리스트를 만들 수 있다”면서 “여기에는 애플과 보잉, 퀄컴이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양회를 통해 대규모 자본 투자로 맞대응에 나서는 한편 아프리카의 친 중국 국가들과의 유대를 강화하면서 최근 경계심을 보이는 유럽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작업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만나고 있다. 출처=뉴시스

특히 러시아와의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활로를 개척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5주년 기념일을 맞아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통화를 했고,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어떤 세력이 전염병을 이유로 중국을 비난하는 것을 반대하며 확고하게 중국 편에 함께 서겠다"고 말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20.05.22  16: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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