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로(Solo)는 기술적으로는 오토바이지만, 완전히 밀폐되어 있고 핸들과 페달이 달린 자동차처럼 운행한다.    출처= ElectraMeccanica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북미 지역에서 수십 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거의 언제나 픽업 트럭이었다. 포드의 레인저(Ranger), 닷지(Dodge)의 램(Ram), GM의 쉐비(Chevy) 같은 가솔린 모델들이 철벽 시장을 구축해 왔다.

그러나 언제나 이상주의적 사고로 현상을 타파하려는 회사들은 항상 있게 마련이다. 캐나다 밴쿠버의 일렉트라메카니카(ElectraMeccanica)도 그런 회사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올 여름 ‘솔로’(Solo)라는 1인승 승용차를 출격시킬 예정이다. 올해 말이면 세 바퀴가 달린 이 소형 전기차가 로스엔젤레스 거리를 누비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일렉트라 메카니카의 폴 리베라 CEO의 생각은 이러했다. "너무나 많은 차량이 한 사람만 타고 다닌다. 왜 차를 몰고 다니며 서너 개의 빈자리를 남겨두어야 하는가?"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자동차, 트럭, 밴 등으로 통근하는 미국인의 90%가 자신 혼자 타고 차량을 운행한다. 불필요한 중량의 자동차에 대한 대안을 기치로 내건 솔로는 일반적인 SUV 공간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솔로는 앞에서 보면 후드, 그릴, 헤드라이트 등이 있어 자동차처럼 보이지만 뒤에서 보면 바퀴 하나만 보인다.

솔로는 기술적으로는 오토바이지만, 완전히 밀폐되어 있고 핸들과 페달이 달린 자동차처럼 운행한다. 좌석은 하나뿐이지만 양쪽에 문이 있어 접근이 가능하다. 또한 트렁크와 블루투스 스테레오, 에어컨, 후진 카메라 등 일반 자동차의 편의시설을 다 갖추고 있다.

바퀴가 세 개 달린 이 자동차는 미국도로교통안전청이 도로법 상 4륜 차량에 요구하는 충돌시험의 대상이 아니지만 안전벨트와 통합형 롤바(roll bar, 차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차체 위에 덧댄 철체 막대)도 장착되어 있다.  

물론 솔로가 붐비는 자동차 시장에 끼어든 최초의 소형 삼륜차는 아니다. 영국의 리라이언트 자동차(Reliant Motor)가 1970년 오렌지색의 각진 삼륜차 본드 버그(Bond Bug)를 출시했고(4년 후인 1974년에 생산이 중단되었다), 네덜란드의 자동차 회사 카버(Cerver)도 1990년대부터 날씬한 모양의 1인승 3륜차를 제작해 왔다.

자동차 전문지 캘리블루북(Kelley Blue Book)의 칼 브라워 발행인은 "이런 종류의 차는 많았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깨끗하고 공간 효율적인 저렴한 개인 교통수단으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원했으니까요.”

그러나 이런 마이크로카는 연간 수 백만 대의 차량이 판매되는 신차 시장에서 그 판매량이 너무 미미했다. 피아트는 2019년에 소형차 ‘피아트 500s’(Fiat 500s) 판매량이 6556대에 불과했고, 메르세데스도 소형차 스마트(Smart) 판매량이 지난해 680대에 그치자 미국 시장에서 철수했으며, 도요타도 2015년 482대 판매에 그친 소형차 사이온 iQ(Scion iQ)의 생산을 중단했다.

캘리블루북의 브라워 발행인은 "소형차들의 이 같은 미미한 숫자로는 지구는 커녕 교통 혼잡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렉트라 메카니카의 리베라 CEO는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체계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솔로는 중국 충칭에서 연간 약 300만 대의 오토바이를 생산하는 중국 오토바이 제조업체 종신산(宗申, Zongshen)그룹과 손잡고 제작된다. 지금 당장이라도 연간 2만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지만, 일렉트라 메카니카의 리베라 CEO는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체계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 코로나바이러스는 교통 지형을 바꾸어 놓았다. 대중교통 이용객이 급감하고 일자리를 잃은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중대형차는 감당할 수 없는 짐이 되었다. 게다가 기후 변화의 위협은 이제 현실이다. 이 모든 것이 솔로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솔로의 뒷 모습.     출처= ElectraMeccanica

엘렉트라 메카니카는 올해 말 로스엔젤레스를 시작으로 전기차에 대한 후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포틀랜드 등 어리 어댑터 도시부터 판매를 확대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솔로를 구입하면 750달러(92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오레곤주는 2500달러(3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리베라 CEO는 솔로가 향후 18개월에서 2년 후면 전세계로 확장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일렉트라 메카니카는 또 딜러가 아닌 소매 매장을 통해 자동차를 판매하는 테슬라의 판매 방식을따라, 로스앤젤레스 지역 두 곳의 매장을 필두로 쇼핑몰 키오스크를 통해 솔로를 판매할 계획이다.

캘리포니아의 쇼핑몰들은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으로 인해 현재 문을 닫았지만, 주정부의 전업주문이 해제되면, 아마도 이번 달에 솔로 키오스크가 가동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두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교통 지형을 바꾸고 있다. 전국적으로 대중교통 이용객이 급감하고 있다. 중대형 자동차들은 갑자기 일자리를 잃은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짐이 되었다. 게다가 기후 변화의 위협은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이 모든 것이 솔로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만진 것에 접촉하는 것을 주저하는 시기에 솔로를 시장에 선보이는 것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1만 8500달러(2200만원)의 가격대는 2020년 3월 현재 승용차 평균 판매가격(3만 5667 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배기가스는 제로이고, 최고 속도는 시속 80마일(130km), 1회 충전당 최대 100마일(160km)까지 이동할 수 있다. 레벨 1 또는 2 충전기로 충전이 가능하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교 교통학연구소의 후안 매튜트 부소장은 "개념적으로는 충분히 말이 된다"면서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환경적으로 유익한 것이 반드시 개인이 좋아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비록 큰 자동차의 모든 기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미국 운전자들의 5% 밖에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들은 가장 성능이 좋고 공간이 넓은 차량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매튜트 부소장은   말한다. 미국에서 픽업트럭과 SUV의 인기가 높은 이유다. 솔로의 가격은 일반 자동차에 비해 훨씬 낮지만, 침체기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의 50%가 캘리포니아에 집중돼 있어 충전 기반시설 구축도 장애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