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o4 Forest-Black hole, 182×228㎝ Mixed media, 2015 ⓒADAGP

일 년 전, 류영신의 작품에 대해 글을 쓰면서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 그녀의 작품에서 보이는 진화, 즉, 나무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나무라는 요소는 흥미롭고 다가서고 싶어지는 모호함을 자아낸다. 물론 거의 모든 낭만적인 그림에서(여기서 나는 들라크루아(Delacroix)의 작품을 떠올려 본다)작가는 여러모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는 애매모호함을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이런 매력적인 애매모호함이 느껴지는 작품은 대개 모더니즘적 미학을 따르는 편인데, 류영신의 작품에서도 그 울림이 느껴지는 듯하다.”

이렇게 쓰면서 그녀의 작품이 나뉘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부 작품은 한국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너무 팝 아트적인 요소가 많다. 그러나 지워지지 않는 자작나무를 주제로 한 더 힘 있는 작품들에서는 전통 모더니즘에 가까운 전조가 느껴진다. 이후의 그림들에서는 나무 등걸의 표면이 작품의 표면과 묘하게 융화되는 것이 느껴진다. 모호한 느낌이 작품에 스며들기 시작하면서 좀 더 도발적이고 흥미로워진다고 느껴졌다.

숲 시리즈를 보면서 작품의 표면이 실제 자작나무 등걸처럼 느껴지는 사람도 있으리라. 그러면서 나무 등걸 표면에서 촉감이나 질감으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증거가 나무의 “나무스러움”에 필수적인 요소라고 여길 수도 있다. 이는 어찌 보면 선불교(禪宗)의 사상과 가깝기도 하다.

류영신의 최근 작품에서 보이는 탁월한 통찰력 중 하나가 바로 화가로서의 선명한 접근법이다. 그녀의 시적인 감성이 숲의 어두운 구석에 닿아 울림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그녀가 뽕나무로 만들어진 종이를 캔버스 위에 놓고, 그 표면 위에 그녀가 몇 년 전 탐구했던 유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사실이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화가는 나무 등걸에서 채취한 재료로 만들어진 종이 위에 나무 등걸을 그린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그림이 그려진 뽕나무 종이 표면은 화가의 나무에 대한 회상, 그리고 화가(South Korea Painter RYU YOUNG SHIN,서양화가 류영신,류영신 작가,柳栐慎,ARTIST RYU YOUNG SHIN)가 나무에 대한 추억을 되살리며 그리는 나무 그림과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기억과 현실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글=로버트 C 모건(Robert C. Morgan)

저명한 미술 평론가로서 1997년 이래 한국에 자주 방문해서 강의한 적이 있다. 짤즈부르그의 유럽예술과학협회원(European Academy of Sciences and Arts in Salzburg)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