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통신요금 이용약관인가제(요금인가제)가 폐지됨에 따라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본격적인 3사의 요금제 경쟁과 함께 다양한 요금제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형성된 반면 독과점인 통신 시장의 구조상 요금제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거세다.

20대 국회는 요금인가제 폐지 내용이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20일 열린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전기통신사업법을 비롯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처리를 21대 국회로 넘겨야한다는 업계 일각의 주장도 있었으나 막지 못했다.

요금인가제는 유무선 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거나 요금을 인상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가를 받도록 한 제도로 1991년 도입됐다. SK텔레콤의 이동전화와 KT의 유선전화가 대상이 됐다.

그러나 통신요금 요금인가제는 자유로운 요금경쟁을 막고 통신사간 담합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실제로 그동안 SK텔레콤이 새로운 요금을 내놓으면 KT와 LG유플러스가 비슷한 요금제를 출시하는 수순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이에 차별화된 요금제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요금인가제 폐지는 지난 2014년부터 추진해왔지만 매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바 있다.

요금인가제가 폐지됨에 따라 SK텔레콤도 KT와 LG유플러스와 같이 신규 요금제 출시에 대한 정부 인가를 받지 않고 신고만 하면 된다. 다만 요금제 신고 후 소비자 이익이나 공정 경쟁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인정되면 15일 이내에 신고를 반려하는 ‘유보신고제’가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마련됐다. 심사기간이 짧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검토에 집중하면 가능할 것이라는 게 과기정통부의 관측이다.

통신비 부담 늘어 vs 요금제 경쟁 활성화

▲ 통신3사 CI. 출처=각사

요금인가제 폐지에 따른 요금 인상 우려가 제기된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전기통신사업자법 개정안에 대해 일제히 반발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생경제연구소, 오픈넷, 소비자시민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한국소비자연맹 등은 지난 1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금인가제 폐지 법안 반대 성명을 냈다.

정부의 통제가 없을 경우 통신비가 필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게 골자다. 가령 지난해 5G가 상용화 하며 SK텔레콤은 7만원대로 시작하는 요금제 인가를 신청했지만 반려당했고, 결국 5G 요금제는 5만원부터 형성된 바 있다. 이처럼 정부가 개입해야 소비자 부담을 덜어준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 및 업계는 요금인가제 폐지가 오히려 통신요금 인하와 요금제의 차별화 등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3사가 모두 신고제로 돌아가면 인가받은 SK텔레콤의 신규 요금제를 바로미터 삼아 나머지 사업자들이 비슷하게 따라가는 기존의 관행이 사라지고 본격적인 요금제 차별화 경쟁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거와 대비 1위 사업자의 영향력이 줄어든 점도 요금인가제 폐지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2002년 3월 기준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은 52.8% 수준이었던 반면 올해 3월 42.1% 수준으로 하락했다. 여기에 알뜰폰 사업자도 등장한 양상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만약 통신사별 품질 격차가 컸던 10년 전 요금인가제가 폐지됐다면 1위 사업자에게 막강한 힘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지금은 그런 시기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