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아마존은 2017년 신선식품 유통업체 홀푸즈(WHOLE FOODS)를 137억달러(약 16조8578억원)에 인수했을 당시, 업계에서는 이커머스로 정점을 찍은 아마존이 오프라인 거점 확보로 유통업계의 최강자가 되려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아마존이 118년 역사가 있는 미국의 백화점 ‘J.C 페니(Penny)’의 인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는 또 한번 들썩이고 있다.
무너진 118년의 역사
J.C 페니는 1902년 설립된 미국의 백화점 체인 브랜드다. 단순한 백화점이 아닌, 가성비 좋은 상품들을 주로 판매하는 매장이자 익숙한 삶의 일부다. 실제로 유통이 곧 오프라인이었던 지난 역사에서 J.C 페니는 시어스(SEARS)·메이시스(Macy’s)와 함께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미국인들의 소비문화를 지배해왔다.
이런 가운데 J.C 페니가 지난 15일(현지시간) 누적되는 적자와 빚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파산보호 신청을 해 충격을 주고 있다.
J.C 페니는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며 미국 전역에서 850개 점포를 폐쇄하고 약 8만5000명의 직원들을 해고하는 등으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그러나 악재의 연속이 이어지며 J.C 페니의 시가총액(Market Capitalization·상장된 주식을 시중가격으로 평가한 총액)은 급락한다. 2016년 3월 8일 36억달러(4조4298억원)를 기록한 시가총액은 지난 19일(현지시간) 3600만달러(약 442억원)까지 떨어지며 최근 5년내 최저치를 기록한다.
최근에는 39억5100만달러(약 4조8600억원)에 이르는 채무상환의 기간을 연장하는 데에 실패했다. 그러자 백기를 든 J.C페니는 만기가 돌아온 2900만달러(약 360억원)의 채권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보호 신청서를 냈다. 이를 기점으로 J.C.페니의 채무는 일시적으로 동결되며 이후 미국 파산법에 따라 자산의 매각 절차가 진행된다.
J.C페니만 수난을 겪은 것은 아니다. J.C페니와 유사한 입지에 있던 시어스(SEARS)와 메이시스(Macy’s)도 경영난에 시달리며 지난 수 년 동안 수없이 많은 지점을 정리하고, 수없이 많은 임직원들을 해고했다.
전통의 유통강자들이 휘청이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그 중에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에게 업계의 주도권을 완전히 빼앗긴 점이 눈길을 끈다. 여기에 최근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로 미국의 소비자들의 외출이 자제하면서 사실상 J.C페니를 포함한 미국의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는 평가다.
미국 CNN은 “J.C.페니는 이커머스와의 경쟁에서 패배했고, 끝내는 코로나19에 의해 완전히 쓰러지고 말았다”고 논평했다.
아마존의 접근?
J.C페니는 물론 전통 유통업의 어려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의 미디어 댈러스 모닝 뉴스(The Dallas Morning News)는 19일(현지시간) WWD(Women's Wear Daily)의 보도를 인용하며 “아마존의 관계자들이 J.C 페니의 본사가 있는 텍사스 플라노에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미국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아마존이 J.C페니를 인수한다면, 각 매장을 첨단 기술이 반영된 소매 유통채널과 물류 센터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는 구체적인 내용도 밝혔다.
댈러스 모닝 뉴스는 비록 “WWD의 보도와 관련해 어떤 이유로 관계자들이 텍사스를 방문했는지에 대해 아마존에게 물었으나 대답을 듣지 못했다”라 부연했으나, 업계는 이 소식 하나만으로 크게 들썩였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기업의 인수합병은 설사 아마존이라고 할지라도 단기간에 결론을 낼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에 미국에서는 “아마존이 J.C페니의 인수로 오프라인 경쟁력을 더 강화하려고 한다”라는 의견과 “인수의 검토는 할 수 있겠지만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오프라인 채널을 아마존이 실제로 인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라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연기나는 굴뚝에는 '이유'가 있다
아마존의 오프라인 영역 확장은 잘 알려졌으나, 구체적인 행보에 대해서는 사실 의견이 분분하다. 워낙 많은 관심이 집중되어 있으며,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해프닝도 벌어진다. 실제로 영국 데일리메일(Dailymail)은 지난 12일 “아마존이 미국 영화관 체인 AMC의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보도의 여파로 AMC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순식간에 주당 4.1달러에서 6.41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곧 다른 미디어에서 “아마존과 AMC 사이에는 그 어떤 협의도 없었다”라는 보도가 나왔고, 아마존 측도 여기에 대해 부인하면서 AMC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또 순식간에 5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아마존의 오프라인 행보를 두고 많은 추측이 난무하는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우선 2017년 홀푸즈 인수 이후 아마존은 오프라인 역량 확장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아마존은 현금성 자산을 39억달러(약 49조원)에서 지난해 말 528억달러(약 65조원)까지 끌어올리며 추가 투자 여력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여기에 글로벌 유통업계에서 온-오프라인의 융합 시너지를 도모하는 옴니채널(Omni-Channel)이 떠오르고 있는 것을 아마존이 모르고 있을 리 없다는 관점은 아마존의 행보를 전망하는 것에 '고차방정식'을 덧대게 만든다.
다만 미국에서는 이커머스와 물류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유통업이라는 아마존의 본업을 고려하면 AMC의 극장 체인보다는 J.C 페니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업계 한 전문가는 “옴니채널의 대두, 충분한 실탄(현금)의 보유, 홀푸드 인수 이후 멈춰있는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 등 여건을 고려할 때 아마존은 J.C페니에 큰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여기에 J.C페니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인수 가액이 낮아져 있는 것 또한 아마존에게 상당히 유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