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이전에 코첼라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같은 대규모 축제들이 일자리 창출과 GDP 성장에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출처= The Verg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곤경에 빠져 있는 분야가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Coachella Valley Music and Arts Festival) 같은 스포츠 및 음악 축제 등 사람을 끌어 모으는 비즈니스는 일자리 창출과 GDP 성장에 상당 부분을 기여해 왔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의 강한 전염성은 다른 비즈니스가 재개를 위한 기지개를 펴기 시작할 때에도 전혀 재개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

<체험 경제>(The Experience Economy)의 공동 저자인 조 파인은 "사람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곳들이 지금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곳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런 암울한 현실은 크고 작은 사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의 대규모 집회가 적어도 당분간은 모두 취소 내지 연기되면서, 모든 라이브 행사는 사라졌고 이는 해당 업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커다란 심리적 타격을 주고 있다.

지난 3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릴 예정이었다가 취소된 음악·영화·기술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의 롤랜드 스웬슨 최고경영자(CEO)는 "인간의 접촉은 우리 사업의 존립 기반"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없어지면, 세상은 더 가난한 곳이 될 것입니다."

그런 라이브 이벤트가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1955년 디즈니랜드가 개장하면서 테마파크 사업을 촉발한 이후, 최근 수십 년 동안 해리포터의 위저딩 월드(Wizarding World of Harry Potter), 그레이트 울프 로지(Great Wolf Lodge) 워터파크 등이 잇따라 생기면서 미국 가정들의 관심(그리고 돈)을 놓고 경쟁해 왔다.

또 라이브 스포츠가 수익성이 높은 텔레비전 콘텐츠 자산이 되면서, 프로농구리그(NBA), 메이저리그(Major League) 같은 스포츠 리그들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최첨단 편의시설을 갖춘 화려한 경기장이 지어졌으며, 해당 스포츠의 경기 수도 늘어났다.

음반 사업이 흔들리자 콘서트는 음악 활동의 수익 중심이 되었다. 많은 미디어 회사들은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것이 잡지를 발행하는 것보다 더 수익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최근 컬러 팩토리(Color Factory)나 캔디토피아(Candytopia) 같은 쌍방향 팝업 체험도 급증하고 있다.

에픽 게임즈의 포트나이트 월드컵은 e-스포츠 대회의 새 장을 열었고, 심지어 음식점도 음식 자체만큼이나 식당의 분위기로 손님을 끈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수익률 좋은 라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집과 사무실 밖에 사람들이 머물기 원하는 공간을 만들면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5달러면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전체 분위기를 즐길 수 있으니까요.”

이런 체험 산업의 경제적 생산은 급증했다. 미국 경제분석국에 따르면 지난해 예술, 오락, 레크리에이션, 숙박, 음식 서비스 부문이 창출한 GDP는 거의 1조 6천억 달러로 10년 전의 9790억 달러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이런 체험 산업들은 꾸준히 일자리를 창출했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의 레저와 환대, 관광 산업에서의 고용은 약 30% 증가해 올해 초에 1700만 명에 달했다.

미국내 제조업이 쇠퇴함에 따라, 대규모의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일과 관련된 산업은 고용에서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것은 단지 핫도그 판매원, 주차장 직원, 경비원들 만이 아니었다. 라이브 이벤트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온 분야가 둥원되면서, 이벤트 기획자, 조명 전문가, 온라인 티켓팅 플랫폼인 이벤트브라이트(Eventbrite) 같은 스타트업들이 대거 탄생했다. 심지어 일부 기업에는 ‘경험사업 최고책임자’ 같은 새로운 고위 직책도 생겼다.

그러나 사람이 모이는 것에 의존하는 경제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해 속절없이 무너졌다. 지난 두 달 동안, 레저와 환대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는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어, 코로나로 인한 일자리 감소의 약 4분의 1을 차지했다.

▲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백신이 나오는 내년까지는 팬들이 직접 경기장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출처= Stardium Journey

최근 대부분의 주에서 봉쇄령을 풀고 조심스럽게 경제 재개를 모색하고 있지만 영화관, 스포츠 경기장, 대부분의 관광 명소들은 여전히 문을 닫은 채로 남아 있고, 이 중 많은 곳들은 적어도 몇 달 동안 문을 열지 못할 수도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백신이 나오는 내년까지는 팬들이 직접 경기장에 참석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면역이 생길 때까지, 백신이 나올 때까지 꽉 찬 경기장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현재의 조건으로는 재개방은 매우 도전적인 문제입니다.”

그의 평가가 맞는다면 이는 메이저리그(MLB)(지난해 수입 107억 달러, 13조원)와 미국프로농구(NBA)(80억 달러, 10조원), 미국프로축구연맹(NFL)(150억 달러, 18조원)에는 나쁜 소식이다.

테마파크 외에도 스포츠 전용 채널 ESPN을 보유한 디즈니 같이 라이브 이벤트에 의존하는 기업들은 다른 부문의 기업들보다 주가가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카니발(Carnival), 로열캐리비안 (Royal Caribbean), 노르웨지언(Norwegian) 등 3대 크루즈 사업자의 주가는 올해 모두 67% 이상 하락했다.

대량 실업으로 개인의 가처분소득은 감소했고 기업들은 대부분의 출장을 보류시킴에 따라 세계 각지의 관광이 일체 중단된 가운데, 주요 항공사들은 생존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전에 있었던 일상적인 일들, 무역 박람회, 산업 컨벤션, 컨퍼런스 업계도 사람들의 여행이 다시 안전해지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것인지 의문이다.

붐비는 카지노와 많은 라이브 쇼가 경제의 생명선인 라스베이거스 같은 도시들도 고통스럽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이지 못함으로 인한 대규모 일자리 감소와 체험 산업의 침체는 단순히 기업의 어려움을 이미 국가 정신에 더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록 그것이 상업적이었다 하더라도 이벤트 비즈니스는 또한 우리 정체성의 중심이다.

<모임의 미학>(The Art of Gathering)의 저자 프리야 파커는 "우리가 월드컵이나 록 콘서트에 가는 것은 단순한 상업적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정체성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벤트 업계 종사자들은 앞으로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궁금해하고 있다.

에어비앤비(Airbnb)의 경험사업 최고책임자이자 디즈니에서 테마파크를 총괄했던 캐서린 파월은 “사람들이 다시 모이는 것이 안전해지면 관중들도 돌아올 것”이라는 낙관론을 피력했다.

"봉쇄령이 풀리면, 연결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억눌린 수요가 폭발할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다는 초기 징후들은 있다. 디즈니는 최근 상하이에 테마파크를 재개장했는데 짧은 시간 안에 표가 매진되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감을 조장하기 위해 입장객 수가 크게 제한되었고, 거리 두기나 소독제 비치 등 건강 예방책도 곳곳에 준비되었다.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와 유니버설(Universal)도 사회적 거리 제한, 마스크, 온도계 등을 비치한 채 일부를 재개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때 거대 기업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테마 파크는 개장 이후에도 코로나 이전에 벌어들였던 것보다는 극히 일부만을 벌게 될 것이고, 방문객들의 마음에서 바이러스는 완전히 떨쳐지지 않을 것이다.

“치명상을 입은 다른 업계와 마찬가지로, 스포츠, 여행, 환대, 이벤트 업계가 정상으로 돌아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물론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