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 목표

제약사ㆍ바이오텍, 오픈이노베이션 강화

병용요법 주목

▲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출처=머크(Merk)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연평균 19% 성장하고 있는 면역항암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암 세포를 사멸하도록 유도하는 치료제로 3세대 항암제로 불린다. 블록버스터급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옵디보’는 약물 특성상 다양한 암종에 적용이 가능해 적응증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적응증 확대와 더불어 면역항암제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차세대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거나 기존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병용요법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키트루다ㆍ옵디보, 2022년 매출 60% 이상 성장 전망

21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시판 중인 주요 면역항암제는 키트루다와 옵디보, 티쎈트릭, 임핀지 등이 있다. 시장조사기업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키트루다 매출은 2018년 61억2000만달러에서 2022년 98억8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옵디보 매출은 60억4000만달러에서 95억9000만달러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각각 61%, 59% 성장한 수치다. 티쎈트릭과 임핀지 매출도 같은 기간 각각 219%, 510%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2018부터 2022년까지 PD-L1을 이용한 면역관문조절제 매출 및 전망(단위 십억달러). 출처=이밸류에이트파마

면역항암제의 매출 증가는 전 세계에서 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과 특성상 다양한 암종에 대해 적용이 가능해 이뤄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2012년 1410만명이었던 전 세계 암 환자는 2035년 2400만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암환자 증가에 더해 화학항암제부터 3세대 면역항암제까지 암 정복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주요 항암제는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트루다와 옵디보 등은 면역항암제 중에서도 면역관문억제제로 분류된다. 인체는 과도한 면역반응을 억제하기 위한 면역관문억제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암세포는 면역세포를 속여 공격을 받지 않는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를 속이는 기능을 못하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면역관문억제제는 인체 면역을 활성화한다는 특징에 따라 다양한 암종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키트루다는 주요 적응증으로 흑색종, 전이암, 비소세포폐암, 두경부암, 호지킨스 림프종, 요로상피세포암, 위암, 간암, 자궁경부암 등을 보유하고 있다. 옵디보 역시 흑색종, 전이암, 비소세포폐암, 신장암, 호지킨스 림프종, 두경부암, 요로상피세포암, 대장암, 간암, 소세포폐암 등의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치료제에 비해 높은 효과를 나타내는 면역관문억제제들은 적응증 확장을 통해 1차 치료제로 추가 승인을 받으면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면역항암제, 차세대 개발ㆍ병용요법 주목

동아에스티는 2016년 면역항암제 DA-4501을 후보물질을 도출하기 전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에 기술이전했다. 계약에 따르면 전임상까지는 공동 개발하며 이후 임상개발과 허가 및 판매는 애브비가 담당하기로 했다. 이는 올해 하반기 임상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임상 진입 시 개발 단계에 따른 계약금을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아에스티는 또 2018년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면역항암제 공동 R&D 계약을 체결했다. 동아에스티와 아스트라제네카는 연구 중인 3가지 면역항암제 타깃에 대한 선도물질 및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물질탐색연구를 공동 진행하고 있다.

유한양행과 미국 항체신약 개발기업 소렌토가 합작해 2016년 설립한 조인트 바이오텍 이뮨온시아는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뮨온시아는 최근 면역항암 후보물질 ‘IMC-002’의 임상 1상 계획서를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에 제출했다. 이뮨온시아는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IMC-002는 CD47을 타깃하는 면역항암제로 암 조직 내에서 선천성 항암 면역작용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면역세포의 생성도 기대할 수 있어 다양한 혈액암과 고형암에서 암 성장 억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뮨온시아 관계자는 “CD47을 타깃으로 하는 신약의 글로벌 임상을 추진하는 동시에 임상개발 협력 및 기술이전 등의 상업화 추진도 가속화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및 유전체 빅데이터 기반 신약개발 기업 신테카바이오는 자체 발굴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STB-C017’의 전임상 결과를 내달 개최될 미국암학회(AACR2020)에서 발표할 방침이다. 해당 후보물질은 대장암 마우스 모델에서 면역을 억제하는 물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차단하는 기전이 확인됐다.

▲ 면역항암제는 암세포가 억제한 인체의 면역세포를 활성화 시켜 암세포를 공격하게 한다. 출처=연세대암병원

면역관문억제제의 가장 큰 약점으로는 일부 암에서 반응률이 매우 낮다는 점이 꼽힌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는 방법 중 하나가 병용요법이다. 면역관문억제제 병용임상 건 수는 2017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1103건에서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2251건으로 늘어났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을 선도하는 트렌드로 볼 수 있다.

매드펙토는 ‘백토서팁’을 재발성 대장암을 대상으로 키트루다와 병용하는 임상 1b/2a상과 비소세포폐암을 대상으로 임핀지를 병용하는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다.

파멥신은 ‘올란바시맵’으로 재발성 뇌종양 환자와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키트루다를 병용하는 임상 1b상을 진행 중이다.

두 기업은 글로벌 제약사 머크와 아스트라제네카 등 면역관문억제제를 보유한 제약사들로부터 임상용 약물을 지원받아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임상 진행 과정과 결과도 공유하는 등 협력 관계에 있다. 하이투자증권 박재경 애널리스트는 “긍정적 결과에 따라 기술이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