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LG전자가 구미 TV 라인 일부를 인도네시아로 이전한다. 구미 TV 라인을 일종의 콘트롤 타워로 구축하는 한편 각 권역별 제조거점을 구축하는 작업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방침이지만, 협력업체의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여 현지 시민단체의 반발도 있을 전망이다.

아시아권 TV 거점 ‘낙점’

LG전자는 20일 이르면 연내 인도네시아 찌비뚱(Cibitung) 공장의 TV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해 아시아권 TV 거점 생산 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995년 준공된 찌비뚱 공장은 TV, 모니터, 사이니지 등을 생산하고 있다. 조립 및 품질검사와 포장 등 전 공정에 자동화 설비도 대거 확충해 생산능력을 50% 늘린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TV 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생산지 효율화를 통해 가격경쟁 심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한다는 취지다.

구미사업장 TV 및 사이니지 생산라인은 기존 6개에서 4개 라인으로 조절하고 롤러블(Rollable), 월페이퍼(Wallpaper) 등 고도화된 생산 기술이 필요한 최상위 프리미엄 TV와 의료용 모니터를 전담 생산한다.

6개 구미 TV 라인 중 2개를 인도네시아로 옮겨 현지를 아시아 TV 제조 거점으로 구축하고 구미 라인을 미래기술에 집중시키는 한편 마더 팩토리이자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기는 그림이다. 또 신제품 양산성 검증과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수행한다.

LG전자는 “글로벌 TV 생산의 마더 팩토리인 구미사업장을 필두로 권역별 거점 생산 체제를 강화하는 취지”라면서 “아시아는 찌비뚱(인도네시아), 유럽은 므와바(폴란드), 북미는 레이노사 및 멕시칼리(멕시코)에 위치한 생산 공장이 각각의 시장에 TV를 전담 공급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LG전자는 2015년 이후 태국 라영, 중국 심양, 폴란드 브로츠와프, 베트남 하이퐁, 카자흐스탄 알마티 등 TV 생산지를 인근 생산지로 통합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LG전자의 결정을 두고 각 생산거점의 권역별 통합 전략이 빨라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LG전자는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 LG 하이퐁 캠퍼스로 통합 이전한 바 있으며, 이는 국내 사업장의 높은 인건비 부담을 떨쳐내는 한편 각 영역별 제조 거점을 글로벌 시장에 권역별로 통합시키는 작업의 연장선이다. 이번 인도네시아 TV 라인 이전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구조조정 없지만...구미 분위기 ‘우울’

LG전자는 구미 TV 라인의 조정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방침이다. 사무직과 기능직을 포함한 구미사업장 인력을 전원 재배치하며 TV 관련 직원 500여 명 가운데 대부분은 같은 사업장 내 TV 생산라인과 태양광 모듈 생산라인에서 근무를 지속한다.

일부 직원들은 경기도 평택 소재 LG디지털파크로 근무지를 옮기고, TV 관련 서비스와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LG전자는 평택으로 이동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 융자와 전임비, 근무지 이동휴가,주말 교통편 제공 등 편의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다.

LG전자의 구미 TV 라인 조정은 LG전자 입장에서 유연한 경영의 묘수지만, 현지에서는 우려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구미경실련은 최근 LG전자가 TV 라인을 인도네시아로 옮길 수 있다는 말이 나오자 즉각 성명을 통해 “거시적으로 잃을 게 더 많은 선택”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어 “구미시는 대기업 탈 구미 무대응, 무기력증 분위기를 쇄신하고, 국회의원 당선인들은 리쇼어링 보완입법 대책 의지를 밝혀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최근 구미 지역을 떠나는 대기업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LG전자 TV 라인 일부도 이전절차를 밟으면 지역경제가 파탄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