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사천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항공기동(棟)에서 직원들이 FA-50과 수리온 헬기의 나사를 조이고 전자기기를 설치하는 등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출처=한국항공우주산업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깜짝 실적을 내 이목이 쏠린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AI는 1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661억원으로 전년 동기 334억원대비 약 2배(97.9%) 증가했다. 매출은 8277억원으로 전년대비 31.2% 증가했고, 순이익도 795억원으로 87.1% 늘었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분기 5.29%에서 올 1분기 7.99%로 2.7%p 증가했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사상초유의 위기에 놓인 것과 대비되는 깜짝 실적이다. 실제로 대형 항공사부터 LCC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업체들이 최악의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으나, KAI의 성적은 독보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KAI의 기체부품·민수 등 부문 매출 비중이 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핵심사업인 방위산업에서 선방한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수리온 계열 완제기 납품이 순조롭게 진행됐고, 초음속 훈련기(T-50TH) 태국 수출사업 중 3기를 조기 납품해 호실적에 영향을 끼쳤다. KF-X(한국형전투기) 개발 사업 매출도 전년 동기대비 약 1000억원 증가했다. 아울러 수선비 등의 판관비가 전년동기대비 약 95억원 감소했고 환율도 우호적으로 작용하면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도 KAI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AA-)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신평이 지난 2018년 12월 분식회계 의혹이후 신규 수주물량이 위축된 점 등을 이유로 회사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한 지 약 1년 6개월 만이다. 

한신평은 “군수사업을 중심으로 수주 물량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며, 수주잔고와 납품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영업실적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KAI는 2018년과 2019년을 지나면서 실적을 대부분 회복해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지난해에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1102억원, 영업이익 2756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2016년 매출을 넘어서기도 했다. 

수주잔고도 나쁘지 않다. 2013년 수리온 2차, FA-50양산, T-50 이라크 수출에 이어 2015년 KF-X 등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면서 2015~2018년에는 약 18조원 내외의 수주잔고를 유지해왔다. 2017년 방산비리와 분식회계 의혹 관련 검찰수사 이후 수주활동이 크게 위축되긴 했지만 민수사업 수주가 크게 늘어나며 2017년 1조9000억원이던 신규수주는 2018년 2조9000억원까지 늘어났다. 

다만 지난해의 경우 완제기 수출사업의 수주 부진이 이어진 가운데, 주요 양산사업의 발주가 연기됨에 따라 신규수주는 약 1조3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3월 말 기준으로 매출의 약 4.8배인 15조9000억원의 풍부한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KAI가 2분기 민항기 기체부품사업 부진과 전세계 국방 예산 감축 등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항공업계가 위기에 빠지면서 민항기 관련 기체부품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여객기 운항이 감소하면 수리 및 부품 교체의 필요성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코로나19 장기화로 유럽·동남아 지역 글로벌 방산 전시회가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다는 점도 악재로 거론된다. 실제 KAI의 1분기 신규 수주 금액도 317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KAI의 경우 KF-X 등 대형 국책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개발 성과에 따라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주가 연기된 전술입문용훈련기 2차, 수리온 4차 등 대규모 양산사업 등 군수사업에서만 약 2조원 이상의 신규수주가 예상된다.

또한, 향후에도 군수사업에서 대규모 체계개발사업, 수리온 파생헬기 등의 수주가 기대돼 특히 군수사업에서 안정적인 수주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과거 수주 및 납품 실적, 주요항공기제조사와의 영업관계 등을 감안할 때, 항공수요가 회복되고 완제기 수출 협상도 재개되는 경우 민수사업 및 완제기 수출사업의 수주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에 따른 납품 지연으로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KF-X 개발사업 관련 매출의 증가 추세, 완제기 인도일정 등을 고려할 때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KAI는 올해 초 국내 방위산업 매출액 목표를 전년대비 36% 증가한 1조9000억원, 올해 신규수주 목표는 4조2000억원을 제시했다. 국내 수주 2조2000억원, 수출 5000억원, 기체부품 1조5000억원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