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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골프 흐트러진 스윙, 무릎·관절 뒷탈 부른다여민선의 골프 뒷담화 20 | 그린 위의 적색경보 ‘술’

골프를 끝내고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휴대폰으로 대리운전을 부른다. 지금 막 스크린골프를 마친 골퍼들이다. 회사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한 후 스크린을 통해 기분좋게 운동을 하면서 맥주 한잔을 기울이고 내기를 하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고 집으로 간다. 날씨에 매우 민감한 골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골프의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실내 스크린골프는 정말 편리하고 신나는 문화다. 게다가 실제 라운딩보다 경제적이고 빨리 끝나는데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매력에 사람들은 스크린 골프를 찾는다.

그러나 요즘 스크린 골프 문화가 이상한 방향으로 자리잡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스크린 골프를 경험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리얼하기로 유명한 스크린 골프장을 찾은 적이 있다. 처음이라 생소했지만 떡볶이나 피자, 치킨 등의 음식을 시켜 먹는 재미는 분명 특이하고 좋았다.

스크린 라운딩 내내 함께 이야기 하고 서로 스윙을 봐주며 가까이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 필드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꼈지만 술 담배를 못하는 필자는 진한 담배 연기때문에 라운딩이 끝나는 내내 숨이 막혀 큰 고생을 했다. 연줄 피워대는 담배 연기는 아무리 좋다는 필터도 이겨내지 못할 것 같았다. (실제 그 날 이후 병원에 가서 결막염 수술을 할 정도로 타격이 컸다). 맥주로 가볍게 시작한 술은 어느새 강도가 높아져 있었고 결정적으로 취기가 오른 골퍼들은 처음과는 영 다른 골프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런 음주골프가 몸에 어떤 충격을 줄까?’ 하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고 신문이나 기사를 통해 읽어 내려간 뉴스에는 몇 가지 놀라운 사실들이 숨어 있었다. 특히 그 중에서 ‘허리가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치명타’라는 기사를 유심히 보게 되었다. 그 이유를 보니 술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재미 삼아 멀리 치려고 격한 스윙을 하면서 허리에 무리를 주면 평소 디스크가 있던 사람은 디스크가 재발되거나 무릎에 부담을 주어 연골마모를 가속화한다니 기분 좋게 골프 한번 치러 갔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골프가 고관절에 무리를 준다는 보고는 처음 듣는 것이 아니기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매일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유연성을 키우고 스윙에 필요한 근육들을 붙이는 것이 부상을 막는 일이라 선수들은 물론이요 일반 골프마니아들도 골퍼의 몸을 만들기 위해 헬스 클럽에서 따로 트레이닝을 받기도 하고 땀을 흘리는데, 알코올에 취한 상태에서 혹은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클럽을 마구 휘두른다는 것은 분명히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임팩트와 파워를 중요시 하는 골프 스윙 중에는 나의 체중 10배 정도의 부담이 무릎이나 관절로 간다는 보고가 있는데 평소 무릎이나 손목, 허리 등이 좋지 않은 골퍼들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얼마 전 타이거 우즈가 무릎수술을 하느라 한동안 TV에서 볼 수 없어 시청률이 떨어졌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부드럽고 젠틀한 스윙으로 유명한 어니엘스도 무릎수술을 했다.

또 필자가 좋아하는 슈퍼땅콩 김미현 선수마저 무릎부상으로 오랜 시간 고생을 하더니 얼마 전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박지은 선수도 고관절 부상을 겨우 회복하고 시합에 복귀 한다고 한다. 이런 세계적인 선수들이 얼마나 운동을 하고 관리를 하는지를 생각한다면 무릎부상은 늘 모든 골퍼를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결국 모든 일상생활이나 운동은 정신과 몸이 깨어있어야 한다. 그래야 몸이 주는 신호를 느끼고 판단해 제어를 하면서 더하거나 뺄 것이 아니겠는가. 이 신호를 무시한 채 마구 달린다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골퍼인 나에게로 올 것이다.

필자는 오래 전 미국에서 날씨가 아주 좋은 날 라운딩을 할때 경험이 떠오른다. 10번홀을 지나 11번홀로 걸어가는데 크고 넓은 호수가 있었다. 그 길에는 작은 비석이 있었는데 사람이름과 그를 추모하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라운딩이 끝나고 프로샵에 가서 그 비석에 대해 물어보게 되었는데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라운딩을 하면서 술을 마신 한 골퍼가 11번홀에서 12번홀로 카트를 운전하고 가던 중에 카트펫트 커브길을 벗어나 그만 호수로 카트가 빠져버렸다고 한다.

그는 결국 사망했고 그 사람을 기억하는 친구들이 그를 위한 기념비를 만들어 그를 추모하는 비석을 세웠다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가 30대의 젊은 골퍼였다는 사실이다. 그는 취기가 오른 상태에 중심을 잡지 못해 아쉬운 삶을 마감한 것이다. 물론 그는 음주운전에 음주골퍼다. 의외로 골프장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가 많다. 날아온 공에 맞는 사건. 비가 오고 번개가 치는 날 번개를 맞는 사건. 그리고 카트사고 등이다. 이런 사고 속에는 인간이 방어하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꽤 많은 경우는 미리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도 있다.

내가 한 실수는 나이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라운딩 중에 시원한 맥주한잔은 골프치는 낙이자 에너지를 준다. 실제 한여름의 시원한 맥주맛 때문에 라운딩을 한다는 골퍼도 꽤 많이 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 시원한 이 맛이 어디까지인지를 인지할 필요가 있다.

미국 PGA골퍼 7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보니 절반이상이 음주골프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는 보고서도 있다. 골프와 술은 친구임이 틀림없는 듯 하다. 하지만 좋은 친구를 잃고 싶지 않다면, 오래 평생 같이 가고 싶다면 분명한 선을 지켜야 한다. 서로 지켜야 하는 예의나 예절. 또 배려와 절제.

이런 것들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골프와 술도 그런 관계가 필요하다. 모든 것들은 적당할 때 다음이 있는 것이고 또 절제 속에 알코올이 주는 기쁨과 편안함, 그에 따라 얻게 되는 에너지의 힘이 또 다른 즐거움을 몇 배로 줄 수 있는 것이다. 그 즐거움 속에 골프를 치고 동반자와 좋은 시간을 나누는 것이 나 자신을 위함이요, 골프를 사랑하는 진정한 골퍼의 자세가 아닐까생각해 본다.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라이프스포츠클럽 골프 제너럴 매니저, 방송인




이코노믹리뷰  |  econo@econovill.com  |  승인 2012.03.29  10: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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