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을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빠지지 않고 찾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브루클린에 위치한 스테이크전문점인 ‘피터 루거 스테이크 하우스(Peter Luger Steak House)’다.

버터를 녹여서 구운 푸짐한 양의 스테이크 맛에 반해 많은 사람들이 예약을 여러날 전에 하면서 꼭 가볼 곳으로 손꼽았다.

신용카드는 받지 않고 예약을 안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데다 백인이 아니면 한쪽 구석에 몰아놓는다는 인종차별적인 경험들도 여러차례 공개됐지만 피터 루거에 대한 인기를 식히지는 못했다.

콧대높던 피터 루거를 무릎꿇게한 것은 지난해 나온 뉴욕타임즈의 신랄한 비평기사도 아닌 코로나바이러스였다.

133년 역사를 자랑하는 피터 루거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유행으로 지난 3월부터 식당의 문을 닫아야했다.

밀접한 접촉을 막기 위해 식당들은 배달이나 포장판매만이 가능했는데 몰려드는 손님들로 콧대가 높던 피터 루거는 배달서비스를 해온적이 없다.

갑작스런 식당 영업 중단이 2달여가 넘어서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직접 식당에 전화를 하거나 음식배달서비스 업체 캐비어를 통해서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1시간 이내에 음식을 배달받을 수 있다.

피터 루거의 변화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변모한 레스토랑 업계에서 독특한 것이 아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한 이후 레스토랑 고객의 숫자는 85.2%나 감소했고 포장판매도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

외출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약 16%의 고객들만이 음식점에 가서 포장주문을 하겠다고 답변한 것에서도 나타난다.

반면 코로나바이러스 이전에도 배달을 중심으로 했던 피자가게들은 오히려 매출이 올라가는 현상을 나타냈다.

특히나 다른 음식과 달리 피자는 반죽을 만든 이후에는 기다란 나무주걱으로 오븐에 넣고 다시 나무주걱으로 꺼내서 상자에 바로 넣기 때문에 음식만드는 사람들의 손이 거의 닿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음식 배달이 2배 이상 증가하면서 그동안 배달서비스를 해오지 않던 음식점들도 잇달아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식당안에 남아있는 식재료를 활용해서 집에서 끓이거나 굽기만 하면 되는 밀키트로 만들어서 판매하면서 사업을 유지하기에 나섰다.

이들중 많은 음식점들은 그동안 배달서비스를 해본적이 없기에 자체 배달인력을 구하는 대신에 배달전문 앱인 도어대시(Door dash), 우버잇츠(Uber Eats), 그럽허브(Grubhub)와 포스트메이츠(Postmates) 등을 이용한다.

배달앱을 이용하는 식당들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부과하는 수수료가 지나치다는 비판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사진들에는 레스토랑에서 1000달러의 매출이 발생하면 무려 50%에 가까운 비용이 수수료로 배달앱 업체로 돌아간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일부 레스토랑은 배달앱 수수료가 지나치게 높아 수익도 낮은데 굳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안고 영업을 하지 않겠다며 문을 닫는 경우도 늘어났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도 배달앱은 비용을 올리는 효과를 낳는데 동일한 음식을 주문할 경우 배달료와 수수료, 팁 등을 포함시켜서 적게는 30%에서부터 높게는 70%까지 음식 가격이 상승하는 효과를 낳는다.

특히 이들 배달앱들은 코로나바이러스로 배달주문이 늘어나자 적극적으로 쿠폰 등을 배포하면서 마케팅을 벌이는데 이 비용을 레스토랑에 전가하고 있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뉴욕 등의 도시에서는 배달앱 수수료의 상한선을 10~15%로 제한하고 있다.

배달앱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들 기업들은 최근 수수료를 없애거나 면제하겠다는 방안들을 내세우며 고객들과 레스토랑 회유에 나섰다.

도어대시는 점포가 5개 이하인 소규모 지역 레스토랑들을 대상으로 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수수료 인하와 출혈경쟁은 즉각적으로 배달앱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경쟁사인 도어대시와 우버이츠가 합병을 시도하는 등 그나마 호황인 배달앱들도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