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테슬라가 중국에서만 생산되는 리튬인산철 배터리 채용을 확정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중국 CATL과의 협력이 강해지며 기존 강력한 우군이던 파나소닉과의 연결고리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가 파나소닉과 미국 네바다주 기가팩토리 증설에 협력하는 등 기존의 연대도 탄탄하게 유지하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테슬라의 공급처 다변화 전략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 테슬라 모델3. 출처=테슬라

CATL과의 밀착
중국 CATL은 지난 13일 투자자 컨퍼런스를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상하이 테슬라 기가팩토리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리튬이온과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선택해 공급할 것으로 보이며 그 이상의 협력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최근 테슬라가 독일에 기가팩토리를 건설한다 밝힌 가운데 일각에서는 CATL이 테슬라와 중국 외 지역에서 협력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CATL과 테슬라의 전략적 협력은 중국 산업정보기술부도 공식화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와 손을 잡은 CATL의 새로운 실험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 전망한다. 테슬라는 지금까지 리튬이온 원통형 배터리만 고집했으나, 이번에 CATL과 협력하며 중국이 내세우고 있는 리튬인산철 배터리 가능성에도 주목했기 때문이다.

당초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단독으로 전기차 배터리 협력을 이어갔으나 최근 LG화학의 물량을 받으며 공급처 다변화를 준 상태다. 실제로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모델3의 LR 트림에는 LG화학 리튬이온 NCM811 원통형 배터리가 들어간다. 이런 가운데 SR 트림에는 CATL의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채용되며 테슬라와 중의 협력전선은 더욱 탄탄해질 전망이다. 여세를 몰아 CATL은 테슬라의 손을 잡고 글로벌 시장에 '중국 스타일'의 존재감을 확장시킬 수 있게 됐다.

테슬라와 중국 CATL과의 협력은 이미 예고된 협력이기도 하다. 둘 사이의 끈끈한 연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코로나19를 맞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 공장 등이 문을 닫았으나 중국 상하이 공장은 단 10일 휴업에 들어갔을 뿐 정상가동했다. 이는 중국 정부와 테슬라의 밀월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일론 머스크는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도 중국을 찾아 고위 인사들과 친분을 쌓았고, 테슬라는 외국 자동차 기업으로는 최초로 중국 내 100% 자회사를 설립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CATL의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테슬라에 탑재되는 한편, 그 협력의 반경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될 경우 중국 전기차 배터리 영토가 넓어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파나소닉과도 협력
테슬라가 중국 CATL과 협력하는 한편, 최근 LG화학의 베터리를 차용하면서 일각에서는 '테슬라와 파나소닉의 밀월이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심지어 지난 2월 중국산 모델3에 탑재된 배터리 전량을 LG화학의 배터리로 채우며 묘한 기류는 더욱 요동친 바 있다. 이러한 주장은 두 회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태양전지 합작법인이 청산되는 한편 CATL의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모델3 탑재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는 파나소닉과도 협력의 연대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기가팩토리 증설에 나서며 파나소닉과의 동행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미국 네바다주의 기가팩토리에서는 파나소닉의 물량만 나오는 가운데 향후 테슬라와 파나소닉의 동맹도 튼튼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LG화학

국내 배터리 업계 긴장해야
최근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고무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장 LG화학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1분기 기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27.1%를 점유해 1위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분기 10.7%의 점유율에서 무려 2배나 성장했다. 지난 2월까지 1위를 달리던 파나소닉은 25.7%의 점유율로 2위로 미끌어졌고 중국 CATL과 BYD도 각각 17.4%, 4.9%에 그쳤다. 삼성SDI, SK이노베이션도 각각 4위와 7위를 기록하는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존재감이 더욱 선명해지는 분위기다.

중국 시장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중국 정부가 SK이노베이션 배터리를 탑재한 아크폭스의 전기차, 알파T를 보조금 지급 대상에 올린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크폭스는 SK이노베이션과 중국 베이징자동차 합작법인인 'BEST' 산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이다. 그리고 BEST는 SK이노베이션과 중국 최고 수준의 수요 기업이 합작, 차세대 성장 사업인 배터리 사업에힘을 더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장이다. 베이징 자동차는 중국 5대 자동차 기업이자 전기차 판매 2위 기업이며, 베이징전공은 중국 내 유력 전자부품 제조회사다.

▲ BEST 사업장 준공식. 출처=SK이노베이션

이 외에도 LG화학과 삼성SDI도 다양한 활로 개척으로 중국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는 중이다. 배터리 3사 모두 합작법인 마련 및 생산라인 개척 등 다양한 노력이 전개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강력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당장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어 미국 조지아 주에 건설중인 1공장을 포함에 추가 2공장 건설까지 총 3조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공장은 11.7GWh 규모로 건설될 예정으로, 올해 7월 착공해 2023년부터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2019년 착공한 미국 조지아 1공장은 2022년 양산 시작을 목표로 현재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를 통해 8900억원의 출자를 결의하며 2공장에 힘을 실었다.

SK이노베이션의 2공장은 최태원 SK 회장의 비전이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18년 1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있었던 ‘SK의 밤 행사’에서 “SK는 북미 사업 확장에 그치지 않고 미국 사회와 함께 성장하기를 희망하며,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6000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최대 50억달러 투자 프로젝트”라 밝힌 바 있다. 2공장이 현지 생산시설 확보의 2단계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 회장의 북미 배터리 굴기가 본격적으로 가동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미국 조지아 주에 건설중인 1공장. 출처=SK이노베이션

LG화학은 지난달 23일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과 7000억원 규모의 그린론(Green Loan) 조달 계약식을 가졌다. LG화학은 이를 바탕으로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 등에 소요되는 투자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으며 올해 배터리 분야 시설투자에 약 3조원을 집행한다는 계획을 완성하게 됐다. LG화학은 현재 약 150조원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를 바탕으로 2024년 배터리 분야에서만 30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다. 그 연장선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의 시대를 빠르게 넘어선다는 각오다.

승승장구하는 국내 배터리 3사의 행보에는 거칠 것이 없어 보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라는 말이 나온다. 특히 LG화학의 올해 1분기 깜짝 1위 기록은 LG화학의 전략적 승리지만, 테슬라와의 협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성과다. 이런 가운데 테슬라가 파나소닉과 여전한 연대를 강조하면서 중국과의 밀월도 유지하는 장면은 부담스럽다. 최악의 경우 테슬라를 통해 중국 리튬인산철이 글로벌 영토를 키울 경우 의외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소모적인 논란을 끝내는 선에서 국내 배터리 3사의 활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공급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배터리 3사에 기회이자 위기일 수 있다"면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타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