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채용 리그> 로런 A. 리베라 지음, 이희령 옮김, 지식의날개 펴냄.

미국에서는 ‘성(聖)삼위일체’라고 부르는 최고의 직장 3종류가 있다. 대학 졸업생이라면 누구나 입사를 꿈꾸는 일류 투자은행, 경영 컨설팅회사, 대형 로펌 등이다. 이들 기업 중 한 곳에 일자리를 구하는 순간 가구당 소득기준으로 미국 내 최상위 10%에 속하게 된다. 신입의 소득이 다른 직장에 입사한 동창에 비해 2~4배나 높다.

성삼위일체 회사에 채용되었던 경력은 이후 다른 기업, 정부기관에서 고위급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선결조건이 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만해도 고위 공직자의 다수가 이들 기업 출신들이다. 바꿔 말하자면, 이들 기업은 미국의 경제 엘리트가 되려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gateway)’인 셈이다.

많은 구직자에게 선망의 대상이지만, 대부분의 구직자에게는 엄두도 못 낼 만큼 문턱이 높은 그곳에는 어떤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들어가는 것일까? 이 책의 원 제목을 보면, 저자의 연구 결과가 한 눈에 들어온다. ‘혈통, 엘리트 학생들이 엘리트 일자리를 얻는 방법(Pedigree: How Elite Students Get Elite Jobs). 명문대 입학에 유리한 금수저들이 고임금 일자리까지 독차지한다는 것이다.

사회학자이자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인 저자는 공개적이면서도 폐쇄적인 그들의 채용 현장을 파헤쳤다. 채용 담당자 120명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고, 명문 대학들의 캠퍼스 채용설명회와 취업박람회들을 관찰했다. 한 곳의 인사팀에서 직접 입사하여 9개월간 인턴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저자는 성삼위일체 기업들이 무엇을 근거로 지원자들의 역량을 정의하고 인재를 선별하는지 밝힌다. 특히 명문대 출신이라는 자격은 어느 정도의 효력을 발휘하는지, 명문대 출신 중에서도 어떤 부류가 합격하고 탈락하는지, 고용평등에 대한 법률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이들의 차별적 관행이 어떻게 지속될 수 있는지 상세하게 조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명문 기업들은 엘리트 집단에 유리한 채용 관행을 갖고 있었다. 심사 방식은 주관적이고 허술했으며, 명문대라는 타이틀을 지성과 동일시했다. 채용 평가위원들은 ‘최고의 인재들’이 최고의 엘리트 대학에 집중돼 있다고 믿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은 아이비리그 등 특정 대학 졸업생을 맹목적으로 욕심냈다. 아이비리그(Ivy League)는 미 북동부 지역의 하버드, 예일, 펜실베이니아, 프린스턴, 컬럼비아, 브라운, 다트머스, 코넬 등 8개 사립대학을 통칭한다.

또한, 업무와 관련한 전문적 역량보다는 지원자들의 출신 배경, 취미활동, 개인적 호감도 등을 ‘문화적 적합성’이라는 명목으로 중요하게 평가했다. 이렇다 보니, 명문대 졸업생이 아니거나 명문대 졸업생임에도 전형적인 상류층 출신이 아닌 지원자들은 이들 회사에 입사하는 행운을 누릴 수 없었다.

저자는 “그들만의 채용 관행이 계층과 특권의 재생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명문기업 입사를 꿈꾸는 흙수저들이 성급하게 좌절하고 포기할 일은 아니다. 세 종류 회사일지라도 이런 잘못된 채용 관행과는 무관한 곳도 적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조사 대상기업은 모두 미국 기업이다.

한편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이 책에 대해 “불평등 문제를 다룬 매우 중요한 책이지만, 잘 활용하면 고소득 엘리트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실용적 지침을 얻을 수도 있다.”고 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