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컬럼비아대학교 지속가능개발센터 소장 제프리 D. 삭스 보건정책관리 교수는 미국 경제의 회복은 석유와 가스 시추에서가 아니라,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첨단 배터리, 첨단 전기자동차, 지능형 전력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성장에서 나올 것이라며, 낡은 산업을 일으키려고 지원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 부문을 장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Wikipedia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빈곤과 경제개발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지속 가능한 발전 경제 모델 권위자인 컬럼비아대학교 지속가능개발센터 소장 제프리 D. 삭스 보건정책관리학 교수가 18일(현지시간) CNN 기고를 통해 코로나 19 사태로 미국 경제가 이미 대침체에 들어섰다고 진단하고,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낡은 산업을 지원하기보다는 신산업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의 기고문 전문을 소개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경제 회복과 국민의 건강 보호를 맞바꾸지도 못했다. 경제는 경제대로 엄청난 침체에 빠졌고 코로나는 코로나대로 진압되지 못하고 수만 명의 사망자를 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경제와 국민 건강을 맞바꾼다는 것 자체가 애당초부터 트럼프의 환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대유행하는 가운데 사람들이 안전에 대해 확신하지 않는 한 정상적인 경제 활동 재개는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코로나의 재확산을 가져올 것이 확실시되는 섣부른 조기 경제 재개를 허용함으로써 트럼프는 미국을 경제 파탄으로 내몰 가능성만 높였다.

트럼프는 경제 활동을 빨리 재개해야 미국 경제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위협이 아니며 4월이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코로나가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검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는 정부가 그에 대해 진지하게 대할 때에 비로소 통제될 수 있다. 호주, 중국, 일본, 한국, 뉴질랜드, 대만 등 다른 나라들은 모두 인구 100만 명당 사망자를 10명 이하로 관리해왔지만, 미국은 사망자가 100만명 당 271명이다. 다른 나라들은 공공 보건 정책(검사-감염경로 추적-격리)을 전국적 규모로 시행했지만 미국은 그러지 않았다.

미국은 코로나 19 사망자가 18일 현재 9만 2000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사망자 수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트럼프의 환상의 세계에서는 신고하지 않으면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트럼프의 전략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는 경제도 살리지 못할 것이다. 전국 각 주들이 지금 봉쇄령을 풀고 다시 개방한다면 더 많은 감염자와 사망자를 초래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경제적 환상이 현실을 대신할 수는 없다. 지금 무리하게 개방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갑자기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 머물며 상가들이 비어 있거나 활용도가 낮은 상황에서, 건축업자들이 갑자기 건물을 짓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를 추종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개방을 환영하며 다시 붐비는 곳으로 모이다가 결국 바이러스에 감염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4월 한 달 동안에 사라진 기록적인 2050만 개의 일자리 중 대부분은 각 주들이 경제 재개를 선언하든 하지 않든 곧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바이러스 자체가 지속적으로 확산하는 한, 빠른 회복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것은 오늘날 일자리 감소의 상당 부분을 영구화시킬 수 있는 심각한 구조적 변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일자리들도 있을 것이다. 전자 상거래는 많은 오프라인 소매업들을 대체할 것이다. 우리는 거의 매주 유명 소매업체들의 파산을 목도하고 있다. 결국 2020년 3월과 4월 동안 사라진 210만 개의 소매업 일자리 중 상당 부분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온라인 쇼핑의 성황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일자리들은 오프라인 소매업체에서 사라진 일자리들과는 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이 집에서도 일할 수 있도록 업무흐름을 재정비할 것이고, 이것은 사무실 지역의 인구를 희박하게 만들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회사들은 공간을 축소할 것이고, 이는 새로운 상업 건설이 앞으로도 몇 년 동안 침체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 석유시장의 장기적 공급 과잉과 가격 붕괴를 감안할 때, 이번에 붕괴된 석유 가스 시추 산업은 다시는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가 완전 통제되지 않는 한, 여행과 관광산업은 계속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숙박, 레저, 오락, 음식점의 고용을 억제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남은 구상은, 기업들이 중국에서 강제 철수해 미국으로 돌아와 국내 공급망을 재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트럼프가 미국의 반도체 산업에서 중국 기업을 차단하는 새로운 조치를 포함하는 공격을 강화할수록, 오히려 중국의 방대한 인구를 포함하는 국제 시장에서 미국의 첨단 산업이 성장하는 것을 상당 부분 무너뜨릴 것이다. 트럼프의 이 같은 근시안적 행보는 중국의 보복을 유도하고, 중국이 인공지능과 5G용 전문 칩 등 반도체 제조와 설계의 다양한 차원에서 미국과 경쟁하는 날을 오히려 앞당길 것이다.

가장 분명하게 나타날 중국의 보복은, 중국이 보잉 대신 에어버스에서 비행기를 구입하는 것이 될 것이다. 보잉은 코로나 이전에도 737 맥스 추락 사고에 대한 대응 실수로 이미 심각한 깊은 위기에 처해 있었다. 트럼프의 코로나 대응 실패와 중국에 대한 공격 강화는 보잉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들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강경조치를 발표한 다음 날인 5월 15일 보잉 주가는 2% 하락했다. 보잉 주가는 2019년 3월 1일 정점에 비해 70% 이상 떨어진 상태다.

트럼프는 또 틀림없이, 자신의 가업(호텔 관광업)을 포함한 빈사 상태의 기업들을 구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는 또, 어떤 은행도 개입하길 원하지 않는 석유와 가스 부문을 살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는 또 이번 코로나로 어려워진 지지층들, 지난 선거 기부자들의 회사를 지원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그는 또 거짓말을 하고, 데이터를 숨기고,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면서 더 깊은 재앙을 낳을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대침체에서 진정으로 벗어나기 위한 세 가지 단계가 있다.

첫째(가장 시급한 것)는, 트럼프가 지속적으로 외면해 온 공공 보건 조치, 즉 검사, 감염경로 추적, 자가 격리 등을 통해 코로나를 퇴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무역과 여행이 안전하게 재개될 수 있도록, 그리고 여기에 의존하는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최소한 부분적으로 회복되도록,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과 협력해야 한다.

셋째,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빈사 상태의 산업을 일으키려고 지원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 부문을 장려해야 한다. 미국 경제의 회복은 석유와 가스 시추에서가 아니라,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첨단 배터리, 첨단 전기자동차, 지능형 전력망(smart grid)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기업들의 성장에서 나올 것이다.

더 스마트해지고 더 공정해짐으로써, 새로운 첨단기술 산업, 더 많은 여가시간 공유, 더 짧은 통근 시간, 더 깨끗한 하늘, 저렴한 의료 서비스와 고등 교육에 대한 보다 보편적인 접근, 모든 노동자들의 생활임금 보장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위해, 행정부와 의회 그리고 국가의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그때까지 트럼프의 환상은 그저 일장 춘몽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