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압박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화웨이도 이에 대응해 강공모드에 돌입하는 등 강대강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파장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최근 미국은 화웨이와 자국 기업의 거래 중단을 연장하는 한편,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의 화웨이 공급선도 막아버리고 있다. 여기에 화웨이와 밀접한 관련을 맺어온 대만의 TSMC를 압박해 TSMC 미국 공장 건설을 끌어내는 등 다각적인 압박 전략에 나서는 중이다. 심지어 TSMC와 화웨이 거래 중단설까지 나오는 중이다.

아시아 반도체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자국 일자리도 창출하면서, 중국 기술굴기의 핵심인 화웨이의 손발을 묶겠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미국과 중국의 책임론이 거센 가운데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압박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 삼성전자 반도체 클린룸. 출처=삼성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일단 정중동이다. 다만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압박이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된 대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조치는 화웨이의 시스템 반도체 수급 압박에 있으며, 이는 메모리 반도체 강자인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가능성은 낮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시스템 반도체의 화웨이에 대한 매출이 올라갈 여지도 있다.

TSMC가 미국 공장에 집중하며 미세공정 경쟁에 집중하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여지도 있다.

다만 화웨이가 미국 시스템 반도체 및 글로벌 시스템 공급망에서 차질을 보일 경우 자체 매출이 떨어지며 그 여파가 전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뜩이나 올해 반도체 시장이 역성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에서 시작된 악재가 전체 반도체 시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미국이 시스템 반도체 압박에서 벗어나, 큰 틀에서 자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리쇼어링을 추구하며 외국기업의 자국 공장 건설이라도 강제한다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압박에 이어 TSMC처럼 자국 공장 건설까지 강제하면 그 부담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자국 건설 강요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에 벌어진 사례가 있고, 아시아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려는 계획에 삼성전자가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역시 불확실성이 높다는 쪽으로 정리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조치는 미중 갈등의 한 요인이기에 언제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지금은 업계 전체가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수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