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SK브로드밴드(SKB)와 넷플릭스가 망이용료 지급과 관련해 법정 공방을 펼치고 있다. 인터넷 망을 제공하는 SKB는 대량의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를 지급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는 줄 수 없고 트래픽을 줄일 수 있는 자사의 캐시서버(OCA)를 활용하라며 맞서고 있다.

이 문제는 초기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ISP와 글로벌 CP의 입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판단하는 한편, 캐시서버 문제와 그 대안에 대한 심도있는 고려가 필요하다. 나아가 상호접속과 관련된 고시의 변경으로 ISP들 사이에서 벌어진 충돌의 내막도 인지해야 한다. 심지어 망 중립성과 관련된 관념적인 이해도 필요하다는 평가다. 그러나 망 이용료 자체에만 집중해 ISP와 CP의 거래만 살핀다면, 다양한 시사점을 남긴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의 일관성에 있어서 각자의 플레이어가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결국 국내 인터넷 환경에서 가장 논쟁이 되는 부분은 국내 ISP와 글로벌 CP의 망 이용료 대가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CP는 글로벌 시장과, 또 국내 시장에서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이 가운데 넷플릭스가 과거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이번 사건과 비슷한 분쟁을 겪었고, 결국 ISP에 망이용료를 지급하기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19일 업계 및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미국, 프랑스 등에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서비스 속도 저하 문제와 망중립성 규제에 대한 FCC(연방통신위원회) 패소 판결 등에 따라 지난 2014년 미국의 컴캐스트, 버라이즌, AT&T, 타임워너케이블을 비롯해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Orange) 등 ISP 사업자들과 망 이용대가 지급 계약을 체결하면서다.

레벨3 vs 컴캐스트…넷플릭스 등장에 트래픽 폭증하며 ‘무정산 방식’ 변화

지난 2010년 시작된 레벨3(Level3)와 컴캐스트와의 분쟁이 트래픽량 변화에 따라 망 이용대가 개념에 변화가 생긴 시발점이다. 

2010년 넷플릭스는 IBP(인터넷백본망사업자)인 미국의 레벨3와 CDN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CDN은 CP(콘텐츠제공자)와 ISP(인터넷서비스제공자) 사이에서 빠르고 효율적인 데이터 전송을 돕는다.

당초 레벨3는 컴캐스트와 무정산(free peering) 방식으로 상호접속협정을 채결해 트래픽을 교환하고 있었다. 그런데 레벨3가 넷플릭스와 CDN 계약을 체결한 후 레벨3로부터 들어오는 트래픽이 폭증했다. 관련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었으며, 이에 컴캐스트는 레벨3에 상호접속구간에 대한 망 이용대가를 요구했다.

레벨3는 컴캐스트의 요구를 거부했고 이에 컴캐스트는 상호접속구간 증설을 중단하며 분쟁은 거세졌다. 결국 2013년 구체적인 협정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레벨3가 컴캐스트에 일부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는 것으로 분쟁이 종료됐다.

넷플릭스, 컴캐스트 계약 시작으로 줄줄이 망 이용대가 지급 계약 체결

비슷한 시기인 2012년부터 넷플릭스는 자체 CDN망을 구축해 직접 망을 연동하는 계약인 OCA 정책을 체결하기 시작했다. 이는 캐시서버와 ISP 망 연동에 필요한 네트워크 구축 비용을 넷플릭스가 부담하되 ISP의 트래픽 비용은 무정산하는 조건으로 ISP와 직접 연동하는 것이다. 현재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주장하는 방법이다.

오픈 커넥트다. 오픈 커넥트는 단방향 스트리밍 서비스에 특화되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넷플릭스 회원들은 유튜브처럼 콘텐츠를 업로드하거나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 넷플릭스가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스트리밍해 즐기는 ‘한 방향' 형태로 서비스를 받고 있으며 이는 트래픽의 총량을 미리 예측하기 편리하다.

이 부분에서는 양측의 첨예한 입장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국내에서는 LG유플러스 및 딜라이브가 오픈커넥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넷플릭스는 이 방식이야 말로 망 이용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이라 믿는다. 유튜브처럼 업로드와 다운로드가 아닌, 스트리밍 특유의 다운로드에서는 오픈커넥트가 일종의 특화 서비스라는 주장이다. 즉, 오픈커넥트는 망 이용료 분쟁의 대안이며, 스트리밍에 특화된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쪽에서는 '의미없다'는 지적이다. 편하게 망 이용료를 받겠다는 뜻이다.

넷플릭스는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을까.  2013년 초 미국의 케이블비전, 서든링크 등 소규모 ISP를 중심으로 오픈커넥트, 즉 OCA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컴캐스트, 버라이즌, 타임워너케이블 등 대형 ISP에게도 같은 계약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2013년 9월 자사 풀HD 동영상 서비스를 전체 ISP에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트래픽이 폭증하며 OCA 계약을 맺지 않은 대형 ISP를 중심으로 이용자들의 트래픽 지체 현상이 심화하기 시작했고 이용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양사는 분쟁을 몇 달 간 이어가다 결국 2014년 2월 넷플릭스가 컴캐스트와 망에 직접 연동하는 대신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분쟁은 종료됐다. 이는 CP가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기로한 첫 사례로 의미가 있다는 평이다.

실제로 해당 계약 이후 넷플릭스는 같은해 버라이즌(4월), AT&T(7월), 타임워너케이블(8월)과도 잇따라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는 계약에 합의했다.

유럽에선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가 넷플릭스를 포함한 구글 등으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고 있다. 구글은 역시 오렌지의 내부 네트워크에 캐시서버를 설치하고 망 이용대가를 무료로 하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오렌지는 이를 거부했고 결국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넷플릭스 또한 프랑스 내에 있는 자사 서버를 통해 오렌지와 네트워크를 연동하고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례와 관련 넷플릭스가 한국에서만 망 이용대가를 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국내 CP인 네이버, 카카오 등은 매년 각각 700억원, 300억원 규모의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어 국내 업체가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관련한 전기통신망법 개정안도 등장해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다. 일명 ‘넷플릭스 무임승차 규제법’으로 불리는 개정안 내용에는 CP에게도 인터넷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묘한 시사점

넷플릭스는 망 이용료 분쟁에 있어 이중부과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망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책임은 ISP에 있으며, 이러한 입장은 최근 국내외 CP들 모두 동일하다. 이들은 이중부과를 거부하며 오히려 '국내 망 이용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ISP들은 '정당한 대가를 치뤄야 한다'고 맞서는 중이다.

이 문제는 망 중립성 및 망 운용에 대한 기본적인 관념의 논란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론적인 현안에서 한 발 물러나 글로벌 CP인 넷플릭스가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의미심장하다. 이는 망 이용료를 둘러싼 가이드 라인의 범위를 넘어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