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과거 초콜릿폰의 영광을 재연하기 위해 LG전자가 야심차게 출시한 매스 프리미엄 스마트폰 LG벨벳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경쟁자보다 2020년형 아이폰SE 및 삼성전자 갤럭시A 시리즈 등 중저가 스마트폰과의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LG 벨벳의 성과를 두고 벌써부터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LG전자는 LG 벨벳을 통해 '전에 없던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기존 기술과 트렌드의 재해석을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무모한 자신감이 어떤 결과를 창출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 사진=임형택 기자

LG 벨벳의 가치
LG전자는 스마트폰 전략에 있어 지난해 상반기 G8 씽큐, V50 씽큐를 동시에 출격시키고 하반기에 V50S를 출격시키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아예 V60 씽큐를 북미 시장에만 출시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LG 벨벳 카드가 나왔다. 넘버링을 지우고 G 시리즈를 폐기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타진한다는 각오다.

LG 벨벳은 6.8형 대화면임에도 너비가 74.1mm에 불과하다. 제품의 테두리에는 메탈 재질을 적용, 고급스럽고 단단한 이미지를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6.8형 20.5:9 화면비의 시네마 풀비전(FullVision) 디스플레이와 스테레오 스피커, 인공지능 사운드를 지원해 영상 시청 몰입감이 극대화된다. 후면에는 각각 4800만(표준), 800만(초광각), 500만(심도) 등 3개의 카메라를 탑재해 풍경 및 인물 사진 등 다양한 화각의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사진=임형택 기자

LG전자는 LG 벨벳을 출시하며 마케팅 전면에 디자인 감수성을 내걸었다. 디자인이야말로 고객들의 스마트폰 선택에 큰 역할을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19일 온라인으로 열린 LG 벨벳 디자인 세미나에서 LG전자 MC디자인연구소 김영호 전문위원은 "최근 풀스크린과 카메라 기능 강화가 스마트폰의 트렌드"라면서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여기에만 집중해 이른바 스타일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객들은 디자인을 절대적인 가치로 생각한다"면서 "LG전자는 LG 벨벳을 통해 미니멀리즘과 감각적인 단순함을 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다. 단순한 고기능을 자랑하는 것이 아닌 특유의 디자인 감성에 집중하며 고객이 직관적인 가치를 느끼는 것이 LG 벨벳의 지향점이라는 설명이다. 김영호 전문위원은 "20:5.9의 화면비, 3D 아크 디자인과 새로운 물방울 카메라 디자인이 핵심"이라면서 "LG HORN의 디자인 안쪽은 시각적 안정감, 밖은 현대적 세련미를 추구하는 등 다양한 감성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설명은 지난 6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도 강조된 바 있다. 김영호 전문위원은 당시 영상에서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한 끗 차이’로 LG 벨벳을 완성시킨 디자인의 ‘한 끗’이 벨벳 터치 디자인”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LG 벨벳은 손으로 쥐었을 때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그립감을 준다”며 “후면 글라스의 좌우를 완만하게 휘어서 최적의 그립감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디자인 심미성을 강조하면서도 손에 감기는 그립감을 제공하는 특유의 디자인 감수성이다.

LG 벨벳의 4가지 컬러도 디자인 심미성에 큰 역할을 수행한다. 도기훈 책임연구원은 "디자인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엔지니어들은 어떻게 현실로 만들까 항상 고민한다"면서 "컬러 별로 층을 다르게 설정해 시시각각 다르게 변하는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G 벨벳은 최상단의 글래스-나노적층필름-컬러링-관항패턴-미러-블랙의 구조로 이뤄졌다. 글래스 아래의 나노적층필름은 일루전 선셋으로 특별해진다는 설명이다. 여러 사람이 한 자리에 둘러앉아 이 제품을 보며 색을 표현해도 서로 다른 색상을 이야기할 수 있을 수준의 다채로움을 자랑한다.

▲ 출처=LG전자

컬러링은 나노적층필름의 단점을 보완하며 광학패턴은 스마트폰의 색상을 또렷하게 하거나 입체적으로 보이게 한다. 후면에는 머리카락 두께의 1/100 수준인 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간격으로 광학 패턴이 들어가 있으며 이 기술은 LG전자 생산기술원이 독자 설계했다. 4가지 색상의 독특한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 색상마다 맞춤형 패턴을 적용했고 정밀하게 패턴을 새겨야 하므로 과정이 까다롭다. 가공시간도 이전 제품 대비 10배 이상 소요된다.

미러는 반사판 역할을 하고 블랙은 투과율을 가진 층들을 위해 컬러를 보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설명이다.

3DD 아크 디자인도 LG 벨벳의 디자인 지향점에 있다. 전면 디스플레이 좌우 끝을 완만하게 구부린 디자인이며 후면 커버도 동일한 각도로 구부려 하단에서 보면 가로로 긴 타원형 모양이다. 타원형이기 때문에 손과 밀착되는 접촉면이 넓어져 착 감기는 ‘손맛’을 제공한다. 제품의 양끝에서부터 6.5R, 10R, 15R, 18R 순서로 동일한 곡률을 지원하며 스마트폰 중심부와 가까워질수록 점차 완만해지는 곡률은 손에 착 감기는 디자인을 완성케 한다는 설명이다.

▲ 출처=갈무리

재해석, 그리고 무모한 자신감?
LG전자는 LG 벨벳을 출시하면서 '최초의 기술과 트렌드'를 과감하게 포기했다. 넘버링을 지우고 G 시리즈를 폐기하는 자체적인 전략은 구사했으나 디자인이라는 가치를 설정하면서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지향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3D 아크 디자인의 경우 이미 삼성전자가 엣지 디자인을 통해 구현한 바 있으며, LG전자도 비슷한 모델을 출시한 바 있다. 또 LG 벨벳의 디자인 가치 중 보는 각도에 따라 컬러가 변하는 소위 오로라 사용자 경험, 그리고 광학패턴도 이미 존재하는 기술이다.

LG전자는 이러한 질문에 재해석이라 답했다. 유승훈 책임연구원은 "3D 아크 디자인이 경쟁사와 비슷하다는 말이 있지만, 최대한 그 감성을 살리면서 화면왜곡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문영 책임연구원도 "광학패턴, 나노적층이 보편적인 기술인 것은 맞다"면서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며, 그 설계는 독자적으로 설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늘아래 최초의 기술이나 트렌드를 탑재하지 않았으나, 재해석을 통해 LG 벨벳만의 가치를 키웠다는 뜻이다.

독특한 물방울 카메라에 대해서는 그 배열에 있어 기능적 고려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영호 전문위원은 "세로로 배열된 패턴이 기능에는 큰 역할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획일적이지 않은 새로운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 사진=임형택 기자

쉽지 않겠지만...
LG전자는 LG 벨벳을 통해 과거의 향수와, 현재의 재해석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과거의 향수는 말 그대로 LG전자 휴대폰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던 시기의 향수다. 최근 공개된 디지털 캠페인 영상만 봐도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LG 벨벳을 공개한 LG전자가 디지털 캠페인 영상을 10일 공개한 가운데, 영상은 LG 모바일을 매개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독특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영상에서 하하는 파손된 스마트폰을 LG 벨벳으로 교체하고 기묘한 일상을 경험한다. 이후 LG 벨벳을 중심으로 각 시대를 대표했던 초콜릿폰, 아이스크림폰 등을 교차로 보여주며 LG 모바일이 소중한 순간마다 함께 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LG전자 모바일의 역사와 추억을 통해 LG 벨벳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순간이다.

▲ 출처=LG전자

대박 신화를 끌어냈던 초콜릿폰의 브랜드명 후보 중 하나가 벨벳이었고, 지금 LG전자가 5G 스마트폰 시대에서 초콜릿폰의 영광을 재연하기 위해 벨벳 카드를 선택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현재의 재해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경쟁에서 사실상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인데다, 5G 정국을 맞아 스마트폰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매스 프리미엄 시장을 정조준하며 새로운 틈새시장 창출을 노리며 현재의 재해석을 선택했으나, 아직은 그 경쟁력이 선명하지는 않다는 평가다.

당장 2020년형 아이폰SE 등 경쟁자들이 쟁쟁한데다 LG 벨벳의 약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89만9800원에 이르는 높은 출고가에 듀얼 스크린과의 조합은 디자인적 측면에서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또 기술과 디자인의 재해석을 바탕으로 새로운 감성을 노렸지만 '신선함'은 부족하다는 비판이다. 스냅드래곤 765G를 택해 5G 원칩을 차용, 슬림 디자인에 강점이 있다지만 기능적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LG전자도 모든 전력을 LG 벨벳에 쏟아부었기에 여전히 잠재력은 충만하다는 평가다. 가격적인 측면도 일단 대안은 있다. 이동통신 3사와 협업해 ‘고객 혜택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고객이 스마트폰을 구매해 24개월간 사용한 후, 제품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출고가의 최대 50%를 할인받는 프로그램(반납 후, LG전자의 프리미엄 단말기 재구매 조건)이다. LG 벨벳을 구매하고 월 8만원의 5G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을 예로 들면, 고객은 단말기 가격의 최대 50%인 44만99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 또 통신사별 요금제에 따른 선택약정할인(25%)을 더하면, 48만 원(24개월×8만원×0.25)의 할인을 받게 된다.

재해석의 측면에서도 한끗 차이에 대한 디자인 감성이 적절하게 안착할 경우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미니멀리즘과 화려한 디자인 감성을 동시에 버무려 틈새시장을 정확하게 파고든다면 의외의 대박이 가능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LG전자는 벨벳을 준비하며 넘버링, G 시리즈 폐기라는 강수를 바탕으로 어깨에 힘을 뺐다. 남은 것은 고객의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