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취준생이 기업을 평가할 때 연봉, 복리후생 외에 ‘조직문화’에 대한 언급이 잦아졌다. 조직문화가 좋은 회사는 낮은 연봉에도 지원자가 줄을 잇는 반면, 반대로 조직문화가 악명이 높다고 하는 선호도가 떨어질 뿐만 아니라 ‘조심해야 할’ 기업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좀더 나아가 사용자와 근로자를 주종관계로 이해하는 극단적 조직문화를 가진 기업들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하여 세간의 지탄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밀레니얼들이 본격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함에 따라 보다 더 도드라졌다. 연봉과 직군 외에 조직문화가 회사지원의 기준이 되고, 그에 따라 기업에서도 조직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최고경영자가 직접 챙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언제부턴가 ‘사장님 말씀’에 조직문화 꼭지가 빠지는 일이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개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조직문화’란 무엇인가? 조직문화라는 단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의 조직문화는 조직과 개인, 그리고 개인과 개인간의 ‘신뢰의 정도’라고 해석해 볼 수 있다. 즉, 추상적, 맹목적 ‘믿음’이 아니라 A라는 인풋이 있을 때 B라는 아웃풋을 기대하는 것, 상호간 기대하는 결과치를 도출해냄과 그 과정의 만족도, 그것을 신뢰라고 볼 수 있다. 오늘은 조직과 개인이 서로에게 던지고 있는 신뢰메시지가 무엇인지 프리즘에 투영시켜 분석해보자.

 

개인이 바라보는 ‘신뢰를 주는 조직’이란?

첫째, 조직의 미션은 명확하고 윤리적인가의 측면이다. 즉, 조직이 성취하고자 하는 궁극의 가치, 지향점이 무엇인가의 문제이다. 조직이라하면 회사 전체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직의 단위는 회사, 본부, 실, 팀 등 다양하며, 그 단위별 미션은 구분될 수 있다. 그리고 조직별 미션은 현실에 적용가능한 행동강령으로 구체화되어 일상의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기준이 되어야 액자속 외침에 그치지 않게 된다.

둘째,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인가의 측면이다. 일반적으로 개인의 성장이라 하면 보상, 승진, 복리후생과 같은 물질적 혜택을 포함하여 역량개발, 권한위임과 같은 자기효능감에 까지 확대되는 추세이다. 실제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테레사 애머빌 교수는 직장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감정은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며 아무리 작고 단순한 승리의 감정이라 할지라도 이는 결정적 돌파구만큼이나 심리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셋째, 조직의 일하는 방식은 선진적인가의 측면이다. 주52시간 제도의 도입에 코로나 사태까지 더해져서 관계중심적 조직문화를 지양하고 업무중심적 조직문화가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직이 일하는 방식, 즉 수평적 조직구조, 회의문화, 보고/결재문화, 회계시스템, 근무환경, 업무프로세스, 커뮤니케이션방식, 공유 및 협업방식 등에 이르기까지 개개인이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 얼마나 선진적인가는 조직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는데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서로 친하게 지내는 건 일을 잘하고 난 뒤 문제인 것이다.

 

조직이 바라보는 ‘신뢰를 주는 개인’이란?

그렇다면, 반대로 조직이 개인에게 신뢰를 갖게 되는 구조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우선 신뢰가 가는 개인의 특징은 ‘전문가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가 이다. 개인이 담당하는 업무영역에 있어서 평균이상의 전문가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가장 기본적인 신뢰메시지이며, 그렇기에 조직은 채용의 조건으로 전문가적 역량을 첫 번째로 꼽게 된다.

두 번째, 구성원은 자신의 역량을 성과로 연결시키고 있는가이다. 전문가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과 그를 이용해 성과를 창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역량을 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고객(시장)에 대한 분석이 기본되어야 하고 디테일에서 양보하지 않아야 하며,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라는 시대공통적 덕목이 덧대어져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구현된 성과데이터는 정량적 평가의 대상이 된다.

세 번째, 구성원은 팀플레이어인가이다. 각 조직별로 업무분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회사에서 해결해야 하는 업무는 정확하게 본인 소관으로 정해지는 것 외에 그레이 존(grey zone) 업무도 상당하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인해 물리적 거리를 둔 채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 grey zone 업무는 누구도 자신의 소관이 아님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게 된다. 이런 경우 발생하게 될 업무누락에 따른 피해는 조직이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며, 그런 점에서 구성원간 연대의식이 높고 팀플레이에 능한 직원은 조직의 입장에서는 귀한 존재이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결국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협력’이라고 했다. 조직의 지향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구성원과 협업을 수월하게 이끌어내는 구성원은 향후 정성적 평가에 있어 우월한 위치를 점한다.

각 기업이 이번 코로나19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기업문화적으로 큰 출렁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은 구성원이 안정적으로 원격근무를 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수준의 온라인 인프라를 구성하고 명확하게 업무목표를 정의해야 했으며, 심리적 안전지대를 제공하여야 했고, 개인은 조직과 주변동료에게 자신의 전문가적 역량과 가시적 성과, 그리고 팀플레이어로서의 모습을 보여 서로 간에 신뢰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이러한 조직문화적 관점에서 향후 언택트가 일상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구성원의 잠재력과 폭발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상호간의 신뢰메시지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