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이가영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 대한항공의 조속한 경영 정상화 의지를 강조했다. 나아가 1분기 실적을 두고 비록 적자전환을 피할 수 없었지만, 임직원들의 헌신으로 최소한의 방어전에 성공했다는 감사의 인사도 전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이번 편지를 두고 조 회장의 경영 정상화 의지에 집중하고 있다.

▲ 조원태 회장. 출처=한진그룹

“적자폭 최소화, 임직원 덕분”

조원태 회장은 편지를 통해 지난 1분기 실적에 대한 담담한 소회를 풀어냈다. 조 회장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지난 1분기 매출액 2조3523억원, 영업손실 566억원의 실적을 기록했습니다”면서 “적자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이는 당초 시장이 우려했던 것보다 선방한 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배경에는 단연 우리 임직원 여러분들이 있습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이어 “코로나19로 야기된 우리 회사의 현실을 생각하고, 달라진 여러 현장의 모습들을 마주하면 참 안타깝고 가슴이 아픕니다”면서 “비어 있는 여러분의 자리들. 그 텅빈 공간들처럼 제 마음도 공허해집니다. 그리고 이내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여러분들의 모습이 그리워집니다”고 말했다. 최근 회사 사정이 나빠지며 많은 인력들이 무기한 휴직에 돌입하는 장면을 두고 안타까운 심정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답답한 방호복을 입고 고객 서비스에 여념이 없는 승무원분들과 시시각각 변하고 취소되는 스케줄로 인해 빗발치는 고객의 문의와 불만을 응대하는 예약센터 직원분들, 늦은 밤까지 힘써 작업하는 화물터미널 직원분들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교차되기도 합니다”면서 “헌신과 희생이 새겨진 여러분의 자리를, 나아가 모든 임직원이 다시 누려야 할 일상을 하루 빨리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고 말했다.

경영 정상화 의지다. 조 회장은 “임직원 여러분들의 삶의 터전이자 땀과 열정이 서려있는 모든 사업장을 여러분과 함께 지키면서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항공의 정상화를 추진해 나아갈 것”이라면서 “코로나19 종식 후 다시 힘차게 날아오를 우리 회사의 모습을, 그리고 감염병에 대한 우려 없이 서로 더욱 가까워질 KALMAN의 모습을 함께 기대하고 바라보며 우리 모두 조금 더 힘을 모아 나아갑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의 메시지, 키워드는?

조 회장의 편지는 어려움을 겪는 대한항공의 사정을 직시하는 한편, 고통속에서도 한 발 앞으로 나아가는 임직원들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 1분기 적자를 기록하기는 했으나 최소한의 실적 방어에 나설 수 있었던 비결로는 임직원들의 헌신을 강조, 이를 바탕으로 어수선한 사내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의도도 보인다.

편지에서 돋보이는 조속한 경영 정상화 의지는, 최근 조 회장이 이끄는 대한항공이 안팎의 위기상황을 전제로 한다.

실제로 대한항공은 코로나19 타격을 받아 업황 악화의 그늘을 저공비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직원들이 휴직에 들어가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부의 자금 지원 및 1조원에 달하는 유상증자가 추진되며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으나 현 상황에서는 아직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은 편지를 통해 조속한 경영 정상화를 약속하며 조직의 비전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경영권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대한항공이 유상증자에 돌입하며 한진칼도 이사회를 열고 현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 3000억원 수준의 주주배정 물량 이상을 청약할 예정이지만, 이 과정에서 조 회장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지분이 확실하게 모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돌입하지만 이 과정에서 확실한 백기사를 찾지 못할 경우 간신히 방어한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다.

조 회장 입장에서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 유상증자에 나서면서도 지분 희석을 경계하는 한편, 동생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및 삼자연합의 파상공세를 버텨야 하는 이중고를 견뎌야 하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한진칼 지분이 너무 올라 조 회장을 도울 백기사가 선뜻 나오기도 어려운 판국이라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그 연장선에서 조 회장은 이번 편지를 통해 확고한 경영권 방어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전문]

오랜만에 여러분께 인사 드립니다.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 속에서 우리 임직원 여러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감염병에 대한 우려로 생활에 많은 제약과 어려움이 있다보니 혹시나 무력감이나 우울감에 빠져 계신건 아닌지 걱정이 들기도 하구요.

여러분과 댁내 가족분들 모두 항상 안전하고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 1·4분기 실적 발표가 있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지난 1·4분기 매출액 2조3523억원, 영업손실 566억원의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비록 적자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이는 당초 시장이 우려했던 것보다 선방한 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환경 속에서도 이러한 실적을 기록하며 적자폭을 최소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단연 우리 임직원 여러분들이 있습니다.

누구도 경험해 본적 없는 처음 맞는 상황 앞에서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하나된 모습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의연하고 성실하게 맡은 임무들을 수행해주신 여러분. 자신의 입장과 목소리를 내세우기 보다는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십분 이해해주시고, 저마다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양보와 희생을 통해 위기 극복에 기꺼이 동참해주신 임직원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야기된 우리 회사의 현실을 생각하고, 달라진 여러 현장의 모습들을 마주하면 참 안타깝고 가슴이 아픕니다.
기물 카트만 쌓여있는 기내식센터의 냉장고와 너무도 한산해서 어색한 여객터미널, 엔진에 덮개를 씌우고 유도로에 서 있는 우리 비행기, 본사 부실 곳곳 비어 있는 여러분의 자리들. 그 텅빈 공간들처럼 제 마음도 공허해집니다. 그리고 이내 그 자리에 있어야 할 여러분들의 모습이 그리워집니다.

한편으론 답답한 방호복을 입고 고객 서비스에 여념이 없는 승무원분들과 시시각각 변하고 취소되는 스케줄로 인해 빗발치는 고객의 문의와 불만을 응대하는 예약센터 직원분들, 늦은 밤까지 힘써 작업하는 화물터미널 직원분들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교차되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임직원 여러분, 각각의 현장이 지금 어떠한 모습으로 있든, 저는 우리 회사 곳곳마다 촘촘히 새겨져 있는 우리 임직원 여러분의 헌신과 희생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헌신과 희생이 새겨진 여러분의 자리를, 나아가 모든 임직원이 다시 누려야 할 일상을 하루 빨리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회사는 임직원 여러분의 소중한 헌신과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우리 임직원 여러분들의 삶의 터전이자 땀과 열정이 서려있는 모든 사업장을 여러분과 함께 지키면서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항공의 정상화를 추진해 나아갈 것입니다.

코로나19 종식 후 다시 힘차게 날아오를 우리 회사의 모습을, 그리고 감염병에 대한 우려 없이 서로 더욱 가까워질 KALMAN의 모습을 함께 기대하고 바라보며 우리 모두 조금 더 힘을 모아 나아갑시다.

임직원 여러분, 진심으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