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이미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레바논 등 3개국이 채무를 불이행했다. 가장 위태로운 채무국은 가봉, 모잠비크, 콩고 공화국, 잠비아 등 아프리카 4개국이다. 이들 외에 엘살바도르, 이라크, 스리랑카 등도 ‘C’등급으로 강등될 위기에 처해 있다.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지금은 관광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들의 경제가 잘 나가는 시기가 아니다. 게다가 그런 나라들이 엄청난 부채와 취약한 재정 정책까지 직면하고 있다면 그런 나라들은 금융 재앙으로 가는 지름길에 있는 것과 다름 아니다.  

올해 이미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레바논 등 3개국이 채무를 불이행했다. 글로벌 신용평가 회사 피치(Fitch Ratings)에 따르면 이들 3개 국가 외에 더 많은 나라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 한 해 동안 3개 국가가 채무를 불이행한 것은 2017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5월이다. 올해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피치는 올해 채무를 불이행하는 나라가 더 많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CNN이 17일(현지시간) 이를 상세 보도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피치는 올해 29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는데, 이 중 8개국은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은 국가들에게 부여하는 초투기등급(super-speculative)인 ‘C’ 등급의 부채를 갖고 있는 나라들이다. 피치는 여전히 십 수 개의 또 다른 국가들이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가장 위태로운 채무국은 가봉, 모잠비크, 콩고 공화국, 잠비아 등 아프리카 4개국이다. 이들 외에 엘살바도르, 이라크, 스리랑카 등도 ‘C’등급으로 강등될 위기에 처해 있다.

피치는 평균적으로 지난 25년간 C등급 국가의 디폴트(채무불이행)율은 26.5%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시기도 매우 빨랐다. ‘C’ 등급으로 강등된 후 실제 채무 불이행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7개월 정도에 불과했다.

문제는 최근에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년간만 놓고 보면 ‘C’ 등급 국가들의 디폴트율은 38.5%까지 치솟았다. ‘C’ 등급으로 강등되고 나서 채무불이행을 면한 나라는 5개국에 불과했다.

다음은 누구 차례?

채무불이행의 가장 큰 위험에 처한 국가들 중에는 원자재, 특히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들이 있다. 코로나가 유행하는 동안 공장과 여행이 중단되면서 에너지 가격이 폭락했다.

석유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일부 생산자들은 시장이 원하지 않는 석유를 저장할 공간이 바닥난 상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의 가격 전쟁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부적절했다. 최근의 생산 감소가 가격을 다소 안정시켰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산유국들은 아직 건재하다. 디폴트 위험이 가장 높은 나라들은 석유 문제 외에 다양한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유가 급락은 이들을 더 궁지에 몰아넣었다. 고금리로 빌린 돈과 낮은 현금 보유고를 휘저으면 독극물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국가가 부도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피치에 따르면, 1990년대 중반 이후 국가가 채무를 불이행한사례는 14개국에서 총 23차례 발생했다. 문제는 그것이 최근 들어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지금 세상을 뒤덮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경제가 그 가능성을 훨씬 더 높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