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업의 질문]

“최근 한 언론에서 취재 요청을 해왔는데요. 그게 저희에게는 참 민감한 내용입니다. 대표가 아는 한 언론사 데스크에게 개인적으로 대응 조언을 들었는데, 그 분께서는 기자에게 회사의 입장자료를 전달해서 기사가 균형을 이루게 하라는 군요. 현 상황에서 이 조언을 따라도 괜찮을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원칙적으로는 기자의 취재 시 기업이 자사의 입장을 정리해 전달하는 프로세스는 맞습니다. 그리고 그런 대응을 통해 기사 내용 중에서 의혹과 반론이 균형을 맞추게 만드는 것도 좋은 접근 방법입니다. 언론사에서 오랫동안 실무를 거친 데스크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중요한 조언을 해 주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질문에서도 이야기하셨지만, 그 이슈가 회사에 상당히 민감하다는 것이겠지요. 별로 민감하지 않거나, 간단한 해명을 통해 기자가 제시하는 의혹을 털어 버릴 수 있는 경우라면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현재 그 이슈는 회사가 어떤 해명을 해도 합리적으로 보이거나, 의혹을 해소시킬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니까 골치가 아픈 것 같습니다.

모든 원칙이나 전략에 있어서 ‘무조건’이라는 전제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원래 이렇게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해야 좋다”는 조언이라도 일단은 현 상황에 비추어 보아 적용의 장단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자사만의 전략으로 유용성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지요.

앞으로 조언을 얻을 때에는 간단한 사실관계 설명을 통해 조언자로부터 대략적 원칙을 얻으려 하기 보다는, 회사의 실질적 상황과 자사의 대응 전략과 방향성을 어느 정도 마련해 그에 대한 평가와 조언을 얻어 보기 바랍니다.

예를 들어 조언자에게 조언을 듣기 위해 이렇게 질문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저희에게 이런 이런 이슈가 있는데, OOO TV에서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대응해야 하지요?” 이와 같은 질문은 원칙적 조언이나 자칫 적절하지 않은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질문입니다. 조언자가 그 누구라도 그 정도 범위의 내용만 가지고 제대로 조언 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조언자가 배경에 대해 몇 가지 추가 질문은 하겠지요. 하지만, 그 정도 내용과 인식만을 가지고는 실질적 조언은 어렵습니다.

대신 이상적 조언 요청 질문은 이런 것일 수 있습니다. “저희 회사 관련 이런이런 이슈가 발생해서 OOOTV에서 취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이런이런 것이라서, 일단 기자에게 회사 입장이나 어떤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로펌이나 위기관리펌 조언도 그렇습니다. 일단 기자가 보도내용을 저희 쪽에 잘 공유하고 있지 않아, 구체적 대응 메시지 개발도 기술적으로 여의치가 않습니다. 이런 경우 저희가 아무 대응을 않고, 보도가 나가게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런 형식의 질문이 좀더 유용할 수 있습니다.

즉, 회사의 현재 입장과 대응 방향성을 어느 정도 정리해서 그 전략과 방향성에 대해 경험 많은 조언자의 시각을 얻어 보는 것입니다. 그 조언자께서는 이런 설명 과정을 통해 회사의 입장과 대응 전략을 설정한 합리적 이유를 이해할 것입니다. 그 기존 전략이 좀 더 안정성을 가질 수 있는 세부 조언을 할 가능성은 커집니다. 이렇듯 외부 조언자를 활용하는 것도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슈 발생 시 처음부터 쇼핑하듯 여기 저기 조언 요청 전화를 돌리는 것이 별 유용하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