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클라호마주 쿠싱(Cushing)의 원유 저장시설. 5월 첫 주 미국의 원유 저장고는 지난 1월 이후 주간 기준으로 첫 감소세를 보였다.     출처= Oil & Ga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과 유럽에서 석유 수요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중국의 정유회사들은 중국 경제가 본격 재개됨에 따라 석유를 구입량을 늘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가격 전쟁을 끝내고 감산에 돌입했고, 미국 석유회사들도 장비를 해체하고 유정을 폐쇄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상황이 최근 유가를 소폭 상승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15일 미국의 석유 선물은 7% 넘게 상승하며 배럴당 30달러에 육박했다. 이 정도 수준이면 힘겨워 하던 미국의 유정들이 고비를 넘기기에 충분하다.

한 달 전만 해도 마이너스를 넘나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것은 작은 기적처럼 보일 수도 있다. 지난달 20일 일부 거래자들이 구매자들에게 원유를 가져가면 돈을 지불하겠다고 제안하면서 미국 석유선물거래가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었다.

석유산업 리서치 및 컨설팅 회사 리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의 비요나 톤하겐 석유시장조사팀장은 "5월은 거래자들이 마침내 잠시 더 편히 앉아 숨을 쉴 수 있는 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거대한 석유 재고 과잉이 먼저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예전의 유가 회복은 어려울 것입니다.”

최근의 유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현재 유가는 연초 대비 절반 수준이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보통(regular) 휘발유 평균 소비자 가격은 갤런당 1.88달러로 1년 전보다 98센트 낮은 가격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업의 활동 재개와 사람들의 이동을 성급히 허용하면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사례와 사망자가 다시 급증할 경우 유가가 다시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향후 두 달 안에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5000만 배럴을 채운 유조선이 미국에 도착하면 가격은 다시 하락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저장 시설, 파이프라인, 정유 시설을 압도해 미국내 셰일 생산 업체가 다시 어려워질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 초, 미국의 휘발유 수요가 작년 5월에 비해 25%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것이 석유 산업에 좋은 소식일 리는 없지만 4월의 40% 감소에서는 크게 개선된 것이다.

기업 재개를 서서히 허용하고 있는 유럽의 여러 국가들에서도 수요가 반등했다.

유럽의 석유화학 제조업들은 코로나 대유행 기간 에너지 산업에서 만든 재료를 사용한 마스크나 기타 보호 장비의 강한 수요 덕분에 근근이 버틸 수 있었다.

공급 측면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과 동맹국들이 생산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6월까지 OPEC 생산량이 하루 2410만배럴 이하로 떨어져 4월보다 63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OPEC과 동조했던 러시아도 지난해보다 하루 80만배럴 감산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노르웨이 등 비OPEC 주요 생산국들도 감산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급격한 감산을 겪은 곳은 최근 몇 년간 시추 광풍이 불면서 생산량이 두 배로 증가한 미국 텍사스와 노스다코타의 셰일 업체들이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이미 2월 이후 생산량의 7%에 해당하는 하루 90만 배럴씩 감소했다. 애널리스트들은 기업들이 유정을 더 폐쇄하고 다른 유정의 생산량이 자연적으로 감소하면서 연말까지 적어도 하루에 200만 배럴을 더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원유재고는 5월 첫째 주에 지난 1월 이후 처음으로 주간 기준 하락세로 돌아섰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의 에너지 및 천연자원 담당 레지나 메이어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의 과감한 대규모 생산 감소가 현재 유가 상승에 잠재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공급 과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 한 이러한 반등이 지속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메이어 애널리스트는 가격 침체의 장기화로 인해 미국 석유 산업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정적으로 취약한 기업들은 유전을 합병하거나 매각함으로써 자본을 마련할 것이다. 지난 15일 와이오밍에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울트라 페트롤륨(Ultra-Petroleum)은 4년 만에 두 번째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우리는 앞으로 몇 건의 통합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업계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하기도 하고 살아남기 위한 보증된 절차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정부와 껄끄러운 사이가 아니라면 국영 석유회사가 직접 들어와 지분을 매입해 줄테니까요."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에서 석유 및 가스 시추업을 하고 있는 WTD 리소시스(WTD Resources)의 윌리엄 드레넨 최고경영자(CEO)는 이 산업이 코로나로 잃은 땅을 회복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단 이 업계에서 해고된 사람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거나 장기간 실업 상태에 빠지면, 코로나가 지나간 이후에도 새 유정을 다시 시작하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현장 직원들을 다시 효율적으로 모으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업계가 다시 원상회복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아니 어쩌면 올 여름에는 더 많은 회사들이 위험에 처하게 될 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