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두산중공업이 크게 휘청이는 가운데 그 충격파가 두산그룹 전반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정부 지원을 받아 기사회생의 발판을 마련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보다 지금까지의 사업 포트폴리오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그룹을 둘러싼 위기상황은 심각해지는 분위기다.

두산건설, 두타 운명은?
두산건설의 이례적인 선택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천안 성성 레이크시티 두산위브를 분양하지 않기로 최근 결정했다.

천안 성성 레이크시티 두산위브는 천안 성성 4지구 도시개발사업이며 두산건설이 지난해 5월 시행사인 코업씨시와 계약을 체결하고 분양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철회해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룹 전반의 어려움이 커지며 두산건설이 단기적인 현금을 택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두산건설은 이 사업장에 시공권과 함께 토지담보우선수익권, 대외변제 채권 등을 보유하고 있으며, 과거 사업 지연으로 시행사에 자금을 빌려주며 설정한 채권규모는 약 1157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그룹 경영권이 흔들리는 한편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분양을 포기하고 대신 채권을 빠르게 현금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겠다는 의지다.

두산그룹의 상징인 두산타워도 매각 초읽기에 들어갔다.

16일 IB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를 8000억원에 매각하기 위해 옵션을 추가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만약 협상이 성공한다면, 지난 2018년 두산타워를 담보로 제공하고 4000억원의 자금을 빌린 탓에 차입금 상환, 보증금 등을 제외한 후 두산그룹이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2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지하 7층~지상34층, 연면적 12만2630㎡ 규모에 달하는 두산타워는 동대문의 랜드마크인 동시에, 그룹사의 상징이다. 1998년 준공 이후 20년 이상 본사로 사용돼왔지만 구조조정 여파를 피하지 못해 매각 대상으로 이름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만약 매각된다면 세일 앤드 리스백’ 옵션을 통해 두산의 색을 유지하겠지만, 사실상 두산그룹의 정체성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두산중공업'발' 위기 그룹 전체로
두산그룹이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위한 3조원 이상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한 후 산은과 수은 등 채권단은 두산그룹 측이 제출한 두산중공업 재무구조개선계획(자구안)을 수용하고 추가 자금지원에 나섰다.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은 자산매각, 제반 비용 축소 등 자구노력을 통해 3조원 이상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은 유상증자 추진 및 제반 비용 축소를 위한 고강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비핵심 자산 매각을 진행한다. ㈜두산은 두산중공업의 모회사로서 두산중공업의 자구노력을 최대한 지원하기 위해 자산매각 및 두산중공업 증자 참여를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정부의 지원이 더해지며 두산중공업은 회생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각오다.

문제는 이러한 필사적인 자구책에도 두산중공업에서 시작된 두산그룹의 위기가 커지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따라 두산중공업과 두산그룹이 흔들린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두산중공업과 두산그룹의 어려움은 탈원전과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코로나19의 여파에 기존 경영실패가 겹치며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결국 두산그룹 입장에서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팔아' 현금을 창출하고 두산중공업에서 시작된 위기를 관리하는 쪽으로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당분간은 기업 회생에 방점을 찍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