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재 회사들은 비용 절감 노력을 가속화하는 한편, 계획된 신제품 출시를 지연시키는 등 지갑이 빠듯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출처= Supermarket New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샴푸, 시리얼, 냉동 피자 등 기본 생필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이 어려운 시기에 소비를 줄이고 있는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대 포장식품 제조업체인 네슬레(Nestlé SA)는 보다 저렴한 소포장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오레오 쿠키로 유명한 몬델레즈 인터내셔널(Mondelez International) 은 가장 잘 팔리는 핵심 제품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상품 종류를 줄이고 있다. 켈로그(Kellogg)는 시리얼 한 박스로 얼마나 많은 끼니를 제공할 수 있는지 호소하는 광고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 모든 전략들이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은가? 기업들이 고객들이 더 싼 상품으로 돌아서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과거의 불황 때 사용했던 도구들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켈로그의 스티브 캐힐레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투자자들에게 "우리는 과거 경기 침체 때 어떤 전략이 효과가 있었고 어떤 전략이 실패했었는지, 그리고 지금 이 시기가 그 때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자구책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번 침체에 대비하는 것이 다른 어떤 때보다 더 힘들다고 말한다. 코로나가 앞으로 얼마나 더 확산할 지 아직 거의 모르기 때문이다.

도브(Dove) 비누로 유명한 유니레버(Unilever)의 그래미 핏케슬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금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우리는 망원경과 현미경을 동시에 보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한 침체는 2008-09년의 금융위기 때보다 더 깊고 더 광범위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09년에 세계경제가 0.1% 감소했던 것에 비해 올해 최소 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3월 소비자 지출은 월간 사상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고, 4월 한 달간 실직자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맥킨지가 최근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비자의 47%가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소비재 회사들은 돈에 쪼들리는 소비자들을 위해 다양한 전술을 사용했다. 유니레버는 새라 리(Sara Lee)의 사넥스(Sanex)와 라독스(Radox) 같은 저렴한 퍼스날 케어 브랜드를 인수해 고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보완했다. 펩시콜라는 월 초에는 멀티 팩 제품 판매에 주력하다가 월말에는 소량 포장 제품을 내놓는 등 소비자들의 급여일에 맞춘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프록터앤갬블(P&G)은 20% 저렴한 버전의 타이드 세탁세제를 출시했고, 냉동식품 회사 코나그라 브랜드(ConAgra Brands)는 1달러짜리 연회용 냉동식품을 출시했다.

이제 코로나가 전세계를 강타하며 다시 침체가 찾아오자 기업들은 그 때의 전략을 다시 꺼내 들고 있다.

네슬레의 식품사업 책임자 웨인 잉글랜드는 "코로나 이전에는 시도하지 않았던 멀티플랙스, 빅팩, 10% 무료증정 제품 등을 다시 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저렴한 제품들에게 점유율을 빼앗긴 초콜릿 회사 허쉬(Herdhey)도 엔트리 레벨의 가격 품목을 늘리기 위해 포장 규격을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레버도 중남미 시장에서 중저가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포장 단위를 재조정했다. 핏케슬리 CFO는 "우리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격의 브랜드를 만드는 매력에 대해 매우 깊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저가 브랜드를 새로 만든다는 뜻이 아니라 프리미엄 브랜드를 어떻게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가를 말하는 겁니다."

켈로그, P&G, 코카콜라 등도 지갑이 빠듯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포장 작업을 재조정하고있다.

과거의 위기는 소비자들이 외식과 미용실 소비를 줄이고 가성비 좋은 저가의 매장 자가브랜드 상품에 몰린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시장정보기관(IRI)에 따르면 4월 19일까지 4주 동안 식품 시장에서 매장 자가브랜드의 판매량이 16.1% 증가한 반면 브랜드 제품의 판매량은 5.8% 증가에 그쳤다.

기업들은, 지난 금융위기 불황에서도 강하게 성장했고 최근 코로나로 인한 봉쇄 기간에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매장 자가브랜드로부터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업들은 또 재택 격리된 소비자들의 수요 편중을 충족하기 위해 가장 인기 있는 상품들에 주력하고 다른 종류의 상품들을 크게 줄였다. 몬델레즈는 상품 매출을 기준으로 상위 100개 상품을 선정했다. 오레오 뚱뚱이 더블스투프(Double Stuf)와 홀쭉이 씬스(Thins)는 중단 없이 계속 판매될 것이지만 딸기 쇼트케이크나 후식용 스모어(S’mores) 같은 계절 제품은 잠정적으로 판매 중단될 것이다.

기업들 또 비용 절감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일부 계획된 신제품을 지연시키고 있다. 그러나 광고비 지출과 연구개발 투자 지출은 여전히 중요하다. 켈로그의 캐힐레인 CEO는 "불황 시기에 쉽게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움츠러드는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좋은 소식을 원하지만, 모든 것을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방식으로 하기를 원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