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입은 항공업계가 1분기 줄줄이 적자전환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여파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코로나19의 여파가 본격화한 2분기 항공사들의 적자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업계는 사상 최악의 실적이 또 다시 경신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6개 상장항공사의 1분기 영업익은 모두 적자전환했다. 

특히, 업계 1위이자 지난 4분기 항공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했던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여객 매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국제선 하늘길이 막히며 3분기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대한항공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2조4273억원, 영업손실은 828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2.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도 7369억원으로 전년 1170억원보다 확대됐다. 

하지만 이는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성적이다. 앞서 증권업계는 대한항공의 영업적자를 2044억원 수준으로 추정한 바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에도 불구하고 화물기 가동 확대와 화물적재율 개선으로 전년 대비 수송실적(FTK)가 3.1%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 추락을 방어했다. 

HDC현대산업개발으로의 인수를 앞두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또한 항공화물 덕을 톡톡히 봤다. 1분기 별도 기준 매출 1조1295억원, 영업손실 2082억원, 당기순손실 5490억원으로 적자규모가 3000억원을 웃돌 것이란 시장 기대치보다는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1.5% 감소했으며,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약 18배, 6.5배씩 확대됐다.

코로나19의 영향을 정면으로 맞이한 저비용항공사(LCC)의 성적은 처참하다. 단거리노선에서 수익을 내는데다, 항공화물 등 수익을 만회할만한 대체 수단이 없었던 LCC들이 코로나19로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저비용항공사(LCC) 1위인 제주항공은 연결 기준 65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어 진에어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4% 감소한 1439억원, 영업손실 313억원, 당기순손실은 458억원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티웨이항공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1% 줄어 149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223억원, 348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에어부산은 매출 931억원, 영업손실 385억원, 당기순손실 618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46.5% 급감했고 영업손익과 당기순손익은 적자전환했다. 

6개 상장 항공사 기준 1분기 영업손실을 모두 합하면 4488억원으로 집계된다. 지난해 1분기 이들의 영업이익 3960억원과 비교할 경우 무려 85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낸 셈이다. 매출또한 지난해 1분기 5조9601억원에서 올해 1분기 4조1613원으로 30.18%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비상장사인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플라이강원 등의 성적 역시 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2분기 실적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을때보다 정점을 찍고 난 이후의 항공 수요가 더욱 좋지 않아 실질적인 타격은 더 클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4월말 5월초 황금연휴에 반짝 특수를 누리기도 했지만 이는 수익성이 낮은 국내선 중심이라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미미한 상황이다. 

항공사들은 일부 국제선 노선을 재개하고 프로모션에 나서는 등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최근 중국·독일 등 해외뿐 아니라 국내도 이태원 사태로 잠잠해지던 코로나19가 재확산될 기미가 보이고 있는 등 예상보다 수요 정상화가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13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을 통해 “2025년에도 전 세계 항공 승객 수가 작년 10월 내놓은 전망치를 10%가량 밑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빨라도 2023년까지는 항공 수요가 작년 수준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IATA는 내년 항공 수요가 지난해 보다 24% 적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각국의 봉쇄령이 3분기까지 이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최대 34%가량 적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상 휴가철을 앞두고 해외여행의 경우 지금부터 예약이 이뤄져야 하는데 드라마틱한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개학 시기가 뒤로 밀리면서 여름방학 일수도 축소될 것으로 보여서 연내 언제쯤 여행 수요 회복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업계 최대 성수기인 3분기 성적도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