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팬데믹 3월 시작

2분기 실적 더욱 기대

재고 비축 수요 하반기 이어질 듯

품질ㆍ호환성 등 경쟁력 갖춰

▲ 한국 진단기업들이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씨젠 진단키트. 출처=씨젠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한국 진단키트 기업이 올해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씨젠은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약 180% 웃돌았다. 코로나19에 따른 진단 기술 역량이 확인된 것으로 풀이된다. 타 국가에서 개발한 진단키트 일부에 대해 정확도 논란이 나오면서 한국 진단키트 브랜드는 더 공고해졌다. 코로나19 키트와 관련해선 한국 진단기업이 이미 시장을 점령했다는 분석이 따른다.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은 3월부터 시작됐다. 진단기업들의 2분기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치료제 및 백신이 나오기 전까지 코로나19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차 확산 방지 등을 위해 글로벌 곳곳에서 재고 비축 수요가 늘어 한국 진단기업들의 실적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국 진단기업, 실적 대박 이어질 듯

1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씨젠은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출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씨젠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818억원, 영업이익 398억원, 순이익 337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연간 매출의 70% 수준을 1분기만에 확보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7% 성장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규모를 초과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84%, 579% 성장했다.

글로벌 코로나19 팬데믹은 3월부터 시작했다. 1분기 실적보다 2분기 실적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씨젠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1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높은 것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1분기 중 코로나 관련 매출 비중은 매출의 35%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실질적인 코로나19 관련 수출 급증에 따른 영향은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씨젠 진단키트 매출 비중과 코로나19 키트 지역별 매출 비중. 출처=씨젠, 한화투자증권

랩지노믹스는 올해 1분기 매출 1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62억원에 비해 약 2배 늘어난 규모다. 영업이익은 32억원으로 전년 동기 1억 3000만원에서 무려 2361.5% 늘었다.

랩지노믹스의 실적은 2분기부터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업은 지멘스 헬시니어스 인도법인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지속 공급하면서 약 91억원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전년 매출액의 27.6%에 이르는 액수다. 4월에 발표한 수주 계약 규모는 255억원이다. 이 기업은 지난해 매출의 76.8%를 한달만에 확보했다. 랩지노믹스 관계자는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요청하는 기업과 기관, 딜러 등이 많이 있다”면서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 추세에 따라 더 많은 해외판매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씨젠 실적 전망 및 추이(위)와 랩지노믹스 실적 전망 및 추이(단위 억원). 출처=DART, 업계

업계에 따르면 진단키트는 올해 1, 2월까지 큰 폭의 수출 증가에 대한 확인이 어려웠지만 3월에는 6166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4% 급증한 규모다. 1월과 2월에는 각각 2073만달러, 2532만달러 규모였다. 3월에는 이전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월에는 진단키트 수출금액은 2억 6764만달러로 3월에 비해 334% 또 급증했다. 1~2월에 비해서는 약 10배 늘어났다. 판매 대상국도 1월에는 1곳에 불과했지만 2월 33곳, 3월 81곳, 4월 103곳으로 급증했다.

한국투자증권 진홍국 애널리스트는 “본격적으로 수출이 시작된 2분기 진단기업들의 실적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질병 확산이 둔화되더라도 2차 확산 방지와 생활방역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글로벌 재고비축 수요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한국 진단키트 잘 팔리나…품질ㆍ호환성ㆍ시장 선점 유효

진단키트는 관련 기술력이 있을 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개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씨젠은 1월 16일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을 시작해 2월 5일 테스트 버전을 개발해냈다. 업계 관계자는 “역량만 있다면 한달 이내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우리 회사는 2주 걸렸다”고 말했다.

기술력이 있는 기업이라면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것으로 설명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이 만든 키트가 주목을 받는 이유로는 품질과 호환성, 시장 선점 등이 꼽힌다. 스페인과 필리핀 등에서는 중국산 진단키트의 정확도가 40%~80%에 불과하다는 논란이 있었다.

▲ 랩지노믹스 코로나19진단키트 ‘LabGun COVID-19 Assay’. 출처=랩지노믹스

한국 진단키트 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전자증폭 검사(RT-PCR)용 키트의 검사법 민감도는 95~99%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 키트의 품질이 좋은 이유로는 한국 방역당국이 신속하게 검사를 진행하면서 코로나19 누적 검사가 늘어나 키트의 유효성이 검증되고, 기업들의 경험이 쌓이면서 품질 수준이 오른 것이 꼽힌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점과 호환성이 높은 점도 한국산 키트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한국 진단키트 주요 기업들은 이미 자동화를 통한 대량 생산 체계를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전 자동화로 빠르게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다”면서 “포장 박스를 만드는 일이 수작업이 필요해 오히려 인력이 더 필요한 편”이라고 말했다.

진단키트로 검체를 채취한 후에는 RT-PCR 장비에 넣고 이를 분석해야 한다. 한국 진단키트는 다양한 RT-PCR 장비와 호환돼 경쟁력이 높다. 랩지노믹스의 코로나19 진단키트 ‘LabGunTMCOVID-19assay’를 예로 들면 이 키트는 기존 검사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검사센터에서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확산하기 전에 글로벌 곳곳에 진출을 시작한 점도 한국 진단키트 브랜드를 공고히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선점도 중요했다”면서 “이미 한국 진단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진출한 시장에 후발주자로 들어오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주요 기업인 오상헬스케어, 씨젠, SD바이오센서, 시선바이오머티리얼스, 랩지노믹스, 진매트릭스 등 6곳은 이미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의 긴급사용승인(EUA)을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