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생산과 소비 회복에 힘입어 약 2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출처= FutureCa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가 발발하자 중국은 1월 23일 우한 봉쇄를 시작으로 중국 전역에 이동 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당초 1월 24일~30일이었던 중국의 춘제 연휴는 2월 8일까지 연장됐고 중국 내 거의 모든 공장은 운영을 중단했다. 이후 2월 10일부터 행정구역별로 재가동이 부분적으로 시작됐고 2월 17일부터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공장이 재가동됐다. 3월 25일 0시를 기해 우한 외 도시들의 봉쇄가 해제됐고 2주 후인 4월 8일부터 우한의 봉쇄도 해제되면서 중국내 거의 모든 기업들이 조업을 재개했다.

그러나 근로자들의 복귀가 아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세계 다른 나라에서 코로나가 대유행하며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세계의 공장을 자처한 중국 공장 역시 정상 가동될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각국이 여전히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먼저 코로나에서 벗어난 중국의 포스트 코로나 상황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경제 재개를 놓고 이견이 엇갈리고 있는 서방 국가들에게 중국의 행보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車 판매·원유 수요 반등, 수출도 반짝

지난 4월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이 생산과 소비 회복에 힘입어 지난 2018년 6월 이후 22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는 4월 중국 신차 판매량이 207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월대비로는 56%나 급등했다.

그동안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인한 경기 둔화와 자동차 수요 감소가 시작된 가운데 코로나가 발발하면서 올해 2월과 3월 신차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79.8%와 43.3% 감소했었다. 생산량은 210만 2000대로 전년보다 2.3% 늘었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코로나19 이후 멈췄던 관련 부품 공장이 가동을 재개하면서 생산량이 회복됐다. 또한 일부 브랜드들이 대대적인 판촉 행사를 펼쳤고, 연초 신형 모델이 출시되면서 소비자들을 유인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다양한 소비진작 정책을 펼치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되살아났다. 코로나로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이뤄지는 이른 바 ‘보복적 소비’는 명품, 화장품, 가구, 스마트폰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이 발표한 월간 보고서에 따르면 4월 중국의 휴대전화 판매량은 4172만 8000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2% 증가했다.

중국의 원유 수요도 회복되고 있다. 원자재 분석회사 카이로스에 따르면, 5우러 첫 주 중국의 정제 처리 규모는 2월 말 저점보다 300만 배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도 반짝 상승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달러 기준 4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3.5%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의 4월 수출이 두 자릿수 감소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중국 내 코로나19 상황 진정으로 이동 제한 완화 및 경제 정상화 시도가 병행되며 증가세를 보였다. 여타 국가들의 코로나19 대확산 속에 중국의 의료물자 수출이 늘어난 것도 수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1~2월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7.2% 줄었고 3월에도 6.6% 감소했지만 4월에 예상 밖으로 빨리 수출 반등세가 나타난 것이다. 수출 증가에 힘입어 4월 중국의 무역수지는 453억 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 현실화되고 있는 기업 도산과 대량 실업, 농민공들의 대량 실직은 중국 경제의 뇌관이다.     출처= ShinHwar

회복 신호 미약

그러나 이같은 호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수출경제의 회복을 전망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중국 상품에 대한 세계 수요가 감소해 중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의 많은 수출 공장들이 코로나19 상황 진정으로 조업을 재개했지만,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면서 해외 주문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루이스 쿠이즈 수석 이코노믹스트는 "중국의 4월 수출 회복세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 상품에 대한 해외 수요는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방역 통제와 사회적 거리두기 분위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월 수출물량이 증가한 것은 1분기 공급 제한으로 밀린 주문이 일부 반영됐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통계국이 공개한 4월 제조업 PMI는 50.8을 기록, 전월의 52.0보다 하락한 것은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치 평균 51.0보다도 낮게 나왔다. 기준점 50을 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기대치에는 못미치는 성적이다. 특히 제조업 PMI를 구성하는 하위 지표 중 신규 수출 주문은 3월 46.4에서 4월 33.5로 떨어졌다. 세계 수요 감소 충격이 반영된 것이다. 중소 규모 민간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된 4월 차이신 제조업 PMI도 49.4로 집계돼 전월의 50.1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도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D)의 공포’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1% 하락했다. 지난 2016년 4월(-3.4%) 이후 4년만에 최저치다.

PPI는 원자재와 중간재의 가격, 제품 출고가를 반영하는 만큼 경제 활력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선행지표로, 마이너스(-) 전환은 보통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해석한다.

다만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보다 3.3% 상승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3%대를 회복했다. 비록 시장 예상치 3.7%와 전월치(4.3%)를 밑돌았으나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소비자물가가 조금씩 잡히는 모습이다. 최근 들어 돼지고기 값이 조금씩 잡힌데다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인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실업자 최대 2.5억명, 중국경제의 뇌관

중국 경제가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현실화되고 있는 기업 도산과 대량 실업, 농민공들의 대량 실직은 중국 경제의 뇌관이다. 중국에서는 해안 지역 대도시에서 일하기 위해 낙후된 서부지역 농촌을 떠난 이주 근로자들을 농민공이라고 부른다.

중국 정부가 발표한 실업률은 2월 6.2%, 3월 5.9%로 회복세다. 그러나 춘절 연휴 이후 일터로 복귀하지 못한 농민공이 전체 농민공 2억 9천여만 명의 절반에 이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감안하면, 실제 실업률은 20%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중국이 직면한 실업난 규모는 수량화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중타이증권은 중국의 실질 실업률이 7000만명으로 20.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고 리프트에셋은 2억 5000만명의 근로자들이 실직에 내몰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농민공의 대량 실업은 중국 경제 회복의 바로미터이기도 하지만 중국 경제뿐 아니라 '시진핑 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는 점에서 중국 최고지도부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 전했다.

코로나 사태로 3월에서 두 달여 연기돼 오는 21일 전국인민정치협상대회, 22일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리는 양회(兩會)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처하는 중국 최고지도부의 비상한 해법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 중국인민은행은 1분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온건한 통화정책을 좀 더 유연하고 적절하게 운용해 안정적 성장과 고용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고도의 질적 경제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출처= SCMP

‘내수 살리자’ 공격적 돈풀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1일, 4월 은행권 위안화 신규 대출이 1조 7000억 위안(293조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전체 시중 유동성을 반영하는 지표인 사회융자총량은 3조 900억 위안으로, 시장 예상치인 2조2200억 위안을 웃돌았다. 사회융자총량은 위안화 대출과 외화대출, 신탁대출, 기업 채권 등 실물 경제에 공급된 유동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특히 4월말 통화공급량인 광의통화(M2) 증가율은 11.1%로, 전달의 10.1%와 시장 예상치 10.4%를 모두 상회했다. 이는 2017년 1월 이후 3년래 최고치다. 시중에 그만큼 유동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수치별로 보면, 4월 신규 가계대출이 6669억 위안 늘었다. 단기대출과 중장기대출이 각각 2280억, 4389억 위안씩 늘었다. 전년 동비와 비교해 모두 증가한 것이다. 코로나19 진정세 속 주민들의 주택 구매는 물론, 자동차 구매 등 단기 소비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다만 1분기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계 부채가 우려된다고 SCMP는 지적했다. 금융정보 제공사 윈드(Wind)에 따르면 중국의 1분기 가계 부채 비율이 57.5%를 기록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일 뿐 아니라 분기 증가율로는 2010년 1분기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기업 대출 부문에선 4월 중장기 대출이 5547억 위안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준으로,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였다.

이는 코로나19 진정세 속에서 경제활동이 재개돼 내수가 차츰 회복되고 기업 투자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코로나19로 충격을 입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잇달아 대출금리를 인하해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늘고, 은행권들도 지급준비율 인하로 대출 여력이 늘어난 요인도 있다.

중국은 향후 보다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인민은행은 지난 10일 발표한 1분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온건한 통화정책을 좀 더 유연하고 적절하게 운용해 안정적 성장과 고용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고 고도의 질적 경제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경제일보는 13일, 코로나19 발생 이후 28개 성의 총 170여 개 지방정부와 사회 자금을 합쳐 총 190억 위안(3조 3000억원)의 소비 쿠폰이 발행돼 소비 활동을 촉진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한 경기 대응 차원에서 발행되는 소비 쿠폰이 소비 심리를 일깨우고 주민 소비 활동을 증진시키는데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소비 쿠폰 발행은 현재 저소득 계층에 대한 보조와 특정 산업용 할인권, 기업에 대한 쿠폰 등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발행되고 있다. 기업에 대한 쿠폰은 세금 감면과 5대 보험 및 공적금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발행 효과 면에서 소비 쿠폰은 통상 액면의 4~5배에 달하는 소비를 창출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터넷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소비의 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데도 상당한 효과를 내고 있다.

다시 떠오른 미중 갈등, 트럼프 변수

1단계 무역 합의 이후 완화되는 듯했던 미중 간 긴장 관계가 최근 다시 경색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중국 정부의 태도를 탓하며 최근 들어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유래설'을 밀어붙였고, 중국 정부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확산을) 멈출 수 있었다. 그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게 해선 안 됐다"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중국과의 1단계 무역 합의와 관련해 "재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특히 미중 양국이 1단계 무역협정에 합의한 직후 코로나19가 확산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중국에 매우 실망했다고 말했다.

"미중간 큰 무역 합의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갑자기 중국에서 전염병(코로나19)이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그에 대해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Fox)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다"면서 "모든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We could cut off the whole relationship)고 말했다. 이어 만약 중국과 모든 관계를 끊는다면 5천억 달러(600조원)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응해 한 발언 중 가장 강도 높은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