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이하 벤츠)가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으로서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전시장을 모두에게 열어보이는 등 활동에 나섰다. 다변화한 소비자 니즈와 시장 추세를 반영해, 콧대 높은 외국 브랜드가 아닌 고객 친화적인 글로벌 업체로 변모하려는 취지다. 벤츠의 이번 결단에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다변화하고 있는 니즈가 반영됐다.

▲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모터원 고양 전시장. 출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14일 오전 방문한 벤츠 고양 전시장 및 서비스센터(이하 전시장)는 주거·상업 단지 내에서 독특한 외관 형태로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상 10층, 지하 1층 등 총 11개층 1만8328㎡ 연면적을 갖춘 고양 전시장에서는 고객에게 차량 구매에 관한 상담이나 계약 절차를 진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차량 출고·점검 등 자동차 관련 기능을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다.

대형마트 한 곳 수준의 면적을 갖춘 고양 전시장에서 차량 관련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커피를 마시거나 차량 관련 액세서리를 구매하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들도 조성돼 있다. 아이를 동반한 고객을 위한 키즈룸도 조성돼 있다. 통유리로 된 9층 전시장 벽 너머 바깥에는 고양 전시장 소재지인 경기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일대가 훤히 보인다.

▲ 고양 전시장 3층 출고장. 벤츠는 고객을 위해 차량 출고 축하 메시지를 모니터로 띄우고 출고 차량에 리본 등을 부착해 보여주는 등 특별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벤츠는 이뿐 아니라 고양 전시장 3층에 있는 차량 출고장에서 고객을 위한 소소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 출고차량의 보닛에 거대한 리본을 달거나 트렁크에 꽃다발을 넣어뒀다 건네준다. 벤츠 차량을 가족이나 지인에게 깜짝 선물하거나 남다른 차량 출고의 기쁨을 만끽하길 원하는 고객을 위한 장치다.

▲ 고양 전시장 9층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벤츠는 이 같은 공간들을 모든 고객에게 개방했다. 자동차를 사려는 목적이 아니더라도 전시장에 언제든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벤츠가 앞서 운영해온 다른 전시장에서 출입 가능한 고객을 구분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벤츠가 고양 전시장을 개방적인 공간으로 표방하고 나선 점은 ‘이색적인 결정’으로 비친다. 차량 출고 고객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점도 비교적 색다른 전략이다. 국내 소비자 정서 상 엄격·근엄·진지하기 더할 나위 없는 벤츠 전시장에 연령 불문 여러 고객들이 거닐거나 밝고 화사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모습은 낯설기 때문이다.

한국 소비자들의 이 같은 생각은 ‘벤츠하면 떠올리는 사람 이미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리서치와 매일경제가 함께 2015년 20~69세의 운전면허 소지자 500명을 대상으로 수입차 브랜드 이미지를 설문한 결과, 벤츠는 ‘정통 수트를 입고 전문직, 자영업자, 교수·교사 등 직업을 가졌으며 가정에 충실하고 여행·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40대 후반의 남성’의 이미지로 구현됐다. BMW, 아우디 등 다른 독일 브랜드가 밝고 사교적인 사람을 연상시킨다는 응답이 주로 나온 점과 대조된다.

한국리서치와 매일경제는 해당 보고서에서 “벤츠는 나이대가 있고 다소 보수적인 사람의 이미지를 지닌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국내 수입차 고객의 연령별 분포에는 벤츠 이미지와 다소 상반되는 추이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연도별 결산자료에 따르면 20~30대 수입차 고객 비중은 작년 24.4%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09년 17.7%나, KAIDA가 처음 결산자료를 배포한 2004년 11.9%에 비해 큰 폭 상승했다. 이 같은 수치는 젊은 수입차 고객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수입차 고객이 연령을 기준으로 더욱 고른 분포가 나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 동선과 차량 전시 구역을 바닥 소재로 구분해 고객의 이동편의를 도모했다. 출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벤츠가 전시장의 문턱을 앞장서 낮춘 점은 이 같은 국내 시장 추세를 제때 잘 반영해 실시한 조치로 보인다. 벤츠는 한편 이 같은 고객 추세를 반영해 지난 3월 정가가 3000만원대인 A클래스 세단 A220을 출시하는 등 공략하려는 고객층을 더욱 확장하기도 했다.

벤츠는 향후 미디어 월, 모니터 기반 제품 설명 서비스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접목하는 등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전시장을 늘려갈 방침이다.

이날 고양 전시장에서 만난 박수현 벤츠 상무는 “벤츠는 전시장에 새로운 컨셉트를 적용함으로써 딱딱한 실내 분위기를 벗어내고 고객에게 감동을 전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벤츠의 이번 변신은 한편, 시장 요구에 부응해야 살아남는 완성차 업체의 숙명을 고스란히 방증한다. 하지만 앞서 벤츠 같은 수입차 브랜드에 대해 일종의 심리적 진입장벽을 지닌 소비자들에겐 놀랍고도 반가운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벤츠의 이유 있는 변신이 더 많은 고객들에게 만족감을 선사하고, 국내 자동차 시장의 성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