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의 복수> 토드 휴린·스콧 스나이더 지음, 박슬라 옮김, 인플루엔셜 펴냄.

오늘날 모든 경제부문에서 벌어지는 거대한 변화는 ‘골리앗’과 ‘다윗’간 싸움이란 측면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덩치 큰 패배자 골리앗과 승자 다윗을 가르는 기준은 ‘디지털 역량’이다. 이 것은 기업의 외형과 수익성, 신뢰도, 오랜 역사보다 훨씬 중요하다. 생사가 걸린 문제다.

지금까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은 다윗의 우세승 양상이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등은 ‘디지털 파괴자(Digital Disruptors)’로 불리며 기존 시장을 뿌리부터 흔들고 있다. 그 앞에 거대기업 노키아, 블록버스터, 메이시·시어스 등 대형 백화점들과 글로벌 호텔체인들이 무릎 꿇고 있다.

저자들은 골리앗들에게 디지털 파괴자들로부터 시장을 탈환할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기존 대기업만의 강점 ‘크라운 주얼(crown jewel)’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크라운 주얼은 골리앗의 복수를 달성하는 시발점이 될 만한 가장 중요한 역량이나 핵심 자산을 뜻한다. 예를 들면 자금 조달 가능한 구조, 탄력적인 브랜드 가치, 기존 고객 관계, 광범위한 설치 기반, 대규모 데이터 세트, 혁신적 기술특허, 특권적 글로벌 제휴, 업계 표준에 미치는 영향력 등이다.

자기 기업만의 크라운 주얼을 파악했다면 본격적으로 골리앗의 복수에 돌입할 차례다. 골리앗의 복수를 위한 법칙은 6가지다. 첫째, 고객에게 10배 만족감을 선사할 것, 둘째, 큰 혁신과 작은 혁신을 동시에 실행할 것, 셋째, 데이터를 화폐처럼 활용할 것, 넷째, 외부 혁신 인재를 적극 영입할 것, 다섯째, 디지털 인재 기반을 구축할 것, 여섯째, 한 차원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할 것 등이다.

책에는 이와 관련해 GM, 애플, 마스터카드, NASA, 필라델피아 병원, 웨더 채널 등 다양한 기업의 생생한 사례가 나온다. GM은 10여 년 전 파산 위기에 몰렸지만 재기했다. 디지털 혁신 3대 요소인 전동화, 자율주행,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재도약한 GM은 오늘날 명실상부 세계 전기자율주행차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애플은 1994년 야심차게 뉴턴 PDA를 출시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훗날 기술을 더욱 첨단화하여 만든 아이폰은 전 세계적으로 10억 대 이상 팔렸고, 현재 애플 전체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의 출시와 동시에 회사 이름(애플 컴퓨터)에서 ‘컴퓨터’라는 단어를 빼버렸다. 애플은 PC라는 틈새시장에서 여러 시장으로 뻗어나갔다. 음악 분야에서는 아이팟,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아이폰, 태블릿에서는 아이패드로 나갔다. 결과적으로 산업 전반을 디지털적으로 재창조하는 기업으로 진화했다.

골리앗의 국면 전환 과정에서는 특히 현명한 ‘자기잠식(cannibalization)’을 실천하려는 의지도 중요하다. 미래 성장을 위해 기존 사업의 쇠퇴를 가속화할 지 모를 위험을 기꺼이 감수할 필요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미래의 물결을 수용하기 위해 ‘윈도’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수익을 과감하게 희생시키기로 했다. 전통적 인간 기반 자산운용의 대표주자 모건 스탠리는 다윗 격인 경쟁자 ‘로보어드바이저’사 서비스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고, NASA는 우주진출 경쟁자로 부각된 엘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제프 베조스의 ‘블루 오리진’과 손잡고 혁신모델을 수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