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전현수 기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촉발된 ‘망 이용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가운데, 인터넷 및 스타트업 업계가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졸속입법’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CP인 넷플릭스와 망 이용료 분쟁을 겪고 있는 SK브로드밴드만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SKB “개정안 내용을 정확히 보라”

인터넷기업협회를 비롯해 체감규제포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벤처기업협회 등 4개 단체는 최근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망법,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 처리를 반대하며 졸속입법을 할 바에야 차라리 이를 더 보강해 21대 국회로 넘기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시선이 집중된다. 최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나온 개정안이기 때문이다.

최근 SK브로드밴드는 글로벌 CP인 넷플릭스에게 합당한 망 이용료를 지불하라 요청했으나 넷플릭스는 이를 거절했고, 그 대안으로 자사의 오픈커넥트 프로그램을 역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가 이를 거절하자 넷플릭스는 해당 쟁점을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에서 단숨에 법원으로 끌고 갔다.

현재 관련된 송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개정안은 ‘일정 기준 이상의 대형 CP가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하고 이용자 요구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기하고 있으며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는 CP에게 국내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는 점도 적시했다. 무엇보다 CP에게 ISP의 망 품질 유지 의무를 지우는 내용이 포함돼 일명 ‘넷플릭스 규제법’으로 불린다.

인터넷 업계는 해당 개정안이 충분한 의견수렴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개정안이 결국 국내 CP에게만 족쇄가 될 수 있다 우려하는 한편 중소 CP 및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막는다고 본다.

반대의 의견도 있다. 해당 개정안이 최소한의 의견수렴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사실 이와 관련된 논의는 10년 전부터 있었다. 이 외에도 2016년 소위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 사태, 2017년에는 네이버와 구글이 망 이용료 문제로 충돌하며 ‘기울어진 운동장’과 관련된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인터넷 상생발전협의회도 가동되고 있으며 ISP와 CP의 의견교환은 상당히 오래 진행됐다. 이번 개정안이 별도의 논의도 없이 갑자기 시작됐다는 주장의 설득력이 낮아지는 순간이다.

이번 개정안이 법의 적용을 받는 국내 CP에게만 적용되어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주장에도 반론은 나온다. 다만 개정안에 ‘국내에 주소 또는 영업소가 없는 CP에게 국내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는 조항이 나오고 국내에서도 지난해 정보통신망법 상 국내대리인 지정 제도를 도입해 국내외 사업자간 역차별 해소를 도모한 선례가 있다. 방통위가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대상으로 관련된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국내 사업장이 없는 글로벌 CP에 대해 이미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한 사례와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은 오히려 국내 CP들이 주장하던 ‘기울어진 운동장’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개정안이 중소 CP 및 스타트업의 성장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이견의 여지가 크다. 개정안이 대상사업자의 기준을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이 시행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로 명백히 밝히고 있어 일정 기준 이상의 대형 CP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 분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개정안은 최소한의 규칙을 확립하는 한편 관련된 논란을 잦아들게 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 ISP의 주장이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분쟁 결과에 따라 국내 ISP와 글로벌 CP의 망 이용료 계약의 선례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ISP들이 현안에 대한 감정적인 접근이 아닌 신중한 핸들링을 요구하는 이유다.

특히 ISP들은 개정안이 소위 덩치가 큰 글로벌 CP에게 일정정도의 책임을 전제하면서, 중소 CP에게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인터넷 업계도 앞으로의 시행령 제정에 진정성있는 접근에 나서달라 호소하는 중이다. 나아가 더욱 건설적인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SK브로드밴드를 중심으로 망 이용료 분쟁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SK브로드밴드의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LG유플러스의 경우 넷플릭스와 긴밀하게 협력하는 한편 연말로 예정된 계약 종료 가능성을 저울질하며 망 이용료 문제를 관망만 하고 있고, KT는 아예 뒷짐만 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분쟁이 국내 ISP와 글로벌 CP의 ‘규칙’을 만드는 중요한 사례라는 점을 고려하면, 다른 통신사 및 기타 ISP들도 현안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