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바르셀로나 외곽의 닛산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정치권과노동계의 저항 때문에 공장 폐쇄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출처= 뉴욕타임스(NYT)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어떤 자동차 회사들은 더 강해질 것이고 어떤 회사들은 스스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공장들이 계속 문을 닫을 것이고 전기차로의 압력은 더 강해질 것이다.

코로나 덕분에 사람들은 집에서도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에 앞으로 사람들의 이동(여행)은 크게 줄 것이다. 아니면 붐비는 대중 교통에서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자가용 출퇴근이 더 늘어날 지도 모른다.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딜러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판매량이 추락하기 전부터 이미 잔인한 한 해를 맞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정말 다윈의 적자생존의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이 산업은 이제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는 전 세계 8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식으로 재편될 것이다.

유럽의 경우, 자동차 판매가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불황에서 벗어나기까지 거의 10년이 걸렸다. 미국 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반등하는데 약 5년이 걸렸지만 2015년 이후부터는 판매가 부진했다. 희망이었던 중국의 폭발적 성장이 업계에 도움이 됐지만 그나마 2018년 이후 이 시장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폭스바겐, 다임러, 피아트 크라이슬러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코로나로 중단된 조립라인을 서서히 재가동하면서 자동차 업계는 이번 위기가 미래에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임러의 올라 켈레니우스 회장은 최근의 컨퍼런스 콜에서 "우리는 코로나가 종식되는 2021년에는 모든 것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가 13일(현지시간), 자동차 산업이 영원히 바뀔 것이라며 이 업계의 미래를 진단했다.

과잉 시설과 노동쟁의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가 그들을 강타하기 전에, 이미 필요한 것보다 적어도 20% 이상의 생산 시설을 가지고 있었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유휴 생산 시설은 당연히 이윤을 내지 못하고 돈을 낭비했다. 여기에 판매량이 오히려 감소하면서 사용률이 낮은 공장을 폐쇄하는 것은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그러나 유럽에서는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을 두려워하는 정치권과 노동계의 저항 때문에 공장 폐쇄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노동자의 퇴직금과 기타 비용을 감안하면 공장 폐쇄 비용은 공장 건설 비용만큼이나 많이 들 수 있다.

카디프 경영대학원(Cardiff Business School)의 피터 웰스 자동차산업연구센터 소장은 “유럽에서의 공장 폐쇄는 더 이상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바르셀로나의 닛산 공장은 앞으로 예견될 수 있는 전형적 사례가 될 것이다. 이 공장은 5월 초 문을 연지 불과 이틀 만에 노동자들이 회사의 스페인 철수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청하며 파업에 돌입해 가동이 다시 중단됐다(닛산은 지난 2월 영국과 EU간의 무역협상이 결렬되면 EU 내 공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 독일 즈위카우(Zwickau)의 폭스바겐 ID.3 전기차 조립라인. 자동차 회사들은 적어도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전기 자동차를 출시할 동기를 찾지 못할 지도 모른다.    출처= YouTube

앞당겨지는 전기차 시대

코로나로 인한 봉쇄령으로 휘발유와 디젤차량의 판매가 크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판매량은 놀라울 정도의 탄력을 보였다.

지난 3월 유럽 대부분 지역이 봉쇄에 들어가면서 유럽의 자동차 판매량이 절반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독일의 자동차 산업 애널리스트 마티아스 슈미트에 따르면 배터리 구동 차량의 등록은 23%나 증가했다.

4월에는 봉쇄령이 전기차에도 영향을 미쳐 전기차 판매량도 31% 감소했지만, 유럽 전체 자동차 시장의 판매량이 80%나 감소한 것에 비하면 대단한 선방이다. 전기차 판매 증가가 트렌드인지 우연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슈미트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올해 초 등록된 전기자동차 중 상당수는 코로나 발병 이전에 미리 주문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2019년에 주문받은 자동차를 2020년에 인도하는 경우 2020년에 발효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유럽연합의 엄격한 한도를 비켜갈 수 있었다.

자동차 회사들은 앞으로 몇 달 안에 전기 자동차를 판매할 동기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대신 훨씬 더 많은 이익을 내는데다, 최근 연료 가격까지 폭락한 상황에서 더 쉽게 팔 수 있는 SUV 차량을 밀어내고 싶어할 것이다.

많은 것은 정부의 인센티브와 규제에 달려 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유럽과 중국은 미국보다 전기차 홍보를 더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배터리 자동차는 여전히 가솔린 자동차보다 훨씬 비싸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 침체기에 전기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없어지면 보조금 없이 전기차를 살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번 코로나 위기 기간 중에 뜻밖의 깨끗한 공기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들은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자동차에 기꺼이 더 투자할 수 있을 지 모른다.

스타트업의 약진

테슬라가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에 도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이후, 바이튼(Byton)이나 루시드(Lucid) 같은 전기차 스타트업들에게 코로나의 혼란은 새로운 기회다. 기존 기업들이 고전하는 가운데 스타트업이 시장을 공략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카디프 경영대학원의 웰스 소장은 "이들에게 시장의 공간이 조금씩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단 틈이 벌어지면 판은 커지게 마련이지요.”

그러나 다른 도전자들에게 코로나는 엄청난 타격을 주기도 했다. 도시 주민들의 자동차 소유를 쓸모 없게 만들겠다고 호언했던 우버나 리프트 같은 승차공유회사들은 많은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2020년까지 자율주행차를 약속했던 실리콘밸리 업체들은 아직 실물을 선보이려면 몇 년이나 더 있어야 하고, 코로나 대유행은 이들의 시험 주행마저 방해하고 있다.

▲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20 국제가전박람회(CES)에 참가한 바이튼(Byton)의 M-바이트(M-Byte) 전기 자동차. 스타트업들이 전기차 시장에서 기존 기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출처= Byton

쌀 때 인수하자

아마도 전통적 자동차 회사들보다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업종은 거의 없을 것이다. 르노의 주가는 지난해 70% 하락했다. 주식시장은 이 회사를 불과 57억 유로(7조 5000억원)로 평가하고 있는데, 18만 명의 근로자와 380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하는 회사의 가치가 제프 베조스, 마이클 블룸버그, 일론 머스크 같은 억만장자의 개인 자산보다도 낮아진 것이다.

중국 투자자들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낮은 주가를 중국 대륙에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항저우에 본사를 둔 자동차그룹 지리 홀딩(Geely Holding Group)은 2010년 포드로부터 볼보 자동차(Volvo Cars)를 인수했다. 지리는 또 볼보 자동차와는 다른 스웨덴의 트럭 제조업체 볼보 AB(Volvo AB)의 지분 8%를 소유하고 있다. 지리의 리 슈푸(李書福) 회장은 다임러의 지분 10%도 소유하고 있다. 또 다른 중국 자동차 회사 북경자동차그룹(BAIC)도 다임러의 지분 5%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들 글로벌 자동차에 대한 중국 투자자들의 추가 지분 잠식은 정치적 저항에 봉착할 것이다. 독일은 외국인의 인수를 막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되며, 프랑스도 비슷한 법안을 이미 통과시켰다. 또 프랑스 정부는 르노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르노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가 일자리를 그대로 유럽에 보존한다면 환영받을 것이다. 지리는 스웨덴 예테보리(Goteborg)에 있는 볼보 자동차의 본거지 주변 지역을 부활시켰다.

짝 짓든지 죽든지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 자동차 등 신기술 개발 비용에 대해 더 많은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폭스바겐과 포드자동차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제휴처럼, 기존 파트너십 움직임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자동차 산업 컨설팅 회사 액센츄어(Accenture)의 악셀 슈미트 전무는 "과거의 적이나 경쟁자들이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다반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동맹들은 비록 중요하긴 하지만 관리하기가 어렵다. 르노는 오랜 파트너인 닛산과 긴장을 극복하느라 애를 먹었다.

도마 위에 놓인 글로벌 공급망

코로나 대유행은 세계가 얼마나 상호 연결되어 있는지 그리고 세계의 한 지역에서의 공장 폐쇄가 지구 건너편 다른 공장의 조립 라인을 어떻게 폐쇄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자동차 등의 조명 제품을 만드는 독일 회사 오슬람(Osram)의 올라프 베르리엔 CEO는 "우리는 이번 기회에 물류와 공급망의 글로벌화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웠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동안 가격 압박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싼 공급업체만 찾느라 가까이 있는 주변의 공급업체들의 중요성을 간과해 왔습니다.”

물론 여전히 대다수는 가격 경쟁력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이 자국산 부품을 구매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임러의 켈레니우스 회장은 “그래도 글로벌 공급망은 코로나 위기 동안 잘 버텨왔다. 공급망 문제 때문에 차를 못 만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공급망을 지역화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섣부른 생각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공급망의 글로벌화는 생산성 향상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지금 다시 후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