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임관호 기자] 2020년에서 되돌아보는 2000년 한국경제는 놀랍다. 그 난리통에 어떻게 IT 강국이라는 기치를 완성하고 토대를 만들었을까. 한강의 기적이 70년대 개발연대의 대표 브랜드라면 2000년대 대표브랜드는 IT강국이다. 1997년 외환위기로 거덜난 한국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기치였다. 국민 누구나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게 하겠다는 일성이 지난 20년 경제의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IT 강국은 미완성이다. 하드웨어 뿐이었다.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에 더 집중해 인터넷 강국 명성은 만들어냈지만 소프트웨어 약소국은 언제나 약점이었다. 물건을 파는 디바이스 강국이었지만 아이디어를 팔고 플랫폼을 파는 부가가치의 소프트웨어 강국을 향한 노력은 뒷전이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2020년 경제한국의 현주소는 무엇인가. 메모리 반도체 강국, CDMA의 휴대폰 강국, 가전제품 강국, 조선 강국.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현주소다. 이마저도 흔들리고 있다. 세계적인 플랫폼이 하나도 없는 나라, 세계적인 인공지능 기업이 하나도 없는 나라, 세계적인 전기차 브랜드가 하나도 없는 나라, 세계적인 바이오 기업이 하나도 없는 나라, 세계적인 온라인 쇼핑업체가 하나도 없는 나라, 세계적인 모빌리티 기업이 하나도 없는 나라, 세계적인 클라우드 업체가 하나도 없는 나라,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업체가 하나도 없는 나라, 세계적인 식품업체가 하나도 없는 나라, 세계적인 코스메틱 브랜드가 하나도 없는 나라, 세계적인 문화기업이 하나도 없는 나라, 세계적인 종자기업이 하나도 없는 나라, 한국경제의 현주소다.

2020년 코로나가 엄습했다. 독감이다. 사스와 메르스, 스페인 독감으로 인식했다. 달랐다. 경제가 올스톱 됐다. 공항이 봉쇄되고 국경이 봉쇄됐다. 이동이 제한되고 상점과 음식점과 공장이 셧다운 됐다. 공급망이 무너졌다. 2년여 미중 무역전쟁으로 멈춰섰던 4차산업혁명이 코로나로 되살아났다. 온라인 시장은 유일무이한 시장이 됐다. 글로벌 공급망을 연결해주는 플랫폼만이 유일한 창구였다. 데이터와 네트워크 그리고 클라우드까지 비대면 수요는 폭발적인 신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한국기업은 K방역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가 만든 석달간의 세상은 4차산업혁명 그 자체였다. 포스트 코로나가 반드시 디지털 세상인 이유다. 2020년 글로벌 경제는 코로나로 다시 리셋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연설을 통해 비대면 디지털 분야의 신산업을 선도하는 한국판 뉴딜을 과감히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규제 혁파도 강조했다. 규제혁파는 언제나 단골메뉴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적이 없는 미지의 세계다. 현 정부는 총선의 압도적 승리로 무엇이든 바꿀수 있는 국민의 열망이 모아져 있다. 이번에는 규제혁파가 가능하다. 이번에는 규제의 네거티브 시스템 전환, 경제숙원이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대통령은 데이터, 5G, AI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비대면 산업 육성을 디지털화 3대 추진방안으로 제시했다. 모빌리티와 스마트케어, 5G, 헬쓰케어, 핀테크, 기술창업 등 한국형 뉴딜로 디지털 경제구조로 리셋할 것이라고 믿는다.

디지털 세상, 가보지 않은 길의 최대 도전은 기존 프레임으로 이루겠다는 '고집'이다. 규제를 혁파하고 접근 프레임도 바꿔야 진정한 디지털 세상이 열린다. 기업의 디지털 세상은 생존이다. 이미 기업은 디지털세상에 있는데 정부만 여전히 아날로그라는 말이 안 나오도록 먼저 변해야 한다. 방향성은 옳은데 정무적 판단으로 사라진 '타다'를 통해 우리는 봤다. 미래를 향한 대원칙이 정무적 판단에 의해 무너지는 일이 이제는 없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경제가 미래 디지털 파워의 중심이 될 수 있다. 디지털 경제의 요체는 역시 사람이고 기업이다. 앞으로 20년 한국경제를 디지털 강국으로 리셋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