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륙이 온라인 쇼핑에 빠지고 있다. 상하이 시내 아파트단지 앞에는 매일 오후가 되면 소형 택배 차량이나 짐을 잔뜩 실은 배달용 자전거를 쉽게 볼 수 있다.[사진:연합]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첸 린은 집에서 필요한 모든 일상 생활용품을 인터넷으로 구입한다. 부모님이 있는 베이징에서 직장이 있는 상하이로 이사와 혼자 사는 터라 자주 떨어지는 생필품, 특히 휴지나 세제 등은 아예 박스째로 배달시켜놓고 쌓아둔다. 배달 요청 시간도 회사에서 퇴근하는 저녁 시간 이후로 설정해놓으면 오후 5시 이후에 배달오기 때문에 택배를 받지 못할까 걱정할 일도 없다.

직장 일과 가사, 육아 등에 바쁜 한국인들이 온라인으로 일상용품들을 사들이듯 이웃나라 중국 젊은이들도 온라인쇼핑 재미에 푹 빠져있다. 광대한 땅덩어리와 외곽으로 나갈수록 상대적으로 열악한 도로 사정 등을 감안할때 온라인쇼핑이나 배달이 제대로 이뤄질까 의아해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 상하이, 베이징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한국과 다름없이 1~2일 내에 주문한 제품을 배달받을 수 있다.

매일 오후 무렵이면 상하이 시내의 아파트 단지 앞에는 물품을 배달하는 소형 택배 차량이나 혹은 짐을 잔뜩 실은 자전거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처럼 대형 택배 차량의 세련된 유니폼이나 모자는 없지만 작은 자전거나 오토바이에 효율적으로 짐을 싣고 빠르게 배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국인들이 어떤 물건을 얼마나 많이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것일까? 중국의 전자상거래 규모에 대해서는 발표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전자상거래 컨설팅업체인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중국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입하느라 쓴 비용은 총 7735억 위안(한화 137조652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전체 인터넷 이용인구는 CINIC(중국인터넷네트워크정보센터)에 따르면 5억1300만 명이고 이중 약 38%인 1억9400만 명이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라인 쇼핑고객들이 주로 사는 제품은 컴퓨터나 휴대폰 등 전자제품의 구매 비중이 대체로 높았다. 2011년 한 해 동안 온라인으로 구매한 전자제품의 전체 비용은 770억 위안(한화 약 13조6921억 원)으로 전체 온라인 쇼핑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온라인쇼핑의 주요 구매고객인 10~30대의 젊은 층이 많은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

남성 고객들이 전자제품을 인터넷에서 많이 산다면 여성 고객들은 화장품이나 의류 등의 쇼핑에 몰두한다. 2011년 한 해 동안 온라인에서 팔린 화장품의 규모는 총 379억 위안(한화 6조7393억 원)으로 전체 온라인 쇼핑 금액의 4.9% 정도를 차지했다. 중국 전체의 온라인 쇼핑 인구는 약 1억9400만명 정도로 전체 인구의 약 15% 정도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6.3% 정도인 1200만 명이 2011년 한 해 동안 온라인에서 화장품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완에서 실시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 전체 사무직 근로자 중 절반 정도가 온라인 쇼핑을 즐기며, 이 가운데 15% 정도는 인터넷에서 옷과 액세서리 등을 구입하고 책을 구입하는 비율도 약 15%, 컴퓨터 등의 전자제품 구입 비율도 14%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각 지역별로 조금씩 다른 쇼핑 품목에 대해서는 중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 웹사이트의 분석이 참조할만 하다. 타오바오닷컴의 하루 거래액은 지난 2011년 기준으로 43억8000만 위안(7788억원)에 달하며 지난 한 해 동안 타오바오를 방문한 고객은 총 1억2000만명(중복 방문 제외)으로 전체 인터넷 인구 5억1300만명에서 4명 중 1명은 타오바오를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타오바오의 2011년 중국 인터넷 쇼핑 고객들의 소비 패턴 분석을 보면 50대 이상의 장년층 이상 온라인 쇼핑 고객이 가장 많은 도시는 상하이로, 이 도시에서는 10만 명당 89명 꼴로 50대 이상 온라인 쇼핑고객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상하이의 여성들은 베이징, 쳉두와 함께 온라인에서 가장 화장품을 많이 사는 고객들로 외모에 더 신경을 쓰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하이의 온라인 쇼핑 고객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브랜드는 명품 브랜드인 프라다, 구찌, 버버리, 코치 등으로 조사됐다. 또한 상하이의 고객들은 셀프타이머 기능이 있는 카메라를 가장 많이 구입한 것으로 보고됐다.

장수지역의 온라인 쇼핑 고객들은 온라인에서 도서 구입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수 지역의 도시 6곳이 온라인 도서 판매 상위 지역 10곳에 모두 포함되면서 장수 지역이 학자가 많고 독서를 즐긴다는 기존 고정관념을 더욱 공고히 했다고 타오바오측은 설명했다.

보스톤 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중국의 인터넷 쇼핑 시장 규모는 2015년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하면서 약 2조 위안(한화 약 35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중국의 전자상거래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환불이나 교환을 원할 때 대부분 고객들은 어려움에 봉착하고 배송이 느린 경우 등도 많아 개선점이 아직은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당당닷컴(堂堂網)은 중국판 아마존닷컴

중국의 온라인 서점업체인 당당닷컴(dangdang.com 堂堂網)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닷컴 차이나와 온라인 서점분야에서만큼은 어깨를 나란히 겨누는 중국내 선두 온라인 쇼핑몰업체다. 당당닷컴의 창업자인 페기 유와 그녀의 남편이 미국 유학시절 아마존닷컴의 성공을 지켜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어 창업한 이 회사는 지난 2010년 말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도서에서 시작해 음악, 가전, 의류, 패션잡화까지 판매 범위를 확대한 당당닷컴은 그러나 최근 각종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당당닷컴이 발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이 회사의 손실은 무려 2억 위안(미국 달러 3150만 달러)에 달했다. 당당닷컴 측은 배송 서비스와 모바일 쇼핑, 전자책 등에 대한 투자로 인한 손실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효율적이지 못한 배송 시스템으로 인한 손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당당닷컴의 이용자들은 당당의 배송이 다른 사이트보다 느린 경우가 잦고 현금 결제만이 가능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컴퓨터 에러로 인해 가격이 정상가격보다 낮게 책정된 제품의 판매를 거부했다가 소비자들로부터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또 360buy.com이나 suning.com과 같은 기존에 전자제품을 판매하던 사이트들이 제품을 다양화하면서 경쟁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에 맞서 당당닷컴은 유니클로, 갭과 유사한 콘셉트의 자체 브랜드 의류를 런칭해 4월부터 출시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의류 브랜드 출시에 대한 고객들의 기대감은 높지 않은 편이다.

한민정 상하이 통신원 mchan@naver.com
지난해 9월부터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교 래플즈 칼리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 기업커뮤니케이션 등을 가르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에서 10여년간 기자로 근무했다. 이화여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