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지현·이혜라 기자] “교육은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축이며, 미래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교육이 보편화 될 것이다.” -클라우스 슈왑 다보스포럼 회장

한국 오프라인 공교육은 부수지 못할 철옹성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불러온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은 비대면 온라인 교육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일반 생활뿐 아니라 교육 패러다임까지 모조리 바꾼 것이다. 바야흐로 ‘에듀테크’ 시대가 활짝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발표한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는 전통적 학교의 종말 선언과 같았다. 이 프로젝트에 담긴 교육정책의 핵심은 ‘미래형 디지털 교육환경을 만든다’였다. 즉, 언택트(비대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원격교육지원 플랫폼을 구축, 사교육에만 이뤄지던 ‘에듀테크’를 공교육까지 확대할 것을 예고한 셈이다.

IT 기술·교육 서비스 융합… 新학습 경험 제공

에듀테크는 ‘교육(Education)’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다.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IT 기술과 교육 서비스가 융합해 새로운 학습 경험 제공을 의미한다.

혹자들은 ‘이러닝’과 ‘에듀테크’를 혼동한다. 1990년대 말 인터넷 확산으로 등장한 이러닝은 주로 디지털교과서와 온라인 학습에 활용됐다. 소위 말하는 ‘인강(인터넷 강의)’이 이러닝이다. 반면 에듀테크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loT) 등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학습자에 대한 분석과 의사소통 및 정보관리를 집합해 성과를 높이는데 주안점을 둔다. 결과적으로 에듀테크는 교육 효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에듀테크가 적용된 교실 안 과학시간을 예로 보자. 과거 교실 안 학생들은 ‘일정한 거리를 이동한 물체 빠르기’를 책속에 담긴 수많은 공식과 그림으로 이해해야 했다. 그러나 에듀테크가 적용된 교실에서는 속도를 각기 다르게 코딩한 로봇이 정성적 실험으로 문제 상황을 제시한다.

학생들은 모형 실험으로 ‘거리에 따른 물체의 빠르기’를 직접 보며 비교한다. 로봇 실험을 통해 ‘이동 시간이 짧을수록 빠르다’라는 사실을 쉽게 이해한다. 또 실험결과를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해 정리하고 다른 친구들과 공유도 한다. 교사는 자동 관리시스템으로 전달된 학생별 정보를 전달받아 파악하고 맞춤형 관리에 집중한다.

한국사 책을 달달 암기하던 것도 TV 드라마 속에서나 볼 법한 옛말이 된다. VR을 이용해 역사 속 한 장면에 들어가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취약한 부분은 AI를 활용해 집중적으로 학습하면 된다.

학생의 행동 인식, 상태 파악… 교실로 들어온 중국 ‘AI 선생님’

국내에서 에듀테크는 어제오늘 등장한 단어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어느 나라보다 빨랐다. 2008년 교육과 IT 분야 접목이 있었고, 2011년에는 스마트교육에 대한 정부 전략이 수립되면서 공교육 분야에도 다양한 에듀테크 사업 모델이 시도됐다.

높은 공교육 장벽이 문제였다. 에듀테크는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고 예산과 지침에 의존하는 보수적인 공교육 환경에 제약받으면서 발전 속도가 더뎌졌다. 그사이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은 에듀테크 산업에 막대하게 투자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한다.

 

교육시장조사업체 홀론아이큐(Holon IQ)에 따르면 글로벌 에듀테크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 7개 중 6개가 후발주자인 중국 기업이었다. 

2014년까지 미국이 이끌던 벤처 투자를 2015년부터 중국이 주도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교육부문의 전 세계 벤처 투자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미국(33%), 유럽·인도(각각 5%)이 뒤를 이었다.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밑거름이 됐다. 중국 정부는 매년 온라인 교육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는 중이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무역연구원이 발표한 ‘에듀테크(Edutech) 시장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중국 에듀테크 투자액은 2015년 미국을 역전해 2018년 52억 달러에 달했다. 전 세계 투자액의 63.4%를 차지하며 미국 투자규모를 크게 앞섰다.

덕분에 AI를 교실 안에 들였다. 중국 공교육에서는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해 말과 서 있는 모습, 필기하는 모습 등 학생들의 다양한 행동을 인식하고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 지루해 하는 학생이 있으면 AI가 교사에게 정보를 전달한다. 알리바바 마윈이 은퇴를 선언하며 교육자로 돌아가 에듀테크 분야 투자에 올인하겠다고 한 것도 광폭적인 시장 성장세를 뒷받침한다.

시작은 빨랐지만… 보수적 공교육 환경에 발목 잡힌 ‘韓 에듀테크’

미국의 경우 정책적으로 2014년 ‘E-rate’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고, 모든 공립학교 학생들에게 모바일 기기를 보급했다. 이를 바탕으로 AI를 기반한 온라인 평가 학습 시스템 알렉스가 학생 지식수준을 파악한 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교사에게도 학생별 보고서를 지원한다. 미국 에듀테크 투자는 지난해 전년 대비 16% 상승한 16.6억달러를 기록했다. 2015년 이후 매년 10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에듀테크 시장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성장세는 세계시장에 비해 낮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에듀테크 시장규모는 2018년 전년대비 3.9% 상승한 3.85조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3.3%로, 세계시장 성장률 4.6%를 밑돌았다. 에듀테크 지원정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혜연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무역연구원 신성장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 챗봇 서비스 제공 등 공교육에서 에듀테크 도입이 확대, 해외진출에 유리한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도 “해외에서 국내 에듀테크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공교육 시장에 대한 레퍼런스가 부족해 실제 계약이 성사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