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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리마인드 20년]④‘시장’서 ‘옴니채널’까지…유통혁명 20년창간20돌 특별기획/ 유통업계, 소비의 ‘틀’을 바꾸다
▲ 백화점은 국내 유통산업 규모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출처= 롯데쇼핑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유통(流通)은 말 그대로 흐름이다. 무엇인가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재화들을 이동시키는 흐름을 의미한다. 이 흐름의 과정에 참여하는 이들의 활동으로 부가가치가 발생하면서 업(業)의 속성이 부여된다. 이것이 산업으로서의 유통, 즉 유통업이다.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통업의 가치를 ‘낮게’ 봤다. 조선시대의 암묵적 상하계급 구분인 사(士, 선비), 농(農, 농민), 공(工, 기술자), 상(商 상인=유통업 종사자)은 이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사례다. 커다란 공장이 돌아가는 제조업이나 인류의 진보를 이끄는 기술 산업과 비교하면, 어딘가 모르게 상대적으로 ‘작은 것’으로 여겨졌다. 물론 여기에는 산업으로 발생하는 부가가치 측면에서 제조업이나 기술업과 비교하면 유통업이 규모가 작은 것이 반영됐다.

그러나 유통업은 다른 산업들보다 월등하게 앞선 점들이 있었다. 바로 사람들의 삶에 가장 밀접하게 접해있다는 점, 그리고 산업의 분야를 막론하게 광범위하게 활용된다는 점이다. 이 속성은 시대가 흐르면서 사람들에게 다시 평가받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제조나 기술이 유통업을 중심으로 발전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유통업계에서 일어난 변화들과 그 가운데서 보인 발전의 궤적은 이러한 모습들을 잘 보여준다.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시대

우리나라의 유통을 ‘산업’의 규모로 끌어올린 가장 확실한 전환점은 바로 백화점, 대형마트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유통점포들의 등장과 성장이다. 이 점포들은 전통적으로 ‘시장’이 맡아온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하면서 사람들의 삶속에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사람들이 원하는 수많은 종류의 상품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사람들이 가장 오기에 편한 입지에 위치하면서 대기업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서비스 정신을 갖춘 대형 점포들의 존재는 사람들의 삶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지난 20년 동안 일련의 변화를 이끈 기업이 바로 국내 유통 3대기업으로 불리는 롯데와 신세계 그리고 현대백화점이다. 이 세 기업이 유지하는 팽팽한 경쟁구도로 우리나라의 유통업은 비로소 ‘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지난 20년간 이 3개 기업들은 고가·고급 상품들을 판매하고 그에 상응하는 높은 수준에 접객 서비스를 제공하는 백화점, 생활필수품들을 대량으로 구매해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대형마트, 물리적 제약조건이 많은 대형마트의 한계를 보완한 SSM(기업형 슈퍼마켓), 고객 접근성과 편의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편의점 등 고객들의 삶의 형태와 필요에 따라 다른 형태의 유통점포들이 중심이 되는 상권을 전국 단위로 확장하는 데 온 역량을 집중했다. 그로 인해 우리나라 유통산업은 2000년대 초반부터 약 10년 동안 그 이전의 어떤 시대와도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고 눈부신 성장을 보여준다.

이 시기 유통의 경쟁력은 상품의 ‘구성’과 ‘가격’이었다. 고객들의 다양한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의 상품 구성(종류)을 갖추었는가가 경쟁력의 첫 번째 조건이라면 그 구성들을 얼마나 저렴하게 판매하는가는 두 번째 경쟁력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고객들의 선택권은 넓어졌고 고객들은 더 많은 효용을 제공하는 유통 점포의 브랜드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우리나라 유통업계의 변화를 간략하게 정리하면 ‘대형 유통점포들의 경쟁을 통한 규모의 성장’으로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계속될 줄 알았던 오프라인 점포들의 전성시대는 그 다음에 몰려오는 더 큰 변화들로 인해 서서히 막이 내리기 시작한다.

전자상거래 유통 혁명

혁명(革命)의 사전적 의미는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 따위를 깨뜨리고 질적으로 완전하게 새로운 것을 세우는 일’이다. 이는 2010년을 기점으로 나타난 우리나라 유통업계의 변화를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표현이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일으킨 국내 유통업계에 일으킨 변화는 ‘혁명’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디바이스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상품의 거래 즉, 전자상거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한 시점은 1990년대 후반부터다. 그러나 구매 과정에 수반되는 불편함, 고객이 직접 물건의 상태를 확인하고 상품을 구매하는 오프라인 유통점포에 비해 떨어지는 신뢰성은 전자상거래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격변은 2010년 ‘소셜커머스’의 도입부터 시작된다. 소셜커머스는 온라인 플랫폼으로맺어진 사람들의 비대면적 관계를 활용한 ‘공동구매’를 의미한다. 온라인 상으로 사람들의 수요를 모아서 구매 단가를 낮추는 이 방식은 대형 오프라인 유통점포들이 상품의 대량구매를 통해 제품 판매 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것과 유사한 방법이다. 2010년 소셜커머스 기업 티켓몬스터(현재의 티몬),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 쿠팡의 등장으로 전자상거래는 국내 유통업의 중심이 되기 시작한다. 이들 업체는 고객들이 전자상거래에 대해 갖고 있던 일종의 고정관념인 불편함, 낮은 신뢰도 등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기 시작하면서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통신 기술을 접목시키면서 본연의 한계들을 극복했다. 업체들의 규모가 커지면서 각 기업들은 서서히 대형 오프라인 유통점포에 버금가는 구매력을 확보했다.

여기에 유통 과정의 단축에서 절감되는 비용이 반영되면서 전자상거래는 편의성과 가격경쟁력을 강화했고 급기야는 오프라인 유통점포 고정 고객들의 수요까지 흡수하는 영향력을 갖게 된다. 이에 국내 유통업계의 중심은 점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간다. 이 전환의 속도에 ‘엔진을 단’ 기업이 바로 소셜커머스 업계 후발주자인 쿠팡이다.

▲ 국내 유통업계 전체를 뒤흔들 변화의 빌미를 제공한 쿠팡의 로켓배송. 출처= 쿠팡

쿠팡은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로는 최초이자 현 시점까지 유일무이하게 직접 관리하는 물류 서비스 ‘로켓배송’을 제공하는 업체로 남아있다. 로켓배송을 필두로 한 고객 서비스 우선 전략은 온·오프라인을 포함해 그 어떤 유통업체들도 쿠팡의 영향력을 따라잡을 수 없도록 만든다. 이에 자극받은 경쟁 온라인 유통업체들도 그 변화에 참여하면서 국내 유통업계는 대격변이 일어난다. 지난 수 십년 간 유통업계 시스템의 ‘문법’을 만들어왔던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전자상거래의 매서운 성장 앞에 끝내는 자존심을 꺾는다. 이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이뤄진 롯데와 신세계의 오프라인 유통 구조조정과 각 사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출범이다.

다음 단계: 경계의 붕괴 그리고 옴니채널

온라인이 중심이 된 유통업계의 새로운 문법은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들을 하고 있다. 이 시도들이 계속해서 던지고 있는 화두는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가장 취약한 약점인 고객 접점의 영역에서 아직까지 오프라인을 완벽하게 대체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다. 이 대안들 중 하나가 바로 ‘라스트 마일(Last-Mile)’로 대변되는 배송 경쟁력의 강화였다. 수없이 많은 시도를 통해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어떤 하나의 귀결점으로 해결책의 방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 귀결점은 ‘오프라인 유통점포’다. 온라인 유통의 장점인 편의성과 오프라인 유통점포의 장점인 접근성을 하나로 이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도록 체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자신의 생활 반경에 속한 어떤 방법을 통해서도 상품을 가장 저렴하게 구매해 빠르게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온·오프라인을유통의 경계를 완전하게 허물고 둘을 하나로 합친 시스템 ‘옴니채널(Omni-Channel)’이다. 2020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 유통업계와 우리나라의 유통업계는 이 옴니채널의 가장 완벽한 구현을 위해 쉼없이 달리고 있다. 여기에 수반되는 기술의 구현과 상용화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서 있다. 옴니채널이 일으킬 변화는 지난 10년 동안 전자상거래 유통 혁명이 업계에 일으킨 변화에 버금가거나 혹은 그 이상의 파괴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훈 기자  |  pjh5701@econovill.com  |  승인 2020.05.24  10: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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