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현대중공업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올3월 현대중공업이 조선업계 최초로 동반성장실을 확대·신설하며 대대적으로 협력사와의 상생을 선포하고 나섰다. 협력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국내 조선업 성장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하도급 업체들과의 갈등은 지속되고 있어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 3월 업계 최초로 대표이사 직할 ‘동반성장실’을 신설하고, 협력사와의 새로운 상생모델 구축에 나섰다. 

기존 조선사업부 내 상무급이 담당하던 협력사 지원조직을 3개 부서 70여명 규모의 ‘동반성장실’로 확대·개편해 출범시키고, 초대 실장에 김숙현 부사장을 선임했다. 현대중공업은 동반성장실 출범을 계기로 ▲기술력 강화 ▲품질지원 ▲동반성장 등 3대 핵심 목표를 중심으로 협력사와의 상생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당시 김숙현 동반성장실장은 “협력사의 경영 안정과 경쟁력 강화는 조선업계의 필수적 요소”라며 “기술력 강화, 품질지원, 동반성장 등 3대 핵심 목표 아래 협력사의 어려움을 더욱 깊게 살펴 동반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의미는 남달랐다. 조선업종은 협력사가 생산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으며 따라서 규모가 적은 협력사들은 업황 변화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의 업계 최초 동반성장실 출범은 하도급 갑질이 만연한 조선업종에 변화의 바람 불러 일으키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가져왔다. 

그러나 2개월이 지난 이후에도 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들과의 갈등은 줄지 않고 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의 동반성장실 출범이 정부와 해외를 의식한 ‘보여주기식’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익길 현대중공업 하도급갑질 피해하청업체 대책위원장은 “동반성장실 김숙현 부사장에게 유무선상으로 대책위와 피해구제에 대한 논의를 할 것을 전화, 카톡, 팩스 등으로 수차례 요청했지만 아무런 대응이 없었다”며 “직접 이해당사자인 우리가 협의체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털어놨다. 

▲ 현대중공업 하도급갑질 피해하청업체 대책위원회가 현대중공업 동반성장실에 보낸 공문과 팩스 수신 완료 메시지.출처=한익길 대책위 위원장

한 위원장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책위는 현대중공업 동반성장실로 팩스를 확실히 전달완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류상으로 확인된 날짜만 4월 2일, 4월 6일 두 차례다. 수신번호는 현대중공업 동반성장실이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3월 이후에도 하청업체에는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는 반면, 2018~2019년 정몽준 사주 일가에게 1767억원에 고배당을 실시하고 있다”며 “이는 대책위 소속 15개 피해하청업체의 3년 기준 총 피해액 약 1038억원을 웃도는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동반성장실 출범에는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공정위로부터의 벌점 차감은 물론 EU의 기업결함심사를 의식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하도급 갑질로 인한 벌점이 10점을 넘겼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행 하도급 법령에 따르면 하도급법을 위반, 3년 누산 벌점 합계가 5점을 초과하면 조달청 공공입찰에서 퇴출되고 10점이 넘으면 영업정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된다. 하지만 조선업의 경우 해외영업이 주가되기 때문에 국내 영업정지로 인한 타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계 1등 조선소가 하도급 갑질을 했다는 불명예스러운 일이 알려지는 경우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까다롭기로 정평난 EU의 기업결합심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노동문제가 불거질 경우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지난달부터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코로나로 인한 정보 수집 난항을 이유로 진행중인 심층 심사를 일시 중단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동반성장실 참여와 관련해 대책위의 공식적인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동반성장실 출범 이후 임금 체불이 일어났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최근 기성금 지급 방식이 진도율에 따라서가 아닌 공사완료후로 바뀌긴 했지만 총액이 삭감되거나 한 일은 없다. 계약서에 명시한 대로 정상적으로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