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 유행으로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기업들에게는 다음 몇 달이 운명을 좌우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출처= Foreign Policy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은 기업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놓았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계속 운영하고 있거나 오히려 더 잘 나가는 그룹과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입고 비틀거리는 그룹.

최근 몇 주 동안 많은 기업들이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두 그룹이 점점 더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고 CNN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약회사, 식품회사, 기술회사들은 주당국의 재택 격리 명령에도 계속 회사를 운영할 수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이 급증했고, 닌텐도의 ‘동물의 숲’(Animal Crossing) 시리즈는 재택 격리 기간 동안 대히트를 쳤다.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지난 주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새로운 암 치료제에 대한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훨씬 더 많은 회사들은 고객들로부터 단절되거나 제품에 대한 수요 급감 또는 전무 사태에 직면하며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었다.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디즈니와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같은 업계의 거인들은, 테마파크와 영화관이 문을 닫고 모든 여행이 중단되면서 수익이 급락하는 것을 보고 있어야 했다. 이런 회사들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의 전망도 하향 조정하거나 신중한 평가를 내렸다.

메리어트의 안 소렌슨 최고경영자(CEO)는 11일 애널리스트들에게 "회복되더라도 모든 지역에서 일률적으로 하루아침에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리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오래 걸릴지 모른다”고 말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만은 두 그룹의 기업들 모두에게 비슷할 것으로 보이지만, 코로나 유행으로 사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기업들에게는 다음 몇 달이 운명을 좌우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기업 수익을 추적하는 리서치 회사 어닝 스카우트(Earnings Scout)의 닉 라이히 CEO는 "경제 활동 재개가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그들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면 돌파하는 회사들

코로나 환경에서 호황을 누리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지만, 코로나 경제를 활용할 채비가 다른 기업보다 잘 갖춰진 기업은 꽤 많다.

미국의 거대 기술 기업들은 코로나 초기에 다른 많은 기업들처럼 공급망 문제 같은 새로운 도전들을 다뤄야 했지만 원격 근무를 늘리거나 온라인 회원 증가로 대체로 양호하게 대처하고 있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과 페이스북은 3월 광고 매출이 줄긴 했지만 1분기 동안 각각 412억 달러(50조원)와 177억 달러(21.7조원)의 광고 매출을 올려 월가의 예상을 상회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으며 원격 근무용 앱 팀(Teams)은 현재 일일 활성 사용자가 7500만 명에 달한다고 보고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1~3월 동안 가입자가 1600만명 늘어나면서 수익도 전년에 비해 두 배 증가했다. 닌텐도의 2019년(2019.4~2020.3) 결산 수익은 전년보다 41%나 급증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가 오래 지속될수록 이런 회사들도 힘든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2020년 출시 예정인 콘텐츠의 대부분을 촬영했지만, 2021년은 상황이 다를 수 있다. 배달 물량이 급증한 아마존은 이번 분기에 40억 달러(5조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프 베조스 CEO는 그 돈의 전부 또는 그 이상의 돈이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비용에 재투자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료품점들도 비용 상승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 최대 식품점 테스코는 임금, 배송비, 청소, 유지 보수 비용 증가로, 지역 봉쇄령이 12주 동안 지속되면 추가 비용지출이 6억 5000만 파운드(1조원)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코로나 사태의 최고 수혜자로 평가되는 아마존은 이번 분기에 40억 달러(5조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제프 베조스 CEO는 그 돈의 전부 또는 그 이상의 돈이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비용에 재투자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Reuter 캡처

개점 휴업 회사들

그래도 이런 회사들은 적어도 현시점에서 돈이 들어오는 회사들이다. 회사 문을 (전부 또는 일부)닫아 수입이 매우 적거나 아예 없는 회사들도 있다.

항공사, 제조업체, 호텔 및 소매업체 등 보다 많은 기업들이 치명타를 맞았다. 이 회사들은 현재수입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생존 모드로 전환해 현금 절약을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라이브 이벤트 회사 라이브 네이션(Live Nation)의 마이클 라피노 CEO는 "3월 중순 이후 모든 것이 정지됐다. 거의 두 달 동안 콘서트를 한 번도 열지 못했다”고 말했다.

디즈니는 테마파크와 리조트를 폐쇄하고 '뮬란'과 같은 신작 영화의 개봉을 연기하면서 2020년 1분기 동안 회사 수익이 91% 감소했다. 이 회사의 밥 아이거 회장은 “코로나가 끝나면 모든 활동이 재개될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현재로서는 회사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

1분기 동안 92%의 수익 감소를 발표한 메리어트는 4월에도 이용 가능한 객실당 매출이 90% 감소했다. 매리어트는 현재 전 세계 호텔의 4분의 1이 문을 닫은 상태다.

코로나 이전부터 비틀거리기 시작했던 소매업체들은 매장 폐쇄와 생활 필수품 이외의 수요 급감으로 특히 피해가 컸다. 높은 부채와 수익 감소를 겪는 약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중저가 의류 브랜드 제이크루(J. Crew)와 113년 전통의 고급 백화점 니만 마커스(Neiman Marcus)는 지난 주파산을 신청했다.

두 경제 사이의 기로에 서다

1분기 실적 발표를 보면 현재 코로나 상황에서 번창하고 있는 기업보다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훨씬 많다는 것은 명확하다.

S&P 500 기업 중 430개 이상의 기업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2분기 추정치를 상향 조정한 기업은 10%에 불과하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비율이다.

블리클리 투자자문그룹(Bleakley Advisory Group)의 피터 부크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거의 모든 기업들이 코로나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단지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현상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사업이 곧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는 신호만 보일 뿐이다. 코로나로 경제 참여가 제한된 기업들의 사업이 빨리 회복되지 않으면 해고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 중 일부는 영구화될 수도 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게리 켈리 CEO는 "4월 한 달 동안 거의 10억 달러의 현금이 소진됐다”며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영업 재개를 서두를 수도 없다. 섣부른 격리 완화가 제2의 감염으로 이어져 또 다른 봉쇄령이 발령된다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재택 격리 명령이 해제된다 해도 거리, 호텔, 매장 등은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직원과 고객 사이에는 플라스틱 장벽이 설치되고, 출입문에서의 온도 점검이 의무화될 것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에게는 이것이 그나마 최선의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