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의 갑질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비원 최모씨가 머물던 경비실 앞.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해당 아파트 뿐만 아니라 동네를 경비하던 분이셨다. 늘 밝게 인사하시면서 좋은 기운만 주셨던 분인데 마음이 아프다. 정말 선한 분이셨다" (S아파트 주민(61세))

지난 12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S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의 연이은 갑질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비노동자 최모씨(60세)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일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어땠는지 생각하고 반성을 해야 한다"며 가해자 처벌과 함께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비노동자 최씨가 머물던 경비실 앞에는 작은 분향소가 마련됐고, 경비실 창문에는 입주민들의 추모글이 붙어 있었다. 추모글에는 '우리 가족과 강아지 예뻐해주시는 모습이 눈에 선해요', '저 임신해서 같이 좋아해주셨는데 너무 안타까운일이 생겨서 원통하고 슬픕니다' 등 고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메시지와 함께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입주민 A씨는 경비원 최씨를 주차장에서 평행 주차 문제로 수차례 폭언·폭행했다. 주차공간 관리 위해 A씨의 차를 밀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A씨는 최씨에게 "내 차 밀지 말라는데 자꾸 미냐"며 따지고, "우리가 돈 주는 걸로 먹고 살면서 하지 말라는 짓을 하니 사직서를 써라"고 강요했다.

이날부터 입주민 A씨는 최모씨에게 "사직서를 써라", "명예훼손 죄로 고소했다"는 등 욕설과 협박을 했다. CCTV 사각지대인 경비실 내 화장실로 끌고 가서 최모씨를 폭행했다는 뒷 이야기도 나왔다. 계속되는 폭언·폭행에 시달리다 결국, 지난 10일 경비원 최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 12일 오전 11시 20분, 서울 강북구 우이동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경비노동자 추모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 = 이코노믹리뷰 신진영 기자

"이 사건은 사회적 타살이다"


입주민 갑질로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강남구 압구정동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욕설·폭언에 경비원 고 이모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고, 2018년에도 한 경비원이 입주민에게 폭행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 이날 기자회견 주최 관계자들은 "이 사건은 사회적 타살이다"며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고 이모씨와 같이 근무했던 경비노동자 김인준씨는 기자회견에서 “밥을 못 먹어서 노동자가 아니다. 우리도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일을 하고 있다”며 “왜 우리가 갑질을 받아야 하나. 앞으로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찬가지로 신하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단순히 한 아파트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상당히 많은 아파트 단지들에서 이렇게 경비노동자에게 부당한 일들이 있다"며 "이번 일로 경비노동자의 근로조건이 어떤지 반성을 하고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 최모씨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은 “우리 사회에서 경비노동자들은 굉장히 낮은 처우를 받고 있고, 처우가 낮다보니 사회적인 지위가 낮게 느껴지고 그래서 갑질을 해도 되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게 아닌가”라며 “경비노동자들의 고용 안정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 해당 아파트 경비원 최모씨를 폭행한 가해자 엄벌을 요구한다는 게시글 동의가 26만명이 넘었다.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한편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저희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그는 “이중 주차로 인해서 자기차를 밀었다고 사람을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하고 근무시간마다 와서 때리고 욕하고...그런데 가해자는 고인에게 사죄하는 마음도 없이 언론 인터뷰에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식이다”며 가해자에게 엄벌을 내려달라고 하는 글이다. 하루새 청원 동의가 26만명에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