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신진영 기자] 서울 강남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에서 '주춤한 조정장'에 접어들었다. 정부의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 기간까지 얼마 남지 않았고, 강남권 수요가 '꼿꼿'한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은 '하방경직성(내려야 할 매물이 어떤 이유에서 버티고 있음)'으로 생각처럼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 분석했다. 


8년여 만에 강남3구 아파트값 최대 하락


지난 1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11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분석을 내놨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는 0.63%의 변동률로 8년여 만에 월간 최대폭을 기록해 서울 시내 전체 아파트값을 끌어내리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다. 

▲ 출처 = 부동산114

실제로 12·16대책 이후,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와 함께 절세를 노린 급매물이 출현했다. 12·16대책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에서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들은 1년 이내 주택을 처분해야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12·16대책 발표 이후로 1억3000만~1억4000만원 떨어져 변동률 기준으로 6~7%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강남권발 하락세는 비강남권이나 경기 일대까지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4월 용산구가 –0.04%(4.6) → -0.05%(4.13) → -0.05%(4.20) → -0.05%(4.27)에서 5월1주 –0.06%까지 떨어졌다. 경기에서는 과천이 –0.09%, 분당이 –0.07% 등 주요 지역들이 하락세가 빨라졌다. 


다주택자 절세 매물 소화 끝?


여전히 강남권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다만 하락폭이 축소됐다. 전문가들은 "절세를 위한 매물도 나오고 있지만 대부분 소진되고 있다"고 봤다. 지난 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2주 전(-0.07%)보다 하락폭이 줄어든 -0.04%를 기록했다. 

한국감정원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디에이치 아너힐즈' 전용 84.36㎡은 4월 27일 22억9000만원(15층)에 매매거래됐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11월 4일 같은 평형이 25억3000만원(4층)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3억원 이상이 빠졌다. 그러나 현재 전용 84㎡는 최고 28억원까지 시장에 나와 있다. 

▲ 강남구 개포동 한 아파트 단지. 출처 = 네이버 거리뷰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도세 절세를 위한 매물과 그렇지 않은 매물이 섞여 있다. 개포동 A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미 절세를 위한 매물은 다 나왔고, 간혹 가다 나오나 쉽게 거래되지 않고 있다"며 "6월이 얼마 남지 않아 보유세를 감안하더라도 안고 가겠다는 주인들도 있다"고 전했다. 

반포동 B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절세 위한 매물은 한 두개 정도고 나머지는 섞여 있다"며 "4~5개 정도 시장에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35평형이 24억5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고, 25억~25억4000만원 선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강남 집값은 '하방 경직성' 때문에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시장에 이미 하락 기조가 나타나도, 코로나19 사태가 어느정도 해결 기미가 보이면 매수 세력은 강남으로 다시 몰린다"면서 "현재는 코로나19로 공급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보합' 수준 분위기를 보이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특수한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은 쉽게 이전 가격으로 하락하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급매물은 대부분 소진된 상태이고, 잠잠하다"며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싸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 수석연구원은 "그렇다고 해서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다시 올라가진 않고 하향 안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면서도 "강남에 GBC착공 호재도 있고, 인근 용산 정비창 부지 8000세대 주택 추가 공급 호재도 있어서 주춤한 하락세를 보일 것이다"고 말했다. 


종부세는? 강남권 하락세 경기·인천 영향?


주택업계에서는 코로나19 등의 경기 침체 이유로 종부세 완화를 주장한다. 지난 6일 주택협회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1가구 1주택자 종부세 경감과 고가주택 기준을 공시가격 12억원으로 상향하는 것을 건의했다. 여권 주요 인사들도 종부세 완화 카드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종부세는 1가구 1주택에 대해 어느 정도 감해준다고 하면 '똘똘한 한 채' 수요자들이 증가할 것이다"며 "이는 강남 집값을 견인하는데 일정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내다봤다.  

한편 강남권발 아파트값 하락세가 경기나 인천으로 넘어갈 것인지에 대해,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그럴수도 있다. 매수는 수요가 있어야 가격이 오르게 된다"며 "부동산 시장에 매수심리가 위축되고 규제가 이어지다보니 호재보다는 악재가 더 많아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다가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돼 경기 위축 우려도 커졌다"면서 타격을 입을 것이라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