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돼지(each), 세라믹

경원이, 부모님의 만만한 맏딸, 윤조와 윤재 엄마, 김 선생, 김 작가, 누리, 학구파, 서오나무 등은 세상을 살면서 가지게 된 내 이름들이다. 이름이 객관적 상황에서 불리는 명찰 같은 것이라면 이것들 중에 진짜 나는 누구인가?

나의 직업은 학교 선생님이자 자신을 미술로 표현하는 작가이다.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이제는 토우와 도자기를 만들고, 나무를 깎고, 스티로폼을 조각하고, FRP로 조형물을 만들어 설치한다. 매년 ‘금사빠*’처럼 새로운 조형놀이에 빠진다. 계속 배워나가면서 새로운 작업을 한다.

▲ 생각이 나인 줄(each)

이렇게 번잡하고 분주한 나를 탐색가라는 이름으로 변명해본다. 천천히 나선형을 그리면서 나다운 작업을 찾는 중이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작업 장비들은 점점 늘어나, 어느새 달팽이처럼 짊어지고 다니는 짐이 되었다. 이조차 나를 표현하는 방식일 텐데, 도대체 무엇이 나일까?

나이를 먹으며 자신을 알아갈수록 내가 알고 있던 나와 내가 모르던 나 중 무엇이 진짜 나인지 헷갈린다. 간절히 원하고 욕망하는 나, 꿈꾸는 나는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 길로 가고 있을까?

▲ 힘돼지(each), 세라믹

외로움 때문에 감정을 긁어대며 작업을 하면 작품으로 위로받는 것 같다. 근데 감정은 연료 같아서 해소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실체가 없다. 절절히 사랑하고 미워하고 외롭고 기쁘다가도 문득 연극의 설정된 상황 같이 느껴진다. 이 또한 너무 가변적이라서 진짜 나 같지가 않다. 무엇이 나인가?

<글=김경원 작가(SCULPTOR KIM GYUNG WON, ARTIST KIM GYUNG WON,김경원 작가, 조각가 김경원)>/<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 眞我108;무엇이 나인가?, 예술의전당한가람미술관, 2019년 10월8~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