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긴급재난지원금 신용·체크카드 충전 신청 첫날 일부 신청자들이 실수로 지원금을 기부해, 카드사에 이를 취소해 달라는 문의가 속출했다.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의 카드 신청 메뉴 안에 기부 메뉴를 설치하도록 지침을 내리면서, 신청 페이지에서 약관 동의를 누르다 의도치 않게 기부에 동의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각 카드사 콜센터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실수로 재난지원금을 기부한 이를 돌려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현재 각 카드사 지원금 신청 화면에서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본인 인증을 하면 고객이 받는 지원금액이 나오고 기부금 신청 항목도 나온다. 기부금액은 만원 단위로 입력할 수 있고 전액 기부를 신청하는 항목도 같이 나오며 기부금액을 입력해야 지원금 신청 절차가 마무리된다.

이 과정에서 무심코 '동의' 버튼을 눌러 자신도 모르는 새에 지원금을 ‘전액’ 기부한 신청자들이 생겨났다. 이에 이를 취소하려는 고객들이 카드사 상담센터로 몰리고 있다.

당초 카드 업계는 지원금 신청 화면과 기부 신청 화면을 분리해 설계 했다. 즉, 지원금 신청 메뉴를 눌러 지원금 신청 절차를 개시해 마무리하고, 이후 기부에 뜻이 있는 고객만 별도의 기부 신청 메뉴를 눌러 기부하는 것이다.

다만 정부에서 지원금 신청 절차 내에 기부 신청 절차를 삽입하도록 지침을 내려 현재와 같은 기부 신청 절차로 완성된 것이다. 일종의 넛지(nudge,간접적 유도의 의미)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카드사의 재난지원금 신청 페이지가 기부를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신청 절차 마지막에 기부금 항목이 있는 데다 기부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 번 기부를 신청하면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안내했지만, 관련 민원과 문의가 이어지자 각 카드사는 당일 신청분만 기부 취소나 금액 수정을 허용하기로 했다.

▲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금 입력 화면, 캡쳐=카드사 화면

카드사 신청 자료가 매일 오후 11시 30분에 정부로 이관되므로, 그 이전에 기부를 취소하거나 기부금을 변경할 수 있다.

기부하기로 했다가 변심한 고객도 카드사 상담센터로 문의하면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

현재 카드사는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 앱을 통한 신청의 경우 별로의 항목을 통해 기부 없이 신청이 마무리되도록 절차를 개선한 상태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긴급재난지원금 신용·체크카드 충전 신청 첫날인 전날 오후 9시 기준 전국 171만6121가구가 총 1조1556억4500만원을 신청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신용·체크카드 충전은 KB국민·NH농협·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카드 PC와 모바일 홈페이지, 스마트폰 앱(응용 프로그램)에서 가능하다.

신청은 공적 마스크 5부제와 같은 방식의 요일제를 적용한다. 출생연도 끝자리 1·6은 11일에 진행했으며 2·7은 12일, 3·8은 13일, 4·9는 14일, 5·0은 15일에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