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도기 제조업체 레녹스(Lenox)는 코로나로 수요가 줄면서 노스캐롤라이나 킨스턴에 있는 공장을 폐쇄하고 수입품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출처= ZUMA PRES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미국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로 일시 정지에 들어간 공장들이 영구 폐쇄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식기류 제조업체, 오리건주의 가구용 발포고무 생산회사, 미시간주의 도마 제조업체 등이 최근 몇 주 동안 공장 문을 닫았다. 영구적으로 문을 닫는 회사는 중소기업만이 아니다. 중장비 대기업 캐터필러(Caterpillar)도 독일의 공장폐쇄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트와 오토바이를 만드는 폴라리스(Polaris)도 인디애나주 시러큐스의 공장을 폐쇄할 계획이고, 타이어 제조업체인 굿이어 타이어앤러버(Goodyear Tire & Rubber)도 앨라배마주 개즈든(Gadsden) 공장을 폐쇄할 계획이다.

이와 같은 잇따른 공장 폐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이 제조업계의 기반을 더욱 쪼그라들게 만들 것이다. 미국의 제조업 생산량은 지난해 2007년에 기록했던 최고 수준을 넘어섰지만, 공장 고용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적이 없다.

도마로 유명한 미시간 메이플 블록(Michigan Maple Block Co.)은, 지난 3월 24일 주 정부가 재택 격리명령을 내렸을 때 미시간주 퍼토스키(Petoskey) 공장의 근로자 56명 대부분을 일시 해고했다. 그러나 재택 격리가 한 달 이상 지속되자 회사는 직원들에게 공장 문을 영구 폐쇄하겠다고 통보했다.

미시간 대학의 경제 예측 전문가 가브리엘 에를리히 교수는 "이와 같은 제조업들의 잇따른 공장 폐쇄는 최근 몇 주간의 기록적인 일자리 감소 증가가 일시적 해고에 의해서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일자리 감소가 일시적 것에서 영구적인 것으로 바뀔수록, 소비 지출과, 소비지출에 의존하는 제조업체를 포함한 모든 기업에 더 큰 타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구 해고의 비율이 높을수록 경제 회복세가 나타날 가능성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3월 중순 이후 발생한 해고 근로자의 수는 이미 지난 10년 동안 미국 제조업에서 늘어난 일자리 수를 넘었다. 미국 공장들은 201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10년 동안 14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지난해 12월 말 현재 총 1290만 명을 고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8일 현재 미국 제조업 노동인구는 1150만명으로, 지난 4월 한 달 동안에만 일시 해고를 포함해 130만 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 제조업체들은 자동화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인건비 상승분보다 생산량을 훨씬 더 빠르게 증가시켰다. 그러나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제조업체들의 자본 투자는 완전히 위축되었다.

워싱턴 DC의 기술연구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nformation Technology and Innovation Foundation)의 로버트 앳킨슨 대표는 “자동화에 투자하지 않은 기업들은 수요가 감소했을 때 공장의 수익을 유지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제조업의 정체가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전역에서 해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최근 몇 주 동안 영구적인 공장 폐쇄가 증가했음을 나타낸다. 침구류 제조회사 블루벨 매트리스(Blue Bell Mattress)는 몇 주 만에 두 고객사가 공장을 폐쇄하거나 파산하자 미시간주 로즈빌(Roseville)에 있는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먼저 가구 체인 아트 밴 퍼니처 LLC는 3월 초에 파산 신청을 했다. 몇 주 후, 코네티컷에 본사를 둔 체인 밥스 디스카운트 퍼니처스는 위기 동안 가게를 닫았기 때문에 주문을 취소하고 창고를 새로운 배달로 폐쇄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홍보회사 R.R. 도넬리앤손스(R.R. Donnelley & Sons Co.)는 고객사들이 지난 두 달 동안 마케팅을 줄임에 따라 인쇄 및 우편 홍보물에 대한 수요가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세인트 루이스에 있는 두 곳의 인쇄 공장을 폐쇄하고 72명의 근로자를 해고했다.

백악관 등에 중국 도자기 그릇을 납품하는 레녹스(Lenox)는 코로나로 수요가 줄면서 노스캐롤라이나 킨스턴(Kinston)에 있는 공장을 폐쇄하고 매일 2만 점의 중국 도기를 생산하던 159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이 회사의 매드스 라이더 최고경영자(CEO)는 재택 격리 명령이 내려짐에 따라 접시나 컵 등을 파는 많은 그릇 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주문량이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소매업 환경에서 일어난 일은 우리를 완전히 짓눌러 놓았다"며 “앞으로 모든 제품은 해외 하도급업체를 통해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 하도급 업체들은 여러 회사들의 제품을 주문받아 대량 생산하기 때문에 미국 공장에서는 그 가격을 맞출 수 없습니다”

도마 업체 미시간 메이플 블록에서 20년 동안 도마 생산 기계를 다뤄 온 존 라 토차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주택시장이 붕괴된 후 힘들게 노력한 끝에 최근에야 비로소 당시의 삭감된 임금을 회복하기 시작했는데, 다시 건설 전망과 식당 폐업으로 인해 회사의 주문량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수년 동안 미시간주의 경제가 제조업에서 관광업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미시간 지역에서 다시 자신의 일자리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시간주 정부는 11일부터 공장 재가동을 허용했지만 미시간 메이플 블록은 그들 사이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