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 ENM의 글로벌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 출처= 아이즈원 공식 페이스북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일부 스트리밍 업체들이 누린 약간의 반사이익을 제외하면 콘텐츠 업계 역시 코로나19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콘텐츠 제작환경 악화, 제작을 지원하는 광고업계 위축, 영화관 등 다중시설 유통 플랫폼의 고객 감소 등 악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콘텐츠 산업의 가능성을 길게 내다보고 지속적 지원을 약속한 CJ의 ‘믿음’은 관련 업계에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기회와 동시에 찾아온 악재 

지난해 CJ ENM의 E&M(콘텐츠) 사업부문은 자사의 탄탄한 제작 경쟁력을 바탕으로 상승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을 잡았다. 종전까지 수익성보다는 장기 관점의 투자 성격이 강했던 CJ ENM의 K-POP/한류 페스티벌 KCON은 지난해 미국 행사를 기점으로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에 CJ ENM은 올해 KCON부터 수익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비즈니스의 확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KCON 글로벌 투어의 시작인 일본 KCON의 일정(4월 3일~5일)이 확정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올해 KCON의 일정은 무기한 연기됐다. 그 외에도 코로나19는 각 기업들이 마케팅을 목적으로 미디어에 집행하는 상업광고의 예산을 줄였고, CJ ENM은 제작의 동력인 광고 부문에서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이에 지난 1분기 CJ ENM은 커머스(오쇼핑) 부문을 제외한 모든 콘텐츠 사업부문의 매출이 지난해 대비 감소하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콘텐츠와 커머스를 합친 CJ ENM 전체 매출은 지난해 대비 5.7%, 영업이익은 49.7%, 당기순이익은 38.4% 감소했다.     

▲ 2020 1분기 CJ ENM 각 부문별 실적. 출처= CJ ENM

CJ의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 사업부문 CJ CGV(이하 CGV)는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기업들 중 하나라는 평가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의 우려로 관객들이 영화관의 방문을 꺼리게 된 것과 동시에, 관객들이 줄어들자 주요 제작사와 배급사들이 작품의 개봉을 연기하면서 국내 영화관 관객은 지난해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국내 극장 점유율 1위 기업인 CGV의 올해 1분기 관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52.8% 감소했다. CGV는 특히 코로나19로 경쟁 업체들보다 더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는 지난 몇 년 동안 해외시장 개척에 많은 공을 들여 극장 사업의 범주를 확장하고 있던 가운데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버린 것에서 기인한다. 

▲ CJ CGV 2020년 1분기 주요 국가별 매출액/영업이익. 출처= CJ CGV

이로 인해 CGV의 5대법인(한국·터키·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중 3곳(한국·중국·인도네시아)의 영업이익은 1년 만에 모두 적자로 돌아선다. 나머지 두 법인(터키·베트남)의 영업이익도 같은기간 각각 78.3%, 91.7% 감소한다.   

"그래도, 믿고 간다" 

그러나 이러한 악재 가운데에서도 CJ는 긴 안목으로 콘텐츠 영역이 발생시키는 부가가치 효과에 대한 기대감을 접지 않는 ‘신뢰’를 보여준다. CGV는 지난 8일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이사회의 논의를 통해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기업이 주식을 추가로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를 결정했다고 밝힌다. 이는 상장 계열사에 대한 CJ그룹 최초의 유상증자로 여기에는 문화 사업에 대한 그룹의 높은 기대감과 투자 의지가 반영됐다. 

이에 대해 CGV 최병환 대표이사는 “그룹의 전폭적 지원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한 유동성을 마련함으로 코로나19 이후 재편되는 시장 환경에 대비한 체질 개선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E&M 사업부문도 이제 큰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며 사업을 본 궤도에 다시 올려놓으려고 준비하고 있다. CJ ENM은 지난해 3월 K-POP그룹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설립한 합작 법인 ‘빌리프랩(BELIFT LAB)’을 통한 대형 프로젝트를 곧 시작할 것이라고 알렸다. 지난 8일 빌리프랩은 BTS를 이어 차세대 글로벌 한류를 이끌 새로운 K-POP 그룹을 육성하는 기획 프로그램 ‘아이랜드(I-LAND)’를 음악채널 엠넷을 통해 6월부터 방송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던 글로벌 K-POP 한류 붐을 다시 일으키는 것이 본 기획의 목표다.

▲ CJ ENM-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합작회사 빌리프랩을 통해 6월부터 시작되는 대형 프로잭트 '아이랜드'. 출처= CJ ENM

일련의 ‘믿음’에는 장기적 관점에서 CJ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확산이 소강상태에 들어감에 따라 코로나 확산 이전까지 많은 호재가 겹쳤던 CJ의 콘텐츠 사업은 많은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김현용 연구원은 지난 8일 CJ ENM에 대해 분석한 리포트에서 “CJ ENM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관건은 미디어/엔터 사업의 회복인데, 1분기 매출 감소에도 ‘아이즈원’, ‘JO1’ 등 프로젝트 그룹을 중심으로 엔터부문의 음반/음원 매출이 급증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두 팀의 활동을 중심으로 한 엔터사업의 수익성 강화와 더불어 미디어 부문은 TV 광고가 성수기에 진입하는 계절성 효과와 콘텐츠 제작비 효율화가 겹치며 비용절감을 통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라고 분석했다. 

CJ에게 있어 당장의 악재로 인한 콘텐츠 부문의 실적 부진은 분명 뼈아팠다. 그러나 긴 안목에서 CJ는 콘텐츠 사업이 발생시킬 미래의 큰 부가가치에 대해 ‘여전한’ 믿음을 보여줬다. 이 선택이 CJ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주는가에 국내 콘텐츠 업계와 투자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