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뚜기 함영준 회장(왼쪽)이 장녀 함연지씨 유튜브에 출연한 모습. 사진=해당 유튜브 영상 캡쳐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장녀 함연지 씨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면서 직접 제품 마케팅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식품기업들이 일제히 코로나19 특수를 누리면서 1분기 실적이 크게 증가한 반면, 오뚜기는 B2B 사업 부문이 큰 탓에 경쟁업체들 만큼 특수를 누리지 못하자 뒤늦게 마케팅 몰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함 회장은 지난 8일 함연지 씨의 유튜브 채널 ‘햄연지’ 어버이날 특집 편에 출연, 오뚜기 제품을 활용한 ‘먹방’을 선보였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함 회장의 유튜브 출연이 오뚜기의 부진한 마케팅 전략에 힘을 싣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터지기 전부터 농심은 유튜브 콘텐츠 ‘라끼남’과의 콜라보로 큰 인기를 끌고, 동원F&B도 ‘펭수’를 모델로 기용하면서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나섰다. 그러나 오뚜기는 경쟁업체들이 마케팅 전략에 박차를 가할 때 딱히 화제가 될 만한 전략은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가 터진 이후에도 B2B 사업 부문 비중이 큰 탓에 코로나 특수를 온전히 누리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라면의 수요는 증가했지만, 외식 수요와 관련이 있는 소스류의 B2B 사업 비중이 큰 탓에 높은 수익은 거두지 못한 것이다.

현재 오뚜기의 B2B 업소용 소스류 관련 국내 시장점유율(케찹·마요네즈 포함)이 약 60% 이상에 이른다. 사리면의 경우에는 약 8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외식 불황이 이어지면서 B2B 판매가 하락하며 실적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B2C 사업 비중이 큰 농심과 CJ제일제당, 삼양식품은 큰 수혜를 입으면서 특수를 누렸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월 24일부터 3월 1일까지 간편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했다.

특히 농심은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달성을 계기로 해외시장에서도 ‘앵그리 짜파구리’ 등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매출 신장을 이끌었다. 해외 시장보다 국내 시장을 주요 무대로 성장해온 오뚜기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 같은 경우 코로나 영향으로 증가했지만 소스류 등 업소용 제품의 수요가 빠지면서 1분기 실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 ‘진라면’ 30주년 스페셜 에디션. 출처=오뚜기

함 회장이 출연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오뚜기 제품을 먹으며 신제품 ‘진진짜라’ 이름의 탄생 비화를 공개했다.

함 회장은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진짬뽕’과 ‘진짜장’을 섞어 먹는 콘텐츠를 보고 어떻게 해야 재미있을까 생각했다”면서 “수리수리 마수리 주문 외우듯이 제품명에도 ‘진진짜라’라고 이름을 붙이면 맛있는 음식 이름에 대한 주문처럼 생각할 거 같아서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함 회장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제품으로는 ‘오뚜기 3분 카레’를 꼽았다. 현재 오뚜기에서 만드는 가정용 제품은 1000가지가 넘지만, 함 회장은 회사가 카레로 시작·성장한 만큼 카레를 가장 최고의 제품으로 택했다.

앞으로 출시될 신제품에 대한 스포도 살짝 남겼다. 함 회장은 “굉장히 기분 좋게 생각하는 신제품이 나오는데, 제주도에 가서 돼지고기를 먹을 때 같이 먹는 제품”이라고만 소개했다.

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평상시 ‘갓뚜기’라고 알려진 오뚜기의 이미지에 직접 회장이 제품을 먹어보고 마케팅에 나서는 것은 소비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준다”면서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익숙한 유튜브에도 공식 채널도 아닌 일상 채널에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고 설명했다.

함영준 회장의 장녀인 함 씨는 현재 오뚜기 지분 1.19%를 갖고 있고,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이나 자신의 SNS 등을 통해 오뚜기를 적극 알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