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이다. 필자는 지금의 지경을 예견하고 본 칼럼에서 “삼성, 제3열 마케팅 나서라”고 충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충고가 받아들여진 징표가 보이지 않았다. 삼성은 내내 인도 시장점유율을 위협받다가 급기야 “삼성에 씌우진 왕관을 완전히 벗겨버렸다”는 경쟁자 샤오미(Xiaomi)의 오만한 사자후(獅子吼)를 듣고 말았다.

세계 제2의 스마트폰 시장 인도의 왕좌를 샤오미에 빼앗기고, 2위 자리 조차 비보(Vivo)에 넘긴 삼성으로선 차라리 코로나19로 인한 인도 전역 봉쇄조치가 반가웠을 지 모른다. 피차간에 판매 제로(0)의 상황이니 말이다. 아직까지 삼성은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아슬아슬하다. 인도에서 계속 밀리게 될 경우 글로벌 1위에서의 추락도 시간문제이다.

3년 전 칼럼에서도 강조했듯이 다양한 인도 소비자의 형성 배경과 분포 특성에 맞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 주목할 것은 인도의 ‘신(新) 소비자’이다. 필자는 당시 삼성에게 신흥 중산층의 출현과 지역확산에 따른 제3열에서의 디테일 마케팅을 권하였다.

현대기아 자동차 그룹은 역대 인도 자동차시장에서 2위이지만 속 내용엔 문제가 없지 않다. 마르티 스즈끼는 '절대 1위'로서 시장의 50%이상을 점령하고 있다. 반면 2위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줄곧 하향세다. 할 수 없이 기아자동차를 구원투수로 등판시켜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수용하는 마케팅을 통해 선방하는 중이다. 그러나 1위와의 격차가 커도 너무 크다. 언제든지 1위나 후 순위 기업들에 의해 현재의 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다. 현대기아차도 대도시 거점 외에 제3열의 신흥소비자를 흡수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체적 전략 중 하나로, 광역권 제3열로 분류되는 동북부 7자매 주에서 관심을 두어야 한다. 내륙 본토에서 승용차 판매가 주춤하는 것과 달리 지속 성장하는 이 지역에 고급 승용차 벤즈(Benz) 등이 2016년 전후 직영대리점을 세우고 영업에 적극적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관여하는 한국식품의 인도 마케팅 중 동북부 7자매주의 판매를 분석하면서 소비자생성을 뚜렷이 확인할 수 있었다. 본토도 비싸다고 느끼는 한국식품이 이들 지역에서는 한국 프리미엄이 더해져서 일부 품목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호응을 받고 있다.

성장하는 제3열 거점을 외면하고 대도시 화려한 불빛만을 좇아서는 인도 시장에서 존재감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인도진출 7년 차 아모레퍼시픽도 대도시 내 확산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제2, 3열 마케팅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 인도 동북부 지역마트에 한국의 오뚜기 라면 광고가 보인다. 출처=김응기

제2, 3열 마케팅의 중요성을 인지 못하는 것도, 중요성을 알더라도 실천 못하는 것도 인도를 잘아는 인재가 부족한 탓이다. 오랜 시간 인적자원을 축적하여 온 현대자동차 등과 달리 진출 초기인 AP(아모레퍼시픽)이나 CJ 등은 내부 인도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14억 인구의 인도시장은 제1열 대도시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지표에서 읽을 수 있듯이 제2, 3열 신(新)소비층의 역동적인 소비가 엄존하기에 이에 접근할 수 있는 경쟁여건을 갖추지 않고서는 마케팅 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