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스테이지 캐피탈(Backstage Capital)의 알란 해밀턴은 벤처캐피털 업계에 자금이 풍부하며 지금이 창업하기 좋은 시기라고 말한다.     출처= Tech Crunch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벤처 투자자로 꼽히는 알란 해밀턴은 역경에 맞서 싸우는 방법에 대해 최소한 한 두 가지는 알고 있다.

해밀턴이 창업한 벤처 캐피털 회사 백스테이지 캐피탈(Backstage Capital)은 여성, 유색인, 성소수자(LGBTQ) 창업자들에게만 투자하는 펀드다. 해밀턴 자신도 흑인 동성애자이며, 한 때 운영하던 회사가 파산해 샌프란시스코 공항 바닥을 전전하며 잠을 자는 노숙자 시절을 겪기도 했다. 그녀는 자신의 새 책 <고난의 시기: 남들의 과소평가를 전화위복으로 삼으려면>(It's About Damn Time: How To Turn Being Underestimated into Your Greatest Advantage)에서 ‘그것은 하나의 여정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해밀턴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우리 사회에서 잘 드러나지 않고 과소평가된 사람들이 얼마나 우리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주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자본 조달에 기꺼이 나선다”고 말했다.

해밀턴의 백스테이지 캐피털은 2015년 출범한 이후 그런 드러나지 않거나 과소평가된 창업자들이 이끄는 120여 개 기업에 2만 5000달러부터 10만 달러의 종자돈을 지원하는 등, 총 700만 달러(85억원) 이상의 자금을 성공적으로 투자했다.

그러나 해밀턴은 요즘, 다른 많은 벤처 투자가들과 마찬가지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새로운 도전들에 고심하고 있다.

"코로나와 관련해 가장 힘들었던 것은,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 완전히 기습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투자한 창업자들은 이미 다른 일반 창업자들보다 넘어야 할 장애물과 산이 더 많았으니까요.”

벤처 캐피털 업계 '자금 풍부'

해밀턴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많은 기업과 스타트업들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벤처캐피털 업계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 와중에 잘 나가는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벤처 캐피털 업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회복력이 있습니다. 코로나가 일어나기 직전에 이미 이런저런 이유로 자금을 조달하려던 회사들이 많았습니다.”

피치북(PitchBook)과 전미벤처캐피털협회(NVCA)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동안 미국에서 62개 벤처캐피털 펀드가 총 210억 달러를 모금했는데, 2019년 한 해 동안 총 510억 달러가 모금된 것과 비교하면 벤처캐피털 회사들이 코로나발 경기 침체 위기 속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였음을 보여준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아직 풀리지 않은 돈은 포함되지도 않았다. NVCA에 따르면 올해 초 벤처 캐피털들은 총 1200억 달러(150조원)의 총알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스테이지 캐피탈은 보통 연간 24~32개 기업에 투자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여러 도시 투어가 보류되거나 취소되었다.

그러나 해밀턴의 회사는 전례 없는 이 기간 동안 회사의 포트폴리오에 가치와 자원을 더할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 우리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으니, 이제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다 정확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창업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

해밀턴은 야심만만한 기업가들에게는 지금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금이야말로 회사를 창업하거나, 사람들에게 해결책이 될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또한 지금이 기업가들이 자본 조달을 연습하고 자본을 구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는데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현명한 시기라고 믿는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집에 갇혀 지내면서 여러 가지 수입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다시 이런 상황이 오면 절대 지금 같이 속수 무책으로 집에만 있는 일을 되풀이하지 않을 거야. 그러기 위해서는 창업을 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계속되면서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3월 중순 이후 지금까지 미국 노동력의 약 21%인 3350만 명이 3월 중순 이후 실업급여를 청구했고, 미국의 GDP 성장률은 2020년 1분기 동안 연율로 4.8%로 하락하며 2008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붕괴는 많은 미국인들의 삶에 타격을 입혔지만, 건강과 재정 측면에서 더 어려운 상황에 있는 소외된 자들은 이 최악의 상황을 더 잘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가 지난 4월 말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1차 임금지원 프로그램(PPP) 기간 중 상환면제 대출을 받은 흑인 소상공인은 40%로, 전체 소상공인 비율 52%에 비해 크게 낮았다. 또 현재 보유 현금으로 1개월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한 흑인 소상공인의 비율은 26%로 전체 소상공인의 17%에 비해 더 높았다.

이러한 차별에도 불구하고, 해밀턴은 앞으로 흑인 가운데에서 더 많은 백만장자와 성공한 기업가들이 나올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흑인들은 이 나라에서 오래 동안 노예 생활을 했고 우리가 사는 곳은 파괴당했지만 우리는 그때마다 일어섰습니다. 나는 이들에 대한 낙관을 결코 철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흑인 중에서 백만장자, 억만장자, 성공한 투자자, 창업자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